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부모님께 드립니다.

충청도 제천 골짜기에 사는 일흔 둘의 늙은이입니다. 두 분께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어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또한 어떤 미사여구(美辭句)로 위로를 드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민식이의 사고에 대해 늦었지만 심심한 애도와 함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민식이 사건은 언제나 그러하듯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이라 잠시 신문으로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나는 일들이고 언론도 또 국민도 크게 기억하지 않는 일반 교통사고 중의 하나로 치부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 늙은이가 두 분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된 그날, 사실 그 프로에 대해 관심도 흥미도 없었답니다. 리모컨으로 TV채널을 한 단계씩 올렸거나 내리는 중, 어떤 방송국인지 또 무슨 프로인지도 모른 채 젊은 남녀 두 분이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나왔고 뒤이어 여성분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목격했답니다.

 

이 늙은이가 그 순간 채널을 고정시킨 것은, 처음 보는 배우이고 워낙 인물이 출중한 남녀 배우가 어떤 상황(狀況)극을 연출하는 줄 알고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남녀배우가 아닌 민식이 부모님이라는 걸 알게 되며 끝까지 그 프로를 보았답니다. 그리고 프로가 끝날 때까지 이 늙은이 역시 한 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

 

더 슬프고 안타까웠던 것은 사실 이 늙은이에게도 민식이와 같은 또래의 초등학교 2학년 손녀가 셋이나 있답니다. 그 프로를 보는 내내 만약 저런 사건이 내게 일어났다면 그게 사고이든 부주의든 나는 결코 그 가해운전자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행법을 넘어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가해자를 응징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횡단보도 그것도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아이를 치고 3m를 더 끌고 가서 차량을 세웠다는 것은 부주의가 아니라 그 이상도 의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 후 두 분은민식이법을 위해 생업도 포기한 채 관계기관으로 국회로 백방으로 뛰며 오늘에 이른 것이고 그야말로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처음엔 관심조차 없던 지상파 방송국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프로에서 두 분을 출연시킴으로민식이법에 대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민식이법은 두 분의 청원 뿐 아니라 이 나라 꿈나무들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입법화 되어야 합니다. 비단민식이법뿐 아니라 민식이와 유사한 피해를 입고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진 또 다른민식이법도 함께 통과되고 입법화 되어야 합니다.

 

민식이 부모님!

이 늙은이가 오늘 두 분께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장황한 서론을 마치고 이제부터 드리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18일 채널A아이콘택트라는 프로그램에서민식이법에 관한 청원이 방송된 직후 지지부진한 국회를 향한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의 비난에 여야 국회의원들은 그 법을 입법화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민식이법을 위해 여야나 진. 보를 따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법이 통과 된다면 여야든 진. 보든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통과가 될 것이고 입법화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 과정입니다.

 

두 분께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여야 진. 보가 갈리고 패거리지어 머리가 깨지고 코피를 흘려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오로지민식이법만 통과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행으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민식이법을 통과하고 만들어주어야 할 정치권의 더러운 이전투구 때문에 그 길이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답보(踏步)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시점에서 누가 옳고 그름은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이런저런 기사 특히 종북좌익세력 신문들의 표현은 한결같이 “ ‘민식이법‘, 한국당 필리버스터에 발목 잡히나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필리버스터 방침…법안 처리 무산 가능성이라며 야당과 보수진영에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여야정쟁을 떠나 한국당의나경원 선거법 상정 않으면 민식이법 이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여당은 아예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며 개최 자체를 무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간교(奸巧)한 행태는 소위 대변인을 앞세워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사람을 살리자라며 외칩니다. 마치 자신들만이 사람을 살리는 법을 만들고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듯 한 더러운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자들이, 살겠다고 탈북한 동포를 강제 송환시키고, 북한에 대한 UN인권법상정에 참여도 않고, 흉악범이나 살인마들의 사형집행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반대하며 민생을 그토록 최우선 한다는 자들이 정치영역을 벗어난민식이법을 방패삼아 오히려 야당에게 모든 덤터기를 씌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민식이가 왜 협상카드 돼야 하나… 엄마의 오열

http://www.donga.com/news/Main/article/all/20191130/98601283/1

 

민식이 부모님!

맞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왜 민식이가 더러운 정치가들의 협상카드가 되어야 합니까? 정치는 정치고 민생법은 민생이 아니겠습니까? 누구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야당 대표는 분명히 선거법과 민식이법을 분리해서 상정하자고 외쳤던 것입니다.

 

민식이 부모님!

미리 말씀 드렸지만 민식이 법은 반드시 통과되어 제도화 되어야 합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은 오열하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비록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도 틀림없이 통과되도록 온 국민이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이 늙은이도 가느다란 머리카락 같은 힘이라도 보탤 것을 맹세합니다. 그날까지 두 분 내내 강건 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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