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맛과 정치.

내 비록, 대한민국 재벌기업 총수와 장관이라는 놈들을 모아 놓고 그 앞에 소위 평양랭면 한 그릇 씩 안긴 뒤 맛나게 먹는 모양을 보고그게 목구멍으로 넘어 갑네까?”라고 외쳤다던 그 평양냉면은 먹어보지 못했으나, 과거 을지로의 유명했던 냉면집을 몇 차례 섭렵(涉獵)했었다. 그랬던 그 냉면 집 중의 하나인x동 함흥냉면집이 10여 년 전 내 사는 동네에 개점을 했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 앉을 자리가 없을 만치 성업(盛業)을 이루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몇 년간 대박을 치고 성업을 하자, 그게 욕심이 나고 샘이 났던지 건물주가 막무가내로 내 쫓았다. 내 쫓김을 당한 사장양반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로 이전을 하고 개업을 했다. 그리고 쫓겨난 건물엔 여전히x동 함흥냉면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했으니 결국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한 동네 두x동 함흥냉면집이 생긴 것이다.

 

사람의 입맛이란 게 간사한 것인지 오묘한 것인지, 똑 같은 간판을 달고 영업을 했지만 쫓아낸 가게는 한 해던가? 아니면 그만도 못하게 영업을 하다가 문을 닫고 원조(?) 냉면집은 쫓겨나서도 승승장구했다. 그기에 주로 냉면만 하던 영업 아이템을 몇 가지 더 널려 계절에 관계없이 여전히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대박을 쳤다.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그 집 주방장의 손맛과 음식 맛이 손님을 모은 것이다.

 

그 집의 자랑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그 냉면을 50년 가까이 다루었다는 주방장이었다. 그래서 그 집 벽에는 그 주방장 사진 이력 등을 새긴 대형 브로마이드가 벽에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물론 주방에는 가끔 주인공의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고….

 

갑자기 산골에 터를 마련하고 서울 집을 오가다 보니 그 냉면 집과 좀은 소원(?)해 졌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만큼 횟수가 줄었다는 의미다. 어쨌든 가끔 가보면 여전히 그 브로마이드는 붙어 있었고 맛도 여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장 양반이 주방에 드나드는 것 같았고 대형 브로마이드가 없어졌다. 그 때까지도 의식을 못했는데 어느 날 마누라와 슬하의 모든 가족이 냉면 집으로 향했고 이것저것 적당히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왔는데, 난 사실 음식을 허기를 면하면 족하지 맛은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전 맛이 아닌 것은 틀림없지만 그 맛이 그 맛으로 알고 그릇을 비웠는데(먹는 속도가 많이 빠름), 당시 예닐곱 살밖에 안 된 큰 손녀 은비(어린 것이 냉면을 무척 좋아 했고 지금도 냉면을 세상에서 젤 좋다고 함)냉면이 맛이 없어,,,”라고 외친 것이다. 그때서야 마누라도 딸내미도 사위도 이구동성으로그렇지?”라고 실토를 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미각(味覺)이라는 게 간사한 것인지 오묘한 것인지? 그 어린 것의 한 마디에 맛을 느꼈으니….아니 맛이 다름을 알고도 체면상 발설(發說)하지를 안 했을 것이다. 맛이 없으면 안 가면 되는 것이지 굳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 그 후 가끔 그곳을 찾기는 했지만 맛으로 먹기 보다는 정으로(단골집) 먹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게 세월이 2~3년 흘렀나 보다. 마땅히 외식할 꺼리가 없으면 그냥 무심히 그 집으로가 냉면도 시켜 보고 바지락국수 아니면 불고기나 갈비탕도 시켜 먹으며 지내 왔는데, 불과 며칠 전이다.

 

이즈음 날씨도 더워지고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었다. 마누라와 함께 그 집을 찾아 냉면을 주무하고 두어 수저 입 안에 넣었던가? ‘오잉!?’ 음식 타박이나 맛을 크게 따지지 않는 내 입에서 마누라를 바라보며!? 맛이 다른데? 옛날 맛이 나는데?”, 그러자 마누라 역시 기다렸다는 듯맞아! 그렇죠!?”란다.

 

그뿐 아니었다. 마누라와 둘이 소곤거리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건너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일가족 입에서맛이 달라졌지? 맛있지?”라며 긍정적인 품평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옛날의 그 주방장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장인(匠人)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고, 사장 양반은 예전처럼 서빙을 한다든가 손님들의 신발을 집게로 가지런히 놓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옛날처럼 손님으로 북적거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나부터 서울 집에 오면 반드시 한 끼는 찾을 것이다.

 

사장이 주방장을 갈고 안 갈고는 사장 마음먹기 달렸다. 하지만 주방장을 갈고 음식 맛이 달라지고 손님이 갑자기 줄었다. 다행히 그는 원인을 파악했고 제대로 맛을 내는 주방장을 모셔왔으니 아마도 다시 성업을 할 것이다.

 

 

靑 결국 반쪽 경질… 조국 살리고 조현옥 잘랐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8/2019052801730.html

 

청와대 주방장 갈아 칠 줄 알았더니 결국 쓰레받기 같은 존재만 버리고 쓰레기는 남겼네. ㅉ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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