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Or Not To Be”

장인영감님은 도대체 말씀이 없으신 분이다. 아무리 좋아도 그저 빙그레 한 번 미소 짓는 게 끝이고 아무리 화가 나셔도 속으로 삭이시지 미간 한 번 안 찌푸리셨다. 그래서 그랬던지 술. 담배를 전혀 못하심에도 60 중반에 돌아가셨다.

 

처남(妻男)이 둘이다. 큰 처남은 나보다 두 살 위고 작은 처남은 세 살 아래다. 그러나 둘 다 손위가 된다. 왜냐면 나와 마누라 나이 차가 여덟 살이라 처남 둘 다 오빠가 되기 때문이다.

 

장인영감님은 무골호인(無骨好人)이시다. 말 그대로 법 없이 사실 분이고 그렇게 사시다 가셨는데, 아들(처남) 둘은 정말 대비가 되는 인물들이다. 큰 처남은 젊은 시절부터 개차반이고 개새끼였다. 개인적으로 돈도 많이 뜯기고 알고도 사기를 당해주고 아무튼 인생을 정말 지저분하고 더럽게 산 인간인데 아직도 그 버릇 개 못주고 개차반 짓을 하고 있다. 어떤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수 년 전“개새끼!”라고 욕을 해 준 후 이제 절연(絶緣)을 하고 산다. 두 번 다시 만날 필요도 이유도 없고… 그래서 처가 제사 땐 마누라만 보낸다. 반면 작은 처남은 지금까지 얘기한 ‘개차반, 개새끼’의 생활이나 행동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작은 처남의 인품을 알 수 있다. 장인영감님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지고 태났다.

 

내 처가(妻家)는 수원 백(白)씨 집안이다. 백씨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수원을 본관으로 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본관이 꼭 수원이라서가 아니라 선계(先系)를 잃어 수원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90% 이상이 수원 백씨이므로 백씨들은 일가(一家:한 집안)라고 하지 친척(親戚)이라고 하지 않는다. 흰 백(白)이라는 글자 자체에서 뿜어 나오는 이미지처럼 깨끗한 이미지라, 크게 자랑할 만한 가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삼이사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한미하거나 오욕(汚辱)적인 가문도 아니다. 나의 큰 처남 같은 놈이나 현금 이 나라를 개차반으로 만든 백원우라는 자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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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3/2019120300086.html

 

이쯤에서 그 분의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와 함께 삼가 옷깃을 여미고 조의를 표하고 싶다. 가신 곳에선 더러운 정치판의 희생물이 되지 마시기를 또한 빌어 드린다.

 

얼마나 갈등(葛藤)과 번민(煩悶) 그리고 고뇌(苦惱)를 했을까. 그 양반의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안 봐도 비디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이아침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어디선가A씨라는 양반의 성씨가 白씨라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집히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처가와 그 형제의 삶이 실루엣처럼 떠올랐고 흑백의 활동사진처럼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자신을 발탁(拔擢)한 자가 백원우였다. 싫 컨 겁나건 수직 상하관계의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일가(一家)의 상전이다. 그래서 그가 죽음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일가(一家)와 국가(國家) 사이에서 갈등(葛藤)과 번민(煩悶) 그리고 고뇌(苦惱)를 했던 것이다. 일가를 살리자니 국가를 배신해야 하고 국가를 배신하자니 양심이 허락지 않고, 그야말로 햄릿의“To Be Or Not To Be” 그리고 햄릿처럼….

 

늘 그랬다. 나도 그러했지만 개차반인 큰 처남 놈의 패악이나 행패를 반대하거나 거절을 못했었다. 나야 예외로 하더라도 작은 처남은 항상 제 형에게 부대끼고 뜯기고 뒤돌아서 한숨 쉬고 눈물지으며 살아 왔던 것이다. 그런 생활이 수년 전 장모님 별세로 끝이 나고 이젠 강원도(작은 처남)와 경상도(큰 처남)로 그리고 나(충청도)대로 흩어져 살고 있다. 따라서 백원우 한 놈만 잡으면 나라가 평온 해 질 것이다. 우리 집안의 평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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