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와 노모(老母).

 

 

와빙구리(臥氷求鯉 또는 剖冰得鯉)라는 고사가 있다. 왕상(王祥)은 삼국시대 때 인물이다. 일찍이 친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왕융(王融)이 후취로 주(朱)씨를 맞았는데, 계모 주씨는 평소 왕융에게 왕상을 참소하고 그럴 때마다 이복동생인 왕람이 왕상과 함께 일했다. 또한 왕상의 처를 심하게 부리면 왕람의 처도 달려가서 함께 일해 주씨의 패악을 걱정했다. 어느 겨울 몹시 추운 날 계모가 잉어를 먹고 싶어 하자 이를 잡으러 언 호수로 나갔다. 그리고 옷을 벗고 얼음 위에 누웠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효자의 지극한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순간 호수가 쩍 갈라지며 잉어가 두 마리가 호수에서 뛰어나와 그것을 노모에게 바치고 극진히 모셨다는 것이다. 즉, 얼음에 누워 잉어를 구했다하여 와빙구리(臥氷求鯉)라고 하는 것이다. 효도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왕상을 으뜸으로 친다.

 

맹종(孟宗)은 삼국시기의 오나라 인물이다. 역시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노모가 갑자기 죽순이 먹고 싶다 했다. 그러나 죽순이 날 철이 아닌데 난데없는 노모의 죽순 타령에 불평 한마디 없이 대밭으로 나가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았지만 죽순이 있을 리가 없다. 노모의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하자 눈물이 샘솟는다. 눈물을 뿌리며 돌아서는데 갑자기 발 앞에서 팔뚝만한 죽순이 솟아오른 것이다. 이 또한 맹종의 효행에 하늘이 감동했던 것이다. 맹종은 감사히 죽순을 거두어 노모를 봉양했다. 눈 속에서 죽순을 구했다 하여 설리구순(雪裏求筍)이라는 고사가 태동한 것이다.

 

효도(孝道) 또는 효자(孝子 또는 孝女)얘기는 발굴(?)해 내기로 한다면 차고 넘친다. 그런데 100%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효도의 대상에는 노모(老母)가 많이 등장한다. 꼭 이유를 따진다면 과문한 늙은이의 생각엔, 엄친자모(嚴親慈母)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아들놈은 매사가 제 어미에게만 공손하고 극진하다. 약 오르게…. 다행히 극진히 받은 대접을 마누라는 반 정도 내게 나누어 주기에 그나마 자식 놈과는 불협화음이 없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가장 눈물겨웠던 것은 다른 거 다 걷어치우고 문재인의 노모(老母)를 청와궁 불러들여 경내를 안내한 장면이다. 이거 지극한 효자 아니면 할 수 없는 효도다. 국정 보다는 효도를 먼저 챙겼으니 어찌 효자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 문재인의 효행(孝行)은 교과서에 실려 자라는 꿈나무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쯤 그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잠잠하지만, 某종편방송국 사장님께서 인적 드문 장소에서 몸소 운전을 하시다가 접촉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치다가 결국 피해차량에 의해 잡힌 후 쌍방이 그만그만하게 합의를 본 것까지는 나무랄 데 없지만, 당시 손수 운전한 그 차량에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느니 아니면 없다느니 풍파를 일으키자 사장님 말씀‘노모’가 타고 계셨다는 실토를 한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하필이면 이 사건에도 효도의 대상인 노모(老母)가 등장하실까. 이래저래 우리 노모님들 자식들의 입방정 효도로 바쁘신 몸이 되셨다.

 

근데 여기 더 지극한 효자도 있다. “결혼 이후 30년 동안 전세를 살았고, 제가 청와대 관사를 나가면 집도 절도 없어 노모(老母)를 모실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는 청와대의 입 김의겸 효자 말이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은 효도가 부족한 거 같다. 30년씩이나 집도 절도 없이 노모를 모셨다고? 진짜 효자라면 얼음이 언 날이나 폭설이 내린 날 집 한 칸 내려 달라고 빌었다면 하늘이 감동 하지 않았을까? 게으른 놈이 30년을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노모를 모실 집이 생겼다니, 이런 놈은 효자 명단에서 뺄까? 넣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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