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水滸志)로 본 망국 조짐(兆朕)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의 하나인 수호지(水滸志)는 원나라 말 명나라 초에 시내암(施耐庵)이 쓰고, 삼국지연의를 쓴 나관중(羅貫中)이 각색(脚色)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호지가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은 북송(北宋)의 8대 황제 휘종(徽宗)때이다.

 

일반적으로 수호지의 전반부에는 108명의 의협(義俠)들이 양산박이라는 소굴로 모여드는 과정과 황제를 둘러싸고 권력을 농단하는 간신배들의 재물을 강탈하여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협심(義俠心)과 동지들과의 의리(義理)를 다루었다면, 후반부에 들어서는 단순한 도둑무리가 아닌 애국(愛國)지정(봉건주의 시절이니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휘종황제에 대한 충성을 다지며 마침내는 황제의 사면을 받아 도둑의 누명을 벗고 대소반란을 진압하거나 요. 금나라와의 전쟁이 참여하여 무공을 세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국가의 버림을 받고 하나하나 스러져 가다가 마지막 몇 안 되는 잔당이 모여 섬나라를 세우는 것으로 그 끝을 맺는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4급짜리 염쟁이 한 놈은 방방 뜨며 미쳐 날뛰겠지만,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수호지(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황당하게 꾸며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휘종(徽宗)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춘 황제로써, 그의 회화는 북송시대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에서도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황제로써 국정을 다룬 것은 채경(蔡京), 고구(高俅), 이언(李彦), 동관(童貫)등 황제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측근들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예술을 위해 거대한 정원석 및 정원목을 먼 남쪽에서 운반하는 데 거액의 국비를 사용하고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신법을 이용하여 증세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민중반란이 빈발하고, 군대는 이들을 진압하기에 바빴던 것이고, 이 시기 일어난 반란 중 한 가지에 힌트를 얻어 이야기를 부풀리고, 강담으로써 널리 퍼져, 후에 이것을 집대성한 작품이 바로 수호전(水滸傳)인 것이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간신배 무리 채경(蔡京), 고구(高俅), 이언(李彦), 동관(童貫)등은 실제 인물인 것이다. 수호지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간신배는 고구(高俅)이고 놈은 소설의 전반부에서 끝 부분까지 간신질 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면 고구보다는 채경(蔡京: 1047~1126)이라는 인물이 더 악독한 간신배로 휘종의 가장 측근에서 황제를 조종하고 나라를 망치게 했던 것이다.

 

어느 날인가 채경이라는 희대의 간신은 휘종에게 이렇게 아뢴다.“인생이란 사해가 내 집이요, 태평을 즐겨야 하거늘 세월이 얼마나 남았다고 사서 고생을 한단 말이옵니까? 즐기시옵소서.”이 말을 요즘 언어로 고친다면 한마디로“까이꺼! 인생 뭐 있습니까?”, 채경의 이 한마디에 그 후로 휘종은 마치 고삐 풀린 미친 말처럼 방대한 토목공사(태양광사업, 기록관)를 일으키고, 기이한 골동품이 있으면 천금을 주고 사들이고, 가무. 여색, 풍산개 기르기, 야동보기 등등…즐기지 않는 오락이 없을 정도로 쾌락에만 골몰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망친 망국의 군주로 영원히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남긴 것이다.

 

송사(宋史) 휘종기(徽宗紀)에는 북송이 망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휘종기에서 따옴)

 

<<<<휘종이 나라를 잃은 까닭을 따져보면 진혜(晋惠?: 미상의 인물)의 어리석음도 손호(孫皓: 삼국지 吳의 마지막 황제로 포악잔인 했음)의 포악함도 아니요, 조(曺: 조조 일문), 사마(司馬)의 찬탈도 아니다. 오로지 그 개인의 보잘것없는 꾀만 믿고 마음을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써서 정직한 인물을 배척하고 간시 아첨배를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채경(조국)이 그 천박하고 간사한 재주로 교만하고 사치스러우며 음험한 뜻을 부채질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 것이 결국 백성들로 하여 허무주의에 빠져 삶의 힘을 바닥나게 했다.>>>로 되어 있다.

 

그 끝에 이르기를, <<<황제가 채경 따위와 더불어 국정을 게을리 하고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농단(隴斷)하고, 날마다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지산 일삼다가 어느 날 나라는 깨지고 치욕을 당하고 만 것이다.>>>>

 

오늘의 얘기 끝에 우리의 현실을 대입 시켜보면 어떤 놈이 휘종이고 또 어떤 놈이 채경(蔡京), 고구(高俅), 이언(李彦), 동관(童貫) 따위의 간신배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제위께서…. 여백으로 남긴다.

 

 

덧붙임,

썰을 재미나게 하려다가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쳐 첨부합니다. 휘종이 정작 못난 짓을 한 것은, 금나라가 일어나자 금나라와 동맹을 맺고 요나라를 협공하기도 다시 요나라에 사신을 보내 협약을 맺는, 요즘으로 치면 북쪽 빨갱이와 어떤 미친놈의 등거리 외교나 운전사 행세를 하다가 결국 눈치를 챈 금나라에 의해 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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