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200만원

땅 욕심을 좀 냈던 것은, 당시 50이 넘었건만 빌빌거리던 동생이 있어 정이 하는 일이 제대로 안 되면 이곳으로 내려와 농사라도 지었으면….하는 마음이었고 그런 내 마음을 전했더니 본인 보다 계수씨가 더 펄쩍 뛰며‘굳이 농사를 지을 거면 친정(전남 구례)으로 가지 뭣 하러…’, 다시 그런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사업자금(모두 자영업)은 절대 못 대주지만 너희들 비빌 언덕은 되 줄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다. 다른 건 몰라도 너희 중 누구든 잘못 되더라도 손녀들 교육(원한다면 요즘 대세인 유학 포함)은 끝까지 책임져 줄 것이며 하다못해 사글세 방 또한 책임져 주마. 그리고 원한다며 농사지을 땅은 충분하니 너희 직분에 충실 하라고. 그런데서 용기를 얻었는지 다행히 이런 코로나에도 큰 사위와 아들 굳건하게 잘 버티고 둘째 딸과 사위는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사실 쌍둥이가 태어나자마자(비단 쌍둥이 뿐 아니라 모든 손녀들)그 아이들을 위해 보험을 든 게 있는데 이번 이민 길에 해약을 했더니 큰돈은 아니더라도 약5천만 원. 한 아이 당 2천여 만 원이다. 그곳 은행 계좌가 계설되면 송금해 주려고 한다. 아마도 저희들은 공 돈 같을 것이다.(사실은 저희가 내게 준 용돈을 안 쓰고 모은 것이다.ㅋㅋㅋ…)

 

얘기가 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지만, 그렇게 땅 욕심을 내고 10여 년을 살아 보니 크게 후회가 된다. 농사를 너무 가볍고 쉽게 봤다. 땅을 놀릴 수 없어 이런저런 작물을 심고 거름 주고 농약치고…농자금이 매년 수백만 원 들지만 소득은 전무. 어떨 땐 먹을 양도 제대로 안 나와 오히려 사다(특히 고추)먹곤 했는데 사실은 농자금 손해 보다는 고된 농사(?)일로 피로가 쌓이고 몸이 망가지는 것이었다. 하여 수년 전부터 문전옥답 빼고 농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는데, 공짜로 밭을 빌려 주었으면 좀 깨끗이 했으면 좋으련만 농사 지어먹은 뒤끝 정리는 감자니 고구마 한 상자 얻어먹은 죄로 내가 하는 게 너무 속상해 지금은 아예 조금씩 팔아서 생활비와 용돈으로 쓰고 있다.

 

지금 사는 집은 약200평의 시유지 포함(산골은 그런 게 좋다. 자신의 소유처럼 쓸 수 있는 국유지나 시유지가 붙어 있는 땅)1500평 정도다. 사실 다른 농지가 없어도 텃밭이라기엔 좀 넓은 대지(약900평)다. 그곳에 전 주인들이 지켜온 공부(公簿)상으로 딱 30평(농가주택의 리미트)의 구옥이 한 채 있고 나는 그곳에서 2년을 보내며 지금 살고 있는 새집을 지었기에 구옥을 아래채라고 부른다.

 

위채를 짓고 그곳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큰누나. 매형 그리고 장모님으로…그런데 세 분 다 세상을 뜨고 그 아래채는 비어 있다. 내 주거지인 위채에 가려면 아래채 마당을 통해야 하고 차고 역시 아래채에 있다. 마누라와는 주말부부인 관계로 혼자 살며 아래채가 빈집으로 우두커니 있는 게 을씨년스러울 때가 있다. 먼저 가신 분들 생각도 나고 또 외롭고…벌써 3년 째 빈집으로 있는 게 거시기 해 올 봄에 정식으로 부동산에 팔아 달라고 했지만 아직 임자가 안 나타난다.

 

공부상 가격이 5천만 원 가량 되고 그기에 따른 세금, 뿐만 아니라 다주택에 포함도 되고 등등 싹 허물고 맨땅으로 만들어 팔까? 생각하다가, 좀 수리만 하면 그런대로 충분히 살만한 집이고 어떤 매입자는 그런 농가가 있는 집을 원 할 수도 있기에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있던 중이었다.

 

지난 며칠간 엄 서방 얘기도 재난 얘기도 했지만, 사실 이 얘기는 빼 먹었다. 이번 폭우에 위채는 산사태로 축대가 무너지고 토사가 밀려오고 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래채는 침수(浸水)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집중호우의 재난이 일어나고 정부는 황급히 이곳을 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후 면에서는 피해신고를 접수 한다기에, 300여 평의 고구마 밭 그리고 일부 농지가 개울둑과 함께 유실된 것 그리고 산사태로 인한 축대 무너짐과 산처럼 쌓인 토사 피해 그리고 아래채 침수를 신고 했다.

 

난 솔직히 축대가 무너지고 토사가 밀려오고 침수가 된 아래채엔 별 관심도 없었다. 집과 좀 떨어진 농지가 빨리 복구되기를 바라지만 그곳은 몇 해가 걸릴지도 모른단다. 축대는 언젠가 쌓아 줄 것이고, 토사는 면장님과 면직원들이 솔선수범하며 진두지휘한 결과 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원상을 회복하고 일상을 보낼 수 있어 불편함을 모르겠다.

 

얼마 전(대충 회복되어 가던 중) 면직원(나는 그때 부재중)인지 시직원인지 피해 상황을 일일이 사진을 찍어 가더라는 엄 서방의 전언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면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피해민에게 보상(재난지원금)이 지급 되는데, 담장(축대) 무너짐, 토사는 해당이 안 되고(사실 피해는 이게 더 큰데..)침수는 해당(아래채)이 된다며 침수200만, 반파800만, 완파1600만 원이 결정 됐든 것이다.

 

어제는 고추를 따고(요즘 보통 6시쯤에서 10시까지 딴다)샤워를 하고 느긋한 아점을 먹으며 전화기를 검색해 보니<웹발신>‘집중호우 주택분 재난지원금이 신청계좌로(난 사실 복구만 해주면 되지 무슨 지원금은…하고 계좌번호를 안 썼었다. 그런데 담당 면직원이 재차 전화를 해 오기에 불러 주었는데…)입금 되었습니다. 농지는 추후 지급 예정입니다. 제천시청’이라는 문자가 와 있다. 그리고 알려 준 계좌를 살펴보니 과연 200만 원의 거금이 입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저녁 때 쯤 엄 서방에게 전화 했다.

나: 엄서방!

엄: 예. 형님.

나: 계좌 번호 있나?

엄; 예, 그런데 왜요?

나: 그런 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계좌번호 좀 문자로 띄우게.

(엄 서방 찜찜한 표정 지었을 것이나 잠시 후 문자가 왔다.)

 

일단 엄 서방에게 100만원을 송금 했다. 그리고 다시 엄 서방에게 전화 했다. 재난지원금 200만원 보상 받은 얘기와 이번 자네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났고 또 자네 덕분에 복구까지 마쳤으니 재난지원금200만원 자네 것이네만, 내가 100만원만 보낸 것은 나머지 100만원은 복구 시 비지땀을 흘린 면 관활 부녀회에 50만원 그리고 우리 마을 대동계에 50만원 보낼 참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엄: 아유!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 돈도 그렇게 하세요.

나: 때~액! 이 형님 말 들어! 까불고 있어!

엄: 예~에! 형님! 그러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요즘은 고추를 따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에 면사무소 복지계(이런 부서가 있는지 모르지만..)에 50만원 전달할 것이고, 나머지는 이장에게 전달 할 것이다. 200만원 가지곤 침수 피해(도배며 기타..)복구가 안 되겠지만 우리 처형 말대로‘그 돈 없어도 살 수 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20년 8월 23일 at 4:57 오후

    잘 하셨ㅅㅂ니다.
    역시 우리 종씨님 최고입니다.

    • ss8000

      2020년 8월 24일 at 5:18 오전

      아이고! 누님! 과찬이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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