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와 감사의 말씀

이번 호우로 집에서 좀 떨어진 300평 정도의 고구마 밭이 완전히 쓸려나가고 밭의 일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개울이 되 버렸다. 또 울 안의 문전옥답(?) 100여 평 정도는 토사가 주인이 되 버렸다. 마을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산사태가 났지만 정말 다행한 것은 인명피해가 없다는 사실이다.

 

면(정부)에서 재난신고 받는 것은 다행히 농경지와 가옥을 구분해서 받는다. 나야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는 관계로 농경지 유실은 복구(사실 언제가 될지 모른다)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가옥만큼은 당장 생활을 해야 하므로 조속한 복구가 절실했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것은 사실 축대이고 그곳이 무너지며 산사태로 인한 토사와 온갖 쓰레기들이 집안으로 들이닥쳐 운신조차 힘들었지만 면정부의 발 빠른 조치로 드디어 어제부로 산더미 같았던 퇴적물(堆積物)들이 말끔히 치워 졌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재난은 지난 2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거의 열흘 째 이곳을 포함한 충청도(중부)일대는 어제까지 호우경보 상황이었고 실제 연일 폭우가 쏟아졌다.

 

발표에 의하면 이번 제천지방 재난지역 중 가장 피해가 심했던 곳이 제천 시내 중심일대와 봉양읍 그리고 내가 사는 백운면이라는 것이다. 경황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백운면 중에서도 대월(우리 마을). 소월 일대라는 전언이다.

 

캐나다로 이민 가는 딸아이와 쌍둥이 손녀를 배웅하고 돌아와 보니 한심하고 기가 막힌다. 어디서부터 복구하고 정리해야 할지… 막연했다. 그러나 면정부의 발 빠른 조치로 여러 대의 중장비와 덤프터럭이 재난복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 우리 마을엔 도로 및 농경지 침수 및 유실이 많이 났지만 가옥 피해를 입은 것은 나와 위쪽으로 좀 떨어진 K씨네(이 집은 아들 차와 마당이 매몰되어 없어졌단다.)집이다. 매사엔 선후(先後)와 완급(緩急)이 필요한 법. 따라서 도로는 차량이 소통이 될 정도면 되는 것이고 우선 급한 것은 파손 및 침수된 가옥들이다.

 

중장비의 굉음 때문인지 현장 지도를 하는 이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통화가 됐다. 욕이 튀어 나왔다. 도로도 도로지만 먼저 사람이 살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집중호우로 지반이 연약해진 천등산이 무너지도록 이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사실 이장(우리 바로 아랫집)도 우리 집에서 흘러간 토사로 마당이 완전히 묻힌 상태였지만, 내 고함 소리에 놀랐는지 아니면 마을 책임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함인지 금방 중장비를 올려 보내 주었다.

 

나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내 집의 아주 급한 곳(것)만 해결하고 보다 심각한 곳의 복구를 위해 중장비는 떠나간다. 그 장면이 캐나다로 멀리 떠난 딸아이 같이 섭섭하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제는 억수 같이 내리는 호우 사이로 이 고을의 사또이신 면장님과 삼방(이방. 호방. 공방)직원 그리고 새마을 부녀회원 열댓 명이 새카맣게 몰려와 따갑도록 때리는 빗속에서 가장 난해(難解)한 뒤꼍을 깨끗이 복구해 주었다. 드디어 집의 모양이 나온다. 뿐만 아니다. 어제는 중장비와 함께 덤프터럭이 동원 되어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퇴적물을 25톤 트럭으로 근 10 차를 싣고 감으로 완전 복구가 되었다. 솔직히 요즘 공무원들 복지부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토록 민원에 적극적인 줄… 이번 감동을 받았다.

 

 

인사가 많이 늦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고을 사또님과 3방 면 직원 분들 그리고 새마을 청년회 李회장님과 자원봉사 나오신 부녀회 회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면장님과 면 직원 여러분들께서는 오늘과 같은 자세로 대민(對民)공무(公務)를 해 나간다면 우리 백운면은 물론이거니와 제천시로 충청북도로 나아가 국가의 훌륭한 공복(公僕)의 일원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대들에게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촌로가 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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