대통령 각하의 몽진(蒙塵)

찐 다 쪄. 기상관측 이래 110년 만의 더위란다. 아무리 덥기로 먹고는 살아야겠고… 농사는 아니 지을 수 없고…매일 이런저런 게시판에 썰을 올린 후 미명(未明)이 걷히면 밭으로 나간다. 폭염이 밀려오기 전까진 그런대로 서너 시간 업무(영농)를 마치고 퇴근하면 ‘타들어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는 님 없건만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아점을 먹고야 하루는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미명이 걷히기 전에 나가도 잠시만 지나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움직이는 것조차 힘 든다. 농사라는 게 그렇다. 아니 농사만 그런 게 아니고 어떤 업무에 열중하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진다. 때론 새벽에 나가 고추를 따는 것에 열중하다(식음 전폐)시계를 보면 오후 두세 시다. 그런 나의 무모함에 옆집 최공(이웃집 아우님)은‘죽으려고 환장을 했느냐.’고 지청구를 하곤 했다. 사실 무모한 짓이다. 농촌 노인네들이 그렇게 죽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얼마 전엔 난생 처음으로 약간 어지럽고 자꾸 늘어진다. 아~! 이런 게 일사(열사)병인가? 더럭 겁이나 조기 퇴근을 하여 역시 ‘타들어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는 님 없건만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나니 살만했다. 내가 왜 이러나?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죽을 둥 살 둥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니 먹어야하기 때문에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난 이렇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봤자 농자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확을 거둘 뿐임에도, 운동 삼아… 시간낭비하기 싫어서…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 서울의 삼남매와 손녀들에게 금비 덜 주고 농약 덜 친 야채와 과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재미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곳은 근 80호의 작지 않은 마을이다. 원주민과 이주민 5; 5 또는 6 ; 4 정도로 원주민이 많은 마을이다. 솔직히 농사를 전문으로하기 위해 이주해 오는 사람은 없다. 그런대로 여유가 있는 이주민이야 새롭게 집을 짓는 이들이라 냉방기인 에어콘을 필수로 설치하지만 원주민은 냉방기를 설치한 가옥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이곳 원주민들이 못 사는 집은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곳이 면내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이고 이런 산골에서 박사도 판. 변호사도. 장군도 나왔다며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요즘 마을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마을 회의에 참석하라며 며칠 전부터 방송을 하고 떠들어도 모여들지 않던 마을회관에 주민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어쩌다 시내(면소재지)에 나갈 때 보면 회관광장에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차량 또한 넘친다. 마을 이장이 주민들에게 통지(방송)도 않고 마을회의를 하나? 하고 의아해 하며 아랫집에 사는 이장에게 물어 보니 마을회관에 에어콘이 있기에 그곳에 모여 한낮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110년 만에 닥쳐 온 폭염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발표로 일(열)사병 환자가 수백 명으로 급증하고 있고 사망자 또한 수십 명이란다. 오죽하면 정부에선 폭염을‘재난(災難)’으로 추진하고 선포하겠단다. 나쁘지 않은 발표다. 정말 서민을 위하는 정부가 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말씀은 그렇게 해 놓으시고 이 나라 최고 대빵께선 부인마마님을 모시고 재난의 현장을 벗어나 멀리 토끼신 것이다. 아니한 말로 말씀만 번드레레레레레레… 해 놓으시고 튄 다음 어디선가 헬렐레레레레레…. 하고 계실 것이다.

 

보통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재난(災難) 또는 란(亂)을 피해 수도(都城)을 비우는 행위를 몽진(蒙塵)이라고 한다. 어떤 난을 당하면 최고 지도자가 백성이나 국민과 함께 사수를 해야 하지만, 소위 최고 대빵이라는 인물이 백성이나 국민보다 먼저 튄다는 것은 국가를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과 백성은 죽어나는데 대빵이라는 자가 고위층 인사들과 작당해서 몽진을 하고 자빠졌으니 저 자들 눈에는 국민과 백성은 그저 개. 돼지인 게 틀림없다. 개. 돼지들이 폭염을 못 견디고 혀를 빼 물고 널어지면 살 처분하면 그만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개. 돼지들은 불평불만 없는 게 이상할 뿐이다.

 

뭣한 물어 봅시다.

각하! 혼자만 덥죠이? 몽진을 하고 보니 시원 하시죠이? 그저 우리 같은 개. 돼지들은 각하의 답신을‘사막 침묵에 귀 기울이듯’ 기다리옵니다. 총총….

 

 

에고~! 오늘은 썰이 긴 통에 좀 늦었네.

 

일하러 가세~

일 하러 가~아~

우리 모두 이~일 하러 가세…

 

여러 동지님들!!!뜨거운 오늘도 무사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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