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驅鼠)운동의 막바지에서….

위암 수술을 2005년 설날 받았다. 대단하잖아? 내 위암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 모두가 누군가의 후손이며 조상이 계실 텐데….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출근(?)을 하고 죽어가는 환자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며 인술(仁術)을 베푼 것이다. 평생 갚아도 모자랄 그 은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대단하잖아?’라는 감탄밖엔 없다.

 

그런데 정작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위암 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딱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라는 것이다. 더 있고 싶고 더 케어를 받고 싶은데…‘암 부위를 제거하고 살려 놨으니 오래 살고 말고는 당신 스스로 관리하기 나름이다.’ 뭐..그런 식이다. 많이 섭섭했지만 또 다른 환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니 싫어도 어쩌겠나.

 

그러구러 근20년 가까이 별 탈 없이 잘 지내 왔는데, 재작년엔 담도에 이상이 생겨 진단을 받은 결과 이번엔 담낭 암이란다.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으며 담낭(쓸개)제거 수술을 또 받았다. 짼 배(위암)를 또 째고 통증이 많이 있음에도 야속하게 9일 만에 또 퇴원하란다. 그러나 이번엔 내 스스로 퇴원을 서둘렀다. 왜? 1인실(보험적용이 안 되는…)을 이용했기에 치료비 보다 입원비가 더 나왔기 때문이다.

 

추미애 아들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대목이다. 결국 쥐 한 마리 때문에 나라가 온통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쥐 어미의 잘못 된 판단 아니면 과보호가 불러 온 사달이다.

 

tv를 보는데 얼핏 추미애 아들의 진단서에‘우슬’이라는 단어가 등장 한다.(내가 잘못 보았을 수도..). 우슬(牛膝)이라는 약초(藥草)가 있다. 우리 집 뒤로 꽤 있다. 마디가 있는데 마치 소 무릎처럼 생긴 풀이다. 이게 소 무릎을 닮아서 그런지 인간의 관절(도가니)에 좋은 약재가 된단다. 그런데 설마 추미애 아들과 우슬이 무슨 관계? 아니다. 생각해 보니 우슬(右膝)인 게 분명하다. 오른쪽 무릎을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슬(膝): 무릎 슬이다.

 

사람의 신체 중 어느 기관(器官) 어느 부위(部位)가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런데 우슬(右膝)이든 좌슬(左膝)이든 고장 났다고 가정을 하면 암(癌)이라는 병 보다 더 치명적이고 아플까? 즉, 암수술 환자보다 더 입원가료를 할 만큼 위중할까? 암수술 환자를 일주일 또는 열흘 안팎으로 케어하고 퇴원을 시키는데… 도가니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고(무슨 사진인가 보니 무거운 거도 들고, 겁나게 스피드가 필요한 운동도 하고…)그 토록 장기간 입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수술 후 집에서 통원치료를 한 건 아닐까? 이런 건 병원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까? 만약 통원치료를 했다면 그 또한 군법을 위반한 것이고….

 

한 가지 더, 아무리 추미애 아들이라도 그 비싼 1인 실에 입원하지는 않았을 테고(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같은 병실에 함께 입원한 환우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추미애 아들과 같은 병실을 썼다는 환자는 하나도 없잖아?

 

문제는 바로 이거다. 하다하다 안 되면 그런 증인 한두 놈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어미 쥐든 새끼 쥐든 거의 포획이 가까워 온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구서(驅鼠)운동이라는 게 있었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50~60년대 전국에 쥐(鼠)까지 들끓으며 사람이 먹을 곡식을 쥐새끼들이 먹어 치우는 고로 당시 정부에서‘쥐를 잡자’며 즉, 구서운동을 벌인 것이다. 이게 참… 그랬다. 학교에서 과제물로 쥐를 잡아 그 꼬리를 잘라 물증(物證)으로 제출하라니…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했던가? 그렇게 많든 쥐들이 잘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았다. 요즘이야 오징어가 金징어지만 그 땐 제일 싼 어물이 오징어였다. 오징어 다리를 불에 태우고 발로 몇 번 비비면 흡반(吸盤)은 떨어져 나가고 생긴 모습이 쥐꼬리와 흡사 했다.

 

사실 선생님께서도 그게 쥐꼬리가 아닌 것을 알고 계셨다. 그러나 그 정성에 감복하여 슬쩍 속아 주기도 하셨지만, 선생이라고 다 선생인가? 전교조 같이 더런 놈 만나면‘오병규 일루와! 이게 쥐꼬리야!’ 그리곤 싸다구를 올려붙이거나 30cm자로 손바닥도 아니고 손등을 그것도 자를 모로 세워서…개만도 못한 전교조(그 땐 없었지만…암튼 그런 아류)샘. 그 생각하면 아직도 손등이 아파 온다. 좀 엄한 얘기가 길었다.

 

아무튼 구서(驅鼠)운동의 막바지에 보다 힘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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