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환장 하겠네.

 

 

드디어 퇴원 하라는 담당 주치의 샘님의 복음 같은 말씀이 떨어졌다. 사실 퇴원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은 이미 어제 하면서도 하루를 더 지켜보자는 주치의 선생님 얘기에 마음은 이미 퇴원 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의구심으로 마음을 졸였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얼마 뒤 담당 간호사가 들어오고 이런저런 퇴원후의 주의사항 및 퇴원 수속을 알려주자 아내는 원무과로 향했다.

 

내가 입원 했던 병실은 신관 6층에 있었고 원무과는 본관 1층에 있다. 퇴원 전에 할 일도 많았다. 심장과 폐 기능 및 호흡기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귀찮기는 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하늘이고 간호사는 복음을 전달하는 천사다. 어찌 거역하리. 휠체어 한 대와 남자간호사(?)가 타란다. 물론 휠체어로 모시겠다는 의미다.

 

병원의 구조가 약간 복잡하다. 병상이 있는 신관과 치료 시설이 있는 본관을 가려면 몇 차례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결통로를 거쳐야 한다. 환자와 간병하러 온 가족들…인산인해다. 엘리베이터(환자용 침대에 누워…)를 기다리면 6층에서 1층 가는데 어떨 땐 20분 30분도 걸린다. 그게 왕복이면…..휠체어를 사양했다. 두 다리 멀쩡한데 굳이 엘리베이터일까. 계단을 통해 천천히 몇 차례 오르내려 보니 다닐 만 하다.

 

퇴원수속을 하러가기 전 아내에게 조언해 주었다. 승강기 타고 내려가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니 그냥 계단을 이용하라고…그리 하겠다고 아내는 답한다.

 

20분, 30분, 1시간을 기다려도 아내는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 보려 해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며 전화기를 두고 갔다. ‘아니!? 이 여편네가 가다가 다리가 부러졌나 오다가 다리가 부러졌나? 왜 이리 안와?’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속이 끓어 오르는 순간 간호사가 들어온다. “저~! 응급실로 가보세요. 사모님께서 지금 응급실에 계세요”란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안고 머릿속이 하예진다.“뭐.. 때문에.. 왜?”다급히 물었지만“내려 가셔서 알아보세요.”란다. 간호사를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급히 계단을 통해 600만불 사나이처럼 뛰었다. 응급실 저쪽에 아내가 누어있다.

 

이미 밝혔지만 본관과 신관은 이음통로가 있다. 사실 아주 멋들어지게 꾸며 놓아 그곳에서 휴식도 할 수 있는 쾌척한 공간이자 한적한 소공원 같은 곳이지만 엘리베이터를 갈아탈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아내에게 걸어서 다녀오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신관과 본관의 지상(地上)은 병원의 동편 출입구가 있고 그 가운데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퇴원수속에 마음이 바쁜 아내가 건너는 순간 응급환자를 싣고 들어오던 차량과 살짝 부딪혀 넘어지며 약간의 찰과상과 오른 쪽 발목 복사뼈를 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압박붕대로 감은 부위가 겉으로 보기엔 무척 부풀어 오른 것 같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람!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라고 할 걸…’ 순간 문재인 정권 들어서 뭣 하나 되는 게 없다는 생각에 열이 오른다.

 

응급실과 원무과에 사정 반 협박 반하여 아내는 통원 치료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응급실에서 나왔다.

 

삼남매가 서로 병실로 와 퇴원수속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택시를 이용하려 했던 계획을 변경하여 함께 사는 둘째 딸아이를 급히 불렀다. 그리고 이 보따리 저 보따리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그래도 집에 간다니 정말 기분이 째진다.

 

사직터널을 거쳐 효자동 그리고 자하터널을 지나 딸아이의 차는 신나게 질주한다. 집으로…집으로… 고..고.. 상명대 앞 3거리만 지나면 집이 멀지 않다. 딸아이의 차가 우회전을 돌았는가?? 싶었는데 빠~박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뒷얘기는 생략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지금 아내와 나는 2인실 병실에 함께 누어있다. 죽어라, 죽어라 한다. 이 거다 문재인 탓이다. 미치고 환장 하겠다. 끝.

 

 

 

덧붙임,

꼭 열흘 만에…사실 어제 퇴원을 했습니다. 동지 여러분의 염려지덕분입니다. 이제 좀 살만 하군요. 한 달 후가 될지 두 달 후가 될지 모르지만 아직 진짜 배를 가르는 수술이 남았지만, 까이꺼….저는 자신 있습니다.

 

놀라셨죠? 제가 엉캉 성질이 급한 놈입니다. 마누라 퇴원수속 밟으라고 보내 놓고 한 30분 기다리는 동안‘왜? 빨리 안 올라오나?’하며 조바심을 내며 상상한 걸 썰로 꾸민 것입니다. ㅋㅋㅋㅋ…..

4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9월 6일 at 7:38 오전

    세상에 남 놀라게 하는 재주를 부리셨군요.
    소설가로 나가세요.ㅎ

    암튼 거짓이고 사실은 퇴원 했다니 축하
    합니다.
    꿈에라도 사고 당하지 마세요.

    • ss8000

      2018년 9월 6일 at 8:12 오전

      누님께 혼날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누님!

  2. 백발의천사

    2018년 9월 7일 at 9:43 오전

    휴………………….제가 놀래서 병원 가 봐야겠습니다. ㅎㅎ

    • ss8000

      2018년 9월 7일 at 3:45 오후

      어떤 분은 다 읽지도 않고
      몇 주 동안 입원 해야 하냐고 걱정들을 하십니다.
      짜증 나게… ㅎㅎㅎ..

      그나 저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마는
      별고 없으신 것으로 믿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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