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모에 그 자식들.

며칠 전 위암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고 그 후로 심경의 변화가 생겨 마당 있는 집을 찾아 이사를 한 게 15년 전이었다는 글을 올렸지만, 그 집을 사면서 또 사고 난 뒤 사연이 많았던 집이다.

 

간략하게 돌아보면, 집을 계약하기 위해 부산에 사시는 주인양반께서 일부러 올라 오셨는데 갑자기 마누라의 변심으로 계약을 할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거짓말 한 게 돈이 모자라 집을 살 수 없다는 핑계를 댔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죄송한 마음으로 부산까지의 왕복비행기표를 부담하겠다고 얘기하며 이런저런 인생, 정치, 사회 얘기를 하는데 주인양반께서 내 얼굴을 한참 보시더니 거친 부산사투리로혹시 오 방장님 아닙니꺼?”하시는 거다. 깜짝 놀랄밖에…“아니 어떻게 저를….”, 그러자내 오xx!(알고 봤더니 저명인사 분이었다.)”라며 자신의 게시판 상 닉네임을 말씀 하시는데

 

당시 조선일보에는 독자BBS라는 여러 장르의 게시판이 있었다. 그 중 하나인정치. 시사사이트에 시대유감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어찌하다 외람되게도 그 코너의 관리를 하게 되었고 이름 하여방장의 감투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러하지만 글과 함께 가끔 사진도 올리고 했었는데 머리가 비상하신 그 분께서 나의 지론(持論)이나 말투가 이런저런 글의 맥락과 부합된다며 그런 식으로 물어 오셨던 것이다.

 

그 순간 내심 섬뜩함(()조심 해야겠다는…)과 그 반가움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항상 그 분의 지론 역시 나의 그것과 동일했으니 얼굴은 뵙지 못했지만 게시판상의 동지이자 막역지우(莫逆之友)였는데 그런 식으로 조우를 했으니 다시 표현하지만 반가움을 어디다 비길 것인가.

 

그렇게 우연히 상면(相面)을 하고 수인사를 닦고 분위기가 차분해진 다음 그 분이 내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의 해 온 것이다.“돈이 모자란다고 했어요? 그라마! 이캅시다. 얼마가 됐던 주는 대로 주고 나머지 돈은 1년이고 2년이고 갚아 나가이소!”그리고 덧붙이기를내 오 방장님 같으면 미씁니다.”….이거 말이 되는 소린가? 아무리 그렇기로 생판 처음 보는 놈에게 그런 무지막지한 농담 같은 제안을 한다는 게…(자랑이 아니라 사실 집이 덩어리가 컸다. 원래 그 집을 건축한 이는 某섬유회사의 회장되는 양반이 지었던 것이었다.) 1~2억 한두 푼 하는 집도 아닌 것을 반도 안 되는 돈을 먼저 받고 나머지는 세월을 두고 갚아도 좋다니…“! 이전등기 안 해드릴까 걱정되능기요? 그거 먼저 해 드리리다.”고맙기도 하지만 놀랍고 당황스럽고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 자리에서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내 결정은 유선 상으로 드릴 터이니 부산으로 가 계실 것을 말씀드렸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망설이다 마누라에게 고했다. 물론 좀 전에 있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빼지도 보태지도 않고 얘기를 했던 것이다. 아무튼 참 거시기 하지만 우리 집 경제권은 마누라가 쥐고 있고 더구나 마누라의 내락이 없으면 새 집을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인데 내 얘기를 끝까지 경청한 마누라아이고! 그 분이 그렇게 나오시는데 어떻게 외상으로 집을 산단 말이오. 차라리 그 집을 일부 저당(당시는 가능)잡히고 삽시다.” 외상으로 집을 넘기겠다는 양반도 통 크지만 우리 마누라 역시 작은 통머리는 아니다.

 

그 다음 날로 계약에 들어갔고 은행에 저당 잡히고 완불을 해 드렸다.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인연을 맺고 선배님(나 보다 3~4세 연상이시다)으로 깍듯하게 모시고 지낸다. 사실 오늘 주제는 위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옹박이라는 태국영화가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었다. 소위 태국 전통무예인 무예타이를 주제로 한 선악대결 구도를 그린 영화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두목이 목소리가 없다. 성대가 고장이 났거나 후두가 잘못 됐거나아무튼 말을 할 수 없다. 대신 모가지에 조그만 송이버섯만한 기계를 갖다 대고 말을 하면 그 기계의 떨림으로 기계음이지만 의사표현이 되는 그런 인물이다.

 

위의 집을 나름 좋은 조건으로 산 뒤 수리(리모델링)를 하고 싶었던 차 이곳저곳 업자를 찾는 과정에 마침 빈집 대문에 리모델링 전문업체라며 명함이 꽂혀있다. 기왕 그곳에도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xx지요?” 그런데라고 하는 대답인지 뭔지..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이 말하는 것 같다. 어떤 놈이 장난하나..? 하고 끊으려다 그래도 재차여보세요! xx지요?”라고 했더니 , 맞습니다. 말씀 하세요그러나 여전히 로봇이 말하는 장난전화다. “데끼! 장난을 하고gr이야!”그리고 막 끊으려는 찰라잠깐만요! 이 전화 장난 아닙니다.”, “근데 왜 목소리가…?”, “! 제가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통화내용을 정리해 보니 이해가 간다. 순간 그야말로 동병상련(同病相憐: 암환자라니..)의 애틋함이 나로 하여 그 업체를 방문하게 만든다. 역시옹박에 나오는 악당두목과 같은 그런 기계를 모가지에 대고 대화를 한다.

 

업체는 동네어귀에 있었다. 고생을 해서 그런지 바싹 마르고 뼈만 남은 듯하다. 난 이런 거 그냥 못 본다. 연민(憐愍)의 정이 팍팍 솟는다. 견적을 부탁하자 며칠 뒤 집으로 가져왔다. 대충 훑어보니 몇 군데 받은 금액보다 좀 비싸다. 그러나 같은 암환자이고 장난전화인 줄 알고 gr이라는 욕까지 했으니 미안하기도 만약 하자가 있으면 동네어귀에 있으니 보다 쉽게 보수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으로 계약을 했다. 전체 금액 12천 도장 쾅 찍고 악수하고

 

3개월 가까이 공사(약속 날짜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됨)를 하고 입주를 하려니 몇 가지 보충하고 싶었다. 처음 집을 살 때 정원수와 정원수 사이에 헤먹을 달아 놓고 즐길 만큼 아름드리 정원수가 너무 많아 그것들을 일부 속았는데 속고 나니 허전했다. 그 자리에 정자(亭子)를 짓고 몇 군데 미흡한 곳을 보완요청 했다. 보완요청 할 당시 정자의 견적은 천만 원..그리고 기타는(계약이고 뭐고 없이 워낙 간단한 것들이라..)구두로….

 

공사가 다 끝나고 2차 견적과 함께 대금청구서를 가져오랬더니 9천만(121차금 액은 이미 모두 지급된 상태)원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억 소리 나도록 환장할 지경이었다. 요목조목 따지고 다시 전문가에게 상담료를 지불하고 아무리 금액(넉넉하게 잡아도..)이 많아도 3천 이상은 안 된단다. 어쨌거나 공사를 시켰으니 지불은 해야겠고 전문가의 조언보다 천만 원을 더 올려 4천만 원에 종용을 했으나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소송을 한 것이다.

 

금액이 5천만 원 차이가나고 억울해도 내가 억울하건만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몇 차례 놈과는 법정에서 만나고결국 추가금액 4천만 원에 승소를 했다. 사실 오늘 주제는 이 얘기도 아니다.

 

재판을 하며 안 사실인데 놈은 상습범이었다. 나와 재판을 하면서도 유사한 재판이 다섯 건이나 더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 사실을 알고 그들과 연대를 했다. 혹시 누구든 증언이 필요할 때 증인으로 나서는 것으로나를 제외한 다섯 사람은 놈이 상습범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나의 연대 제안과 조언으로 세 가정이 놈과의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내 집으로 수박이랑 사과 상자를 들고 온 것은 훗날의 얘기다.

 

놈은 자신의 핸디캡을 간교하게 악용하는 놈이었다. 놈의 사무실엔 예쁘장하게 생긴 딸년과 우직하게 생긴 아들놈도 함께 일을 했는데 평소 간이라도 빼 내 줄 것같이 살살거리던 딸년과 아들놈이 모든 소송을 아비 대신 진두지휘하는 모습에 아연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놈은 소장을 내기 위해 관할경찰서를 찾아갈 때마다 자신은 암환자에 목소리도 잃은 약자 코스프레로 경찰을 가지고 놀았고 심지어 청와대 경호실(노무현 당시였다.)직원과도 소송이 있었는데 청와대 민원을 넣기까지 하는 악독한 놈이었던 것이다. 놈을 처음 보는 이는 아픈 척 그리고 기계음을 낼 때 불쌍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비라는 놈이 자식새끼들과 동업(?)을 하며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하지 않고 소비자의 등을 처먹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남남이라도 그러할 진데 제 새끼들에게 악행을 가르치고 그것을 악용하는 그런 개자식의 비정상적인 영업행위가 얼마나 오래갈지부모가 되어 새끼를 비른 길로 인도하지 않고 저만 잘살겠다는 그런 개새끼가 있기에 지난 일을 회상해 보는 것이다.(당시는 솔직히 놈을 악덕업자로 조선일보 사회부에 고발까지 하려 했었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자식새끼는 바르게 인도하려고 노력하는데….이미 그 자식들은 제 부모의 악행을 답습(踏襲)하고 즐기는 행태를 벌이고 있는 집구석이 있기에 오늘의 얘기가 장황했다. 부모가 잘못 되 가면 자식이 몽둥이찜질을 받더라도 그 부모에게 충언들 드리는 게 또한 바른 가정이 아닐까?

 

조국 딸 인턴 안 하고 증명서 발급 받은 적 없다“…母 소환날 첫 언론 해명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3/2019100301273.html

4 Comments

  1. firtuklo imutrzas

    2020년 4월 4일 at 12: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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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 5일 at 7: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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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티즌

    2020년 6월 25일 at 2:53 오후

    안녕하세요. 2000년대 초반 시대유감에 드나들던 네티즌입니다. 오랫만입니다. 17-8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 ss8000

      2020년 6월 25일 at 4:13 오후

      아~! 안녕하세요?
      가물가물 하지만 기억이 날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 아마도 미국에 계신 걸로….

      혹시 틀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아무튼 정말 오랜만입니다.

      살아 있으니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군요. ㅎㅎㅎ…
      정말 반갑습니다.

      어떻게 이런 골짜기를 다 찾아 주시고,
      여하튼 이런 건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제 다시 뵈었으니 자주 뵙기를 소원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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