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콩이 이야기

 

 

며칠 전 우리 집 콩이의 애틋한 얘기를 했지만…오늘은 콩이에 관한 좀 속상하는 얘기를 해야겠다.

 

콩이는 나와 함께하며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했다. 며칠 전 얘기한 여름날 열 마리 중 세 마리를 사산했을 때가 첫 출산이고, 그 후 2년 쯤 지나 큰 손녀 은비 유학 관계로 캐나다에 있는 큰딸에게 갔을 당시 발정을 한 콩이가 목줄을 끊고 윗집 최공네 개에게 춘정을 못 이기고 제 스스로 들이대는 사고를 쳤는데 그게 또한 생명을 잉태했으니 두 번째 임신과 출산이었다.

 

당시 최공은 캐나다에 있는 내게‘형님네 콩이가 우리(개 이름을 잊어 먹었다)xx랑 정을 나눈 거 같은데 아마도 임신 한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주었었다. 귀국 후 시간이 지나며 콩이의 배는 눈에 띄게 불러왔고 그 때도 한 여름날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었다. 정말 원치 않는 임신이었지만 그야말로 동물의 원초적 본능에 생겨난 생명이니 어쩌겠나. 그 사건으로 나는 최공과 개 사돈이 되어 이따금 만날 때마다‘사도~온!’하며 농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솔직히 첫 번째 출산한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두 번째 출산한 여섯 마리를 없애느라(분양)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식대와 술 값 꽤 들이고 분양을 했었다. 요즘은 산골에도 웬만하면 개를 기르려 않는다. 옛 날이야 단백질 공급이나 구황(救荒)용으로 개들을 길렀으나 요즘은 산골도 고기가 넘쳐나니, 개고기 마니아가 아니라면 굳이 개를 먹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산골에도 이젠 cctv가 마을입구나 요처에 설치되어 있어 방범용 개 기르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마을에 아직도 개(공장)를 기르는 이가 있으니, 울 건너‘이 반장 형님(이하 반장형님)’이다. 반장형님네 여동생이 충주시내에서 제법 큰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 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사료를 하기 때문에 때론 십 수 마리의 개를 길렀다가 복날 가까이 그것들을 수집(?)하러 다니는 개장사에게 팔고 하는 것이다.

 

사실 두 번째까지 출산한 콩이의 새끼들을 반장형님에게 맡기면 얼씨구나 좋아 할 것이고 간단하지만 개장사에게 팔아먹는 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줄 수가 없었다. 특히 마누라의‘반장님에게 강아지 주면 알아서 해요!’라는 협박 때문이라도 그리 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 때는 갖은 고생 끝에 콩이의 자식들을 나름 안전지대로 무사히 산개(散開)시켰는데…..

 

지난 달 하순 경 윗집 최공으로부터 전화(서울로)가 오기를, 형님네 콩이가 또 목줄을 끊고 윗동네로 드나드는데 가만히 보니 윗마을 S네 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며칠 다녔다는 것과 아마도 임신 했을 거라는 전언과 목줄을 끼워주려고 가까이가면 물듯이 으르릉거려 접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과연 며칠 뒤 산골로 내려와 보니 콩이는 얌전하게 제 집 앞에서 나를 반긴다. 빠진 목줄을 다시 걸어주었고 산골은 평온을 찾았다.

 

그날도 거실에서 TV를 보며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눈 끝으로 무언가 스치는 것 같았다. TV화면을 잘못 보고 혼동을 일으켰을까? 다시 집중하는 그 때 역시 어떤 느낌이 온다. 창밖을 얼른 내다보니 하얀 백구다. 뉘 집 개 인진 모르지만 제법 실한 백구다. 순간 화가 치민다. 저 놈이 어쩌면 콩이를 강간했거나 화간(和姦)을 하고 임신 시킨 놈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미는 것이다.

 

실내(室內)라 놈을 응징(?)할 그 무엇도 없다. 마침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효자손을 집어 들고 살금살금 현관문을 밀어 붙이고 출기불의로 갑자기 천등산이 무너져라“이런! 개xx!”라며 소리를 치고 효자손을 마구 흔들며 놈을 쫓는 흉내를 냈는데, 옴마! 놈은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나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한다. 차라리 도망치는 흉내라도 냈으면 그냥 들어 왔을 텐데 놈이 약까지 올리는 것이었다.

 

요오씨!(이 놈의 개xx!), 그리곤 주위에 있는 돌멩이를 몇 개 집어 들고 놈을 향해 뛰어가자 그 때서야 놈은 달아나기 시작하는데 방향이 윗동네(사실 그 때까지 최공이 알려 준 S네 개 인줄 알았음)가 아니라 울 건너 반장형님네로 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구네 개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놈이 먼저 나를 흥분 시켰으니까….

 

정말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며 따라가 돌멩이를 놈에게 집어 던지자 놈도 당황 했는지(반장형님네 집을 몇 바퀴 돌다 멈추면 또 따라가고, 그렇게 3~4차례 하자)그때서야 집을 포기하고 아랫동네로 멀리 튀는 것이었다.

 

아무튼 놈과 그런 소란을 벌이고 반장형님에게 항의를 하려고 막 돌아서려는 순간 갑자기 비닐하우스(요즘 산골엔 고추모종 및 기타 모종을 키우고 있다)에서 반장형님이 나타난다.

 

반장: 이!? 머여!? 오랜만이네.(반갑게 인사를 땡긴다)

나: 에에이! 씨x(이 정도로 농담..)!오랜만이고 뭐고 간에 형님은 개를 풀어 놓고 그러슈!? 쯥!

반장: 그러게 말이여! 미안 혀! 한 번 끌러진 다음엔 통 잡히질 않네 그랴!

나: 아이 참! 몇 년 전에도 애를 먹었잖아요? 저 개xx가 우리 개 임신을 시킨 거 같은데…씨x! 어쩌면 좋아요!? 여하튼 개 단속 좀 하쇼!(화가 많이 난 것처럼 큰 소리를 쳤다. 다만 나도 생각이 있어서다.)

 

(사실 반장형님네는 몇 해 전에도 수놈 한 마리가 탈출하여 다섯 가구던가? 온 동네 암컷에게 놈의 씨를 뿌려 원치 않는 임신을 시켰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놈은 아랫마을 또 다른 발정 난 암캐를 넘보다 덫에 걸려 잡혀 그을림을 당하고 그곳 주민들의 뱃속에 장사를 치른 적이 있었다.)

 

반장: 알았어! 잡도록 노력해 봐야지….

나: 말만 하지 마시고 꼭 좀 잡아요. 그리고 만약 우리 개 새끼 낳으면 젖 떼고 몽땅 형님네 갖다 놀 테니 알아서 하쇼!(그런데 이 표현은 사실이다. 정말 이번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반장형님이 팔아먹든 키워 먹든 나로선 이 방법밖에 없기에 미리 설레발을 친 것이다.)

 

반장:……(반장형님네는 전과 같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개를 기르고 있다)

나: (반장형님의 풀 죽은 모습에 의기가 양양한 나머지) 아무튼 난 새끼 몽땅 형님네 집으로 가져 올 테니 그런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돌아서 보무도 당당히 몇 걸음 걷는데…

반장: 잠깐만!! 우리 개는 암캐여!!

나: (등줄기로 식은땀이 쫙 흐른다)머요!? 암캐라고?

반장: 그려! 암캐…..

 

그제 반장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나: 형님! 옷 사이즈 얼마 입습니까?(최대한 공손하게..) 100입니까? 105입니까?

반장: 왜그랴? 100도 좋고 105도 좋고 아무거나…

나: 알았수!

 

그제 큰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엘 간다며 그리고 아빠 봄 T샤쓰라도 사겠다며 전화가 온 것이다. 마침 브랜드 아웃웨어 세일기간이라며…봄T고 뭐고 사계절 거 많으니 그만 두고 100짜리로2개를 요청했다. 당연히 반장형님 것이다.

 

콩이가 언제 새끼를 낳을지? 아니면 임신을 안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만사 불여튼튼이라지 않든가? 만약 콩이가 또 출산을 하면 이번엔 정말 반장형님네로 몽땅 맡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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