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膽) 이야기.

석일전장판(昔日戰長坂): 옛적 장판교 아두(阿斗)를 품은 용기

위풍유미감(威風猶未減): 아직도 그 위풍 감하지 아니 했네

돌진현영웅(突陳顯英雄): 진을 뚫어 영웅이 되고

파위시용감(破圍施勇敢): 용감도 하여라. 신출귀몰 하는 그 모습

귀곡여신호(鬼哭與神號): 귀신도 통곡하고 신도 울부짖었네.

천경병지참(天驚幷地慘); 하늘도 놀라고 땅도 슬펐나니

상산조자룡(常山趙子龍): 상산 땅의 조자룡

일신도시담(一身都是膽): 온 몸이 담일세.

 

서기219년(단기2552년, 중국 漢헌제 건안24년, 신라 내해이사금24년, 고구려 산상왕23년, 백제 구수왕6년)정월 달 유비와 조조는 한중(漢中)땅을 두고 격돌하게 된다. 당시 유비군의 선봉대장은 노장 황충(黃忠)이고 조자룡은 황충을 보좌하라는 명을 받고 출동하였으나 황충이 미창산(未倉山)의 조조군 선봉장 장합을 공격하다가 포위되어 꼼짝없이 사로잡히거나 죽을 위험에 쳐해 있는 것을 본 조자룡은 그야말로 필마단기로 동진서퇴 좌충우돌 적진을 유린해 가며 황충과 그의 부장 장저를 구해내고 조조의 상장 여럿을 참하고 본진으로 돌아오자 유비는 조자룡에게”자룡일신도시담(子龍一身都是膽)”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이다.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에는 이 장면을”이화(梨花)흩날리듯 서설(瑞雪)이 춤을 추듯 황충(黃忠)을 구하는 조자룡”이라고 표현했다. 위의 시는 그 당시의 장면을 후세 시인이 찬양하여 지은 것이다.

 

나는 번잡함(교통체증)을 워낙 싫어하기에 주로 야밤이나 새벽에 운전을 한다. 고속도로에는 야밤이든 새벽이든 차량이 24시간 끊이지 않아 그런지 그다지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고속도로만큼이나 잘 닦여진 국도(38번 국도를 이용함)에는 상대적으로 차량이 적은 탓인지 소위‘로드 킬’을, 한 겨울 빼고 매 차례(제천~서울, 서울~제천)마다 거짓 조금도 안 보태고 4~5회 많으면 6~7회를 목격한다. 년 전엔 직접 한 놈을 아차 하는 순간 범퍼로 밀어 버리는 불상사도 있었다. 그런데 로드 킬에 희생되는 놈들이 90%가 노루와 같은 과의 고라니다.

 

이놈들의 행태가 참으로 가당치 않을 때가 많다. 인기척을 들으면 화들짝 놀라 튀다가 저만큼 가서는 가만히 서서 뒤돌아보며 멍 때리다 제 할 짓 다하고 다시 가까이 가면 또 도망을 치고 때론 자신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는 듯 멍청히 서 있기도 한다. 한밤이나 새벽에 로드 킬을 당하는 경우가 바로 놈들의 습성 때문이다. 인도(국도)까지 넘어 왔으면 차량의 불빛이 보이면 미리 멀리 도망을 쳐야 함에도 차량이 제 코 앞에 당도할 때까지 지켜만 본다. 아무리 운전을 능숙하게 해도 차량의 가속을 멈출 수 없을 만큼의 거리에서 뛰기 시작하니 결국 객사(客死)를 하는 것이다.

 

좀 오랜 된 얘기지만, 드라마‘올인’과 영화‘타짜’의 실제 주인공 某씨의 자서전적인 책 제목이‘ 노루가 쓸개 없는 까닭은?’이다. 과연 노루는 쓸개가 없을까? 노루들의 행태를 보면 꼭 생각이 없고 정신 줄을 놓은 놈들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죽음에 이르러도 자신들의 멍청한 행동을 금방 까먹는 것을 두고 옛 선인들은‘노루는 쓸개가 없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고등동물 특히 포유류 동물이 쓸개가 없다는 건 헛소문이 틀림없다.

 

쓸개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쓸개를 한자로 표현하면 담(膽)이다. 쓸개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가 담도(膽道)와 담낭(膽囊)이 아닐까? 글자 그대로 구성하는 길(도로)과 주머니를 통칭 쓸개라고 하는 것이다.

 

작년 8월 말경 중국출장을 갔다가 갑자기 발병을 하며 조기귀국을 하여 응급실로 실려가 보니 쓸개에 돌이 잔뜩 끼었단다. 즉 담석(膽石)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담도에 돌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1차 시술로 가까스로 낀 돌을 빼내고 좁아진 담도도 넓혔는데 담낭제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워낙 체력이 달려 제거수술을 잠시 미루고 운기조식과 체력을 연마한 후에 하자고 제안했었는데 피일차일 반 년을 미루어 오다가 더 이상 미루면 암으로 발전한다는 의사 선생의 충고와 월초든가 국가스키대표선수였던 이영하 선수의 부음 원인이 담도암 이라는 보도를 보고 꺼림칙한 나머지 결심을 굳히고 지난 일요일 입원해서 월요일 수술을 했다. 물론 출중한 주치의 선생님 덕분에 모든 게 성공적이며 오늘 퇴원을 시켜 준단다.

 

위암 수술을 50대 후반에 했었다. 위의 75%를 잘라내는 큰 수술이었지만 통증을 별로 못 느꼈고 말 그대로 담대(膽大)하게 수술을 받았었는데, 그것 보다는 작은(?)수술임에도 통증은 극대화 되었고 4~5일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만큼 통증이 심했다. 나름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쓸개를 없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즉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쓸개는 곧 기운(氣運)이고 힘(力)이고 나아가 정신력(精神力)이 아닐까? 조자룡은 무예도 출중했지만 그 보다 정신력과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조조의 100만 대병 속을 필마단기(匹馬單騎)로 헤집고 다니며 아두를 구하고 또 노장 황충을 구하는 쾌거를 이루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 진짜 쓸개 없는 인간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쓸개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다. 다만‘쓸개 없는 인간’이 되기 싫어 발설을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병을 얻어 외과적 수술을 하고 없앤 경우와 쓸개를 달고 살면서도‘쓸개 없는 짓’을 하는 하등동물(모든 하등동물은 아니지만…)과 같은 인간들이 더 문제다.

 

쓸개를 달고도 쓸개 없는 놈처럼 행동하는 자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현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다. 요즘 하는 짓이 북한에 올인 했다가 실패를 하자 넋이 나간 모양이다. 멍청하게 저러다 고라니처럼 로드 킬을 당하지 않을까? 심히 저어되어 해 보는 소리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9년 3월 18일 at 6:21 오전

    큰 수술 하셨군요.
    고생 하셨습니다.
    오늘 퇴원하신다니 다행입니다만 몸조심하시고
    얼른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 ss8000

      2019년 3월 18일 at 6:47 오전

      감사합니다.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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