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택목(良禽擇木)과 유취만년(遺臭萬年).

집안에 화분이 꽤 여럿 돼지만 그 중 20년 가까이 나와 함께하는 화분이 하나 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해 3월의 어느 날 서오능 근처에 있는 단골화원을 갔더니 나로선 알 수 없는 그윽한 향내가 화원 전체를 감싼다. 무슨 향내냐고 물으니‘쟈스민’향내라며 안내하는 곳으로 가보니 몇 송이의 꽃이 피었을 뿐인데도 그토록 향내가 진동한다. 만약 만개를 한다면 그 향내가 미루어 짐작할 만큼 강렬하고 흥미로웠다.

 

탐이 나는 관계로 가격을 물어보니 당시 가격으로 엄청 비싸다. 결국 흥정을 끝내고 집으로 고이 모셔와 거실 한쪽 볕 바른 곳에 두고 조석으로 정성을 쏟은 결과 꽃이 만개를 했는데, 몇 송이 있을 때의 그윽한 그 향기가 아니라 코를 찌르고 두통까지 유발 시킨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집안 식구들 모두가 그렇단다. 결국 거실에서 쫓겨나 현관 한 구석으로 옮겨졌고, 그 후 놈도 이제 늙어 꽃과 향이 그 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노구(?)를 버티며 함께 하고 있다.

 

작년이든가?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80년대 방송가를 석권한바 있는 드라마 조선왕조실록의 작가 신봉승 선생을 인터뷰한 기사가 있었다. 대담 중에 재미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즈음 KBS의 역사대하드라마‘정도전’에 대한 인물평이다. 그가 조선왕조5백년 중 가장 진취적이며 지식인으로서는 최고수준 이었고 현존하고 있는 경복궁의 전각 이름이 몽땅 그의 작품이란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개국1등공신임에도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천재가 되고 만다. 인터뷰의 주인공 신봉승 선생은 이 부분에서“만일 정도전이 형제의 난 때 방석이 편에 서지 않고 방원 편에 섰다면 본인은 물론 손자까지도 영의정을 지냈을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줄을 잘못섰다.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줄을 잘못서면 망한다.”라는 표현을 했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는 말이 있다.슬기로운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는다는 얘기다. 미물도 저 앉을 곳을 가려 앉는다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그 자리가 자신에게 합당한지 또는 자신이 모실 사람이 합당한 인물인지를 생각해 보고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출세욕에 눈이 어두워 대고 말고 양지를 찾아 장심을 비벼대고 연줄을 놓아 한자리 한다한들 권력은 언제나 유한(有限)하고 그 더러운 이름은 만년 동안을 세간에 떠도는 것이다.

 

월 전 미국의 어떤 식물원에서 80년 만에 개화한‘시체 꽃’이 화제가 된 기사를 보았다. 개화 시기나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꽃의 특징은 고기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 시체 꽃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흉악한 냄새가 나는 꽃을 보기 위해 2시간이 상이 걸려도 줄을 섰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미물이나 하다못해 풀뿌리 한 포기라도‘유방백세(流芳百世), 유취만년(遺臭萬年)’인 것이다. 살아가노라면 웅지를 품고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하는 것‘유방백세(流芳百世)’도 바람 직 하겠으나 ,인간사 욕심이 너무 과하면 자칫 더러운 이름만 만대에 남기는 짓‘유취만년(遺臭萬年)’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또 어찌 생각하면 과한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어귀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보통사람도 이러할 진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야 일러무엇하겠는가?

 

BY ss8000 ON 9. 1, 2016

 

 

서수민 PD “靑 의전비서관 제안받았지만 최종 고사”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4/2019012400796.html

 

어디 정치하는 사람들 뿐 이겠는가?

정치를 쑈 한마당으로 바꾼 탁가를 대신하여 그 귀한(?)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고사를 했다니..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면 그럴 수 없는, 보통 인물은 아니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대목이다.

 

눌 자리보고 발 뻗어라 고 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함께 어울려서는 안 될 인물들과 권력을 농단 했다간 그야말로 유취만년(遺臭萬年)이 될 것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서수민PD에게 찬사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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