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사연(1부)

잠깐만……놈은 지금 사지를 큰大로 벌리고 아가리도 쫙 벌린 채 코를 골고 있다. 갑자기 놈의 벌린 아가리에 무엇인가 처박아 넣고 힘껏 누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참아야겠다. 이아침 놈에게 간밤의 얘기를 하고 말을 터 말어? 깍두기 놈의 우람한 체격이 나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왜? 어째서 코골이들은 덩치가 남산만 할까? 항의도 못하게…. 현장중계를 마친다.(어제 올린 현장중계 끝 부분 발췌 및 전제)

 

현장중계를 마치고 먼저 간 마누라를 따라 휴게소로 갔으나 그곳이라고 편한 곳은 아니다. 그곳에도 코골이는 있었고 무엇보다 자리가 없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아픈 몸을 누였으나 놈의 코골이는 더욱 신경을 건드린다. 방법이 없다. 짜증을 낸들 알아 줄 놈도 믿어 줄 놈도…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을 자진 않았다. 그 사이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 측정 온 것밖엔(놈은 그 순간에도 팔뚝을 간호사에게 맡긴 채 코를 골고 있는 게 역력 하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병실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며 마누라의 속삭임이 귀에 들린다. “자요?”눈을 번쩍 뜨고 짜증스런 목소리로“자긴 어떻게 자! 저 소리가 안 들려? 알면서 엄한 소릴…”애꿎은 마누라가 내 짜증의 대상이 되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정확히 7시다. “뉴스나 켜봐!” 여전히 내 짜증은 줄지 않는다.

 

은퇴 후 즐기는 방송을 들라면 두세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소시민의 삶을 다룬‘인간극장’이라는 다큐다. 뉴스는 7: 50분 끝나고 그 프로는 30분 간 한다. 그리고 tv를 끄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평소의 습관이다. 따라서 8:20분 쯤 그 프로가 끝났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오며 잠이나 청해야겠다고 생각하니 그 때까지 몰랐던 상황이 눈앞에 있다. 놈이 데블릿을 이용하여 만화영화를 보고 있다.

 

아~! 빠트린 게 있다. 놈은 45세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만화영화를 본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보는 것이다. 코골이도 그런 판에 만화영화 대사의 소음 역시 만만치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잠이 들어도 그냥 켜 놓고 잠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놈의 깍두기 머리와 덩치 때문에 말도 못 하겠다. 마누라(대각선으로 놈이 보인다)의 전언에 따르면 코를 골다 숨이 막혀 잠이 깨면 화면을 몇 초간 응시 하다가 또 코를 골고…그런 식이었다.(코를 안 골면 만화영화를 보는 식…)

 

침대에 눕기 전 놈의 침대 앞으로 갔다. 비스듬이 모로 누워 황제나 된 듯 만화영화를 보고 계신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하는 아래 것의 심정으로“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선생 때문에 밤 새 잠을 못 잤습니다.”그런데 놈은 반쯤 몸을 일으키더니“그래서요”라며 인상을 찌그린다. 순간 내 감정이 더 찌그러지지만 참고“그 볼륨 좀 줄여주면 안 되겠소? 지금부터 잠 좀 자게…”그만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놈에게서 엉뚱하게도“7시에 왜 뉴스를 틀었어요?”라면 몸을 일으키더니 한 대 갈길 자세다. 내가 뉴스를 켬으로 놈의 단잠을 깨운 모양이다. 순간 피가 역류한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더 솔직한 표현이라면 세상이 워낙 험하니 웬 또라이에게 봉변 당 할 게 더 겁났다.)“ 그것 때문이었소?”그리고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달리 방법이 없다. 하여“알았소.”하며 내 침상으로 돌아와 누웠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속은 메슥거리고 얼굴은 화끈거리고…놈이 아무리 깍두기라도 흔한 말로 10년만 젊었어도 아니 옆구리에 주렁주렁 호스와 관만 매달려 있지 않았어도 죽음을 불사하고 뛰어 들었을 것이다.(마침 마누라는 커피 한 잔 뽑는다며 밖으로 나간 사이 그런 일이 벌어졌기에 그런 노약한 장면을 안 보여 준 게 다행이었다.)그런데 놈은 놈대로 분이 안 풀렸는지 쌍시옷에 알아먹지 못할 육두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간다.

 

아차~! 싶다. 어제저녁 깍두기 동지들이 병문안 왔었지? 그 생각을 하니 손발이 오그라들며 이마엔 진땀이 솟는다.‘내가 미쳤지? 긁어 부스럼 만들었지? 이 나이 처먹고 무슨 망신이람?’오만 상념이 머리를 스친다. 저 놈이 지금 그 놈들에게…?? 아~! 두근거리든 가슴이 더욱 뛴다. 얼마 뒤(전화 한 통의 시간 정도)놈은 돌아 왔다.

 

놈이 침대에 눕는 모양이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여보시오! 젊은 선생 아까 주고받은 얘기는 잊읍시다. 늙은 놈이 좀 과민했던 것 같소. 미안합니다.”달리 방법이 없었다. 비굴하지만 살아야 했다. 그러나 놈은 일언반구의 대꾸가 없다. 그리고 다시 만화영화의 요란한 음악과 대사.

 

위암수술 땐 용감무쌍하게 받았던 경험이 있어 몸을 째고 구멍을 뚫고 하는 두려움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전전 날 옆구리에 약간의 국소마취를 하고 구멍을 뚫은 후 그 사이로 내시경인지 뭣인지를 찔러 넣고 온 장기를 쑤시는데… 관운장이 화타에게 독화살 맞은 자리를 마취도 없이 외과수술을 맡긴 기분을 흉내 내며 참으려 했지만…저절로 아~악!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참으시라’는 집도의 말에 내가 대신할 테니 당신이 참아 보라는 소리가 모가지까지 올라왔지만 진짜 참았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그게 두려움으로 남아 있다. 드디어 2차 시술의 명령이 떨어진 모양이다. 머리가 몹시 무겁고 지끈 거리는 것 같다.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거의 호흡이 넘어갈 지경이다. 그 어려움을 이기고 2차 시술을 마치고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놈은 여전히 벌렁 누워 볼륨을 크게 하고 만화 영화를 보고 있다. 아침의 일도 있고..이미 놈은 상전 아닌 상전이 되어 있었다. 속이 쓰리다. 젊은 시절을 생각해 보면 눈물이 나려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비록 모타리는 작고 볼 폼 없어도 한 가락 했었는데….아~! 옛날이여~!

 

그리고 아무 말 없는 게 아니라 아무 일 없었다. 강력한 진통제효과였던가 어렴 풋 잠이 들었거나 몽롱한 상태였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마누라의 목소리는 아니다. “이런 거 보실 때는 이어폰을 끼고 보셔야 합니다.”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부드럽다. “이어폰 없는데요!”놈의 목소리다.“그러시면 하나 사오시던가요”절대 시비조가 아닌 부드러운 그러나 거역치 못할 단호함이 있다. 연후 만화영화 꺼지고 여인도 나간다. 고개를 비듬히 하고 보니 수간호사다. 솔직히 그 순간만큼은 나라를 구한 잔 다르크나 애국 소녀 유관순 보다 더 용감하고 굳센 여인이라고 통쾌해 했다.

 

그런데 그 통쾌함도 잠시, 그녀가 나가고 30초가 됐을까? 갑자기 놈이 ‘이런 개새끼!%^&()#%’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해 댄다. 가슴이 뛰고 머리가 하얘진다. 분명 내게 하는 욕이지만 살아난 통증과 두려움으로 한마디도 못하겠다. 마냥 숨을 죽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놈이 내 침상의 커텐을 재끼며“야! 이 새끼야! 늙은 새끼가 그런 걸 꼬나 바치냐? 어디 아픈지 모르지만 나가 디져라!” 그 이상은 쓰다달다 말도 없이 휙 나가 버린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9월 1일 at 6:15 오후

    세상에 별난 놈도 다 있네요.
    다행이 여자들은 코골이도 별로없고 소심해서
    조심을 많이 하니까 허리 수술할때 6인실에서도
    별 불편이 없었거든요.
    그나저나 어쩌죠?
    일인실은 너무 비싼데…
    나라도 한 대 쥐박아주러 가고 싶네요.

    • ss8000

      2018년 9월 2일 at 7:30 오전

      저는 솔직히 말하라면…
      그 자리서 패 죽이고 싶었습니다.

      힘이없어서 그렇지…
      살인을 달리 일어 나는 게 아닙니다.

  2. 🌵미미김

    2018년 9월 1일 at 11:44 오후

    헐!
    헉!!
    뭔 병실에서 이런일이!!!
    …… .
    몸 조심하세요.

    • ss8000

      2018년 9월 2일 at 7:31 오전

      네, 염려지덕분
      무사하고 편히 지내고 있답니다. ㅎㅎ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