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들 한다.

 

 

“오병규씨!?”, “예~에! 아이고! 수고 하셨어요!” 그리고는 택배 물품을 받아든다. 어떨 때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아예 손수레를 미리 준비하고 기다렸다 물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한 여름엔 500mm생수 냉장 했거나 반쯤 얼린 것 한 병씩 쥐어 보낸다.(집배원, 수도 및 전기 검침원에게도…자랑이 아니라 나의 이런 행동은 택배라는 게 시작되며 행했다.)

 

서울이나 이곳 제천이나 단독주택이라 택배가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서울 집은 다행히 대문 앞까지 택배차량이 드나들고 마침 우리 집 앞에서 회차(동네의 모든 차량을 포함한…)를 할 만큼 공간이 넓다. 사람이 없을 땐 파손이 안 되는 것에 한 해 마당에 던져 놓고 가라고 한다. 혹시라도 파손주의 물품일 경우 담이 낮은 쪽의 개집 지붕위에 얹어 놓으라고 합의를 본다.

 

이곳 제천의 경우, 상경을 한 사이에 택배가 있으면 좀 거리가 있지만 현관 문 앞에 부탁을 한다. 그렇게 했지만 산골동네라 그런지 단 한 번도 배달사고가 난 적이 없다. 이곳의 구조는 대문을 지나 50여m 안으로 들어오면 대형 이삿짐 트럭이 회차할 정도로 마당이 넓다. 마당 겸 아래채인 것이다.

 

모든 택배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실에 앉아(TV이를 보거나, 독서 아니면 소파에서 낮잠을 잘 경우라도…)있으면, 다른 차량이나 사람이(특히 집배원 오토바이)들어오면 먼저 우리 집‘콩이(진돗개)’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자연히 대문 쪽을 바라본다. 그리곤 때에 따라 대처하지만, 특별히 택배차량일 경우는 총알 같이 마중을 나간다. 왜? 힘들어 할까봐.

 

이곳의 집 구조가 아래채에 마당이 있고 그 마당에서 몇 계단을 오르고 다시 본채 현관까지는 30여m를 올라와야 한다. 가벼운 것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무게가 나가는 것은 얼마나 번거로울까? 그래서 택배기사들의 힘을 들어주기 위해 발견 즉시 발딱 일어나 그곳까지 마중을 나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참 이상도 하셨다. 장가를 가고 아이 셋을 낳고 장년에 들어섰지만, 언제나 내게 대한 호칭이“병규야!”였다. 난 그게 늘 불만이었다. 좀 다정하게“애비야! 아니면 누구 아범아!(이 부분은 내가 tv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하시면 좋을 텐데, 꼭“병규야!, 병규야!”이셨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냅다 소리를 치며“아버지! 이름 좀 안 부르면 안 되세요!?”라고 항의 아닌 항의를 하자 아버지는“원! 별 미친 놈 다 보겠네. 병규를 병규라고 하지 병x이라고 할까?”라시며 단호 하셨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바랐던“애비야! 아니면 누구 아범아!”라는 다정함은 없으셨다.

 

근데 정말 웃기는 건, 나의 아들놈에 대한 호칭이다. 역시 장가를 가고 손녀를 낳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지만“현섭아!”다. 뿐만 아니라 며느리에게도 아직 단 한 번도‘누구 어미야!’가 아닌“숙영아!”다. 그리곤 가끔‘사람 오래 살고 볼 일이다.’며 혼자 실소를 하곤 한다. 내가 왜 그 때 아버지가 내 이름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싫어했는지 알 길이 없다.

 

택배 기사 중에 유독 한 놈이 있다.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 쯤 되는 놈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 자주 오고 나와는 일면식이 있음에도 택배 물을 전달하며 하는 소리가“오병규씨!?”다. 그러면 나는 반사적으로 “예~에! 아이고! 수고 하셨어요!”라는 말을 한 뒤 놈이 사라질 때 쯤“조심 하시고 수고도 하셔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 놈은 차량 발동기 소음 때문인지 이렇다 저렇다 대꾸도 없이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그런다.“싸가지 없는 노무 새끼!”라고….

 

머리가 허옇게 쉰 할배, 검버섯이 잔뜩 한 노인네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도 모를까? 한두 번 본 것도 아닐 진데 그런데도 놈은 늙은이의 이름을 탕탕 부르며 마치 무슨 개선장군 같은 행동을 하니 생각 같아선“너는 니 애비에게도 이름을 탕탕 부르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세상이 하 어수선 하니 항상 참으며 공손(?)해 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놈이 나쁜 것은 내 이름을 부르는 자체가 아니라 놈의“오병규씨!?”하는 고압적인 태도와 억양에 있는 것이다. 혹시 그 놈 형사출신이거나 검찰의 수사관 출신일까? 마치 범인 다루듯 하는 그 놈의 정체는 뭘까? 사업이 부도나고 그런 사람들과 대면을 많이 한 탓일까 아니면 일종의 트라우마일까? 암튼 지 까이께 형사나 수사관이었다 해도 싸가지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썰까지 풀었는데….다음에 또 만나면 한마디 해야 쥐….“선생님! 자꾸 이름 부르지 말고 그냥 주시어요! 네!?”아주 자그만 소리로 해 볼 참이다.

 

17층 ‘엘베 갑질’ 논란 아파트, 이번엔 택배함 폐쇄한 이유

https://news.joins.com/article/23924048?cloc=joongang-home-newslistleft

 

불과 며칠 전에도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문제화 됐었다. 그런 뉴스를 접하면 나와 마누라는 흥분한다. 죽어라 고생하는 놈 따로 있고 그런 택배기사를 곰처럼 부리는 중간의 이런저런 왕서방들. 곰은 죽어 나가는데 왕서방 놈들은 방안에서 곰 가죽 벗겨먹은 돈 세는 소리가 들리고…그리곤“택배비 올려야 해!”라며 둘이서 흥분을 한다. 근데 솔직히 택배비 올리면 그 거 기사들한테 돌아갈까?

 

참….참, 시골동네 꼴 같지도 않은 아파트 산다고… 갑질을 한다니…저런 인간들 서울의 어디 구석진 아파트라도 살면 택배기사를 종부리듯 할 것이다. 가끔은 택배기사들의 수고로움을 알고 현관 앞에 간식이나 음료를 놓아둔다는 천사의 소식도 들리긴 하지만, 아무튼 이 놈의 배달민족 아닌 배탈 엽전들, 특히 아랫녘 몇몇 인간들의 행태는 정말 싸가지 없다. “오병규씨!?”라며 취조하듯 하는 그 싸가지 없는 놈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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