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는 개가 아니다.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빙고(bingo)’다. 무슨 큰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손녀아이가 태어나고, 손녀아이에게 불러 줄 동요 몇 가지를 익히는 과정에서‘옆집 사는 개 이름은 빙고라지요~오~’하는 동요가 있었으며, 마침 얼마 뒤 집안이 허전해 어린강아지 한 마리를 사오자 마땅한 이름도 없기에‘에라이~너 이름 빙고해라~’,그래서 빙고라고 지었다.

 

일전에“주어도 못 먹는 등신”이라는 썰로 일 차 소개했던 강아지다. 이놈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드는 짓이라곤 티끌이나 털끝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놈이다.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마누라는 퇴계로 애견센터에서 거금을 50만원을 주고 사 왔음에도 지금까지 그 개 그냥 원주인에게 돌려주라며 질색 팔색을 한다. 전생에 개랑 무슨 원수진 일이 있는지…)그래도 어쩌겠는가. 어차피 내 식구가 되었으니(노무현이 미운 짓을 하거나 말거나 법이 보호하는 임기는 채울 때까지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과 똑같다.)…..

 

위암수술 후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고 그저 중국으로 서오능에 있는 주말농장 배추밭으로 출퇴근 시간엔 마누라 가게 샤따맨으로 졸라 바빠야 하는데, 난 한가하면 꼭 일 저지르는 사람이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일요일을 한껏 즐겼다. 6시에 출발하여 북한산 구기동 입구매표소까지(돈이 아까워 더는 못 올라가겠고…)산보하고 내려오니 개 줄에 매달려 있어야할‘빙고’가 어떻게 풀고 나왔는지 겅중겅중 뛰며 나를 반긴다. 반갑기도 하지만 가만히 보니 너무 지저분한듯하여, 월동준비 차원에서 한겨울이 되기 전 놈을 목욕시켜 주고 싶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바깥에서 목욕시켜 주기는 그렇고, 하여 마누라에게 조심스럽게‘나 샤워하려고 하는데 빙고도 목욕시키면 안 될까?’라며 타진을 했다가 뭐, 한마디로 소크라테스마누라보다 더한 악처가 되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마누라의 기에 질려(위자료 줄 테니 빙고랑 같이 나가란다..시불시불,,,도대체 전생에 개랑 무슨 원수가 졌기에 저렇게 개를 싫어하는지…)한쪽 구석에서 댓구 몇 마디 하다가, 마침 동네에 있는 동물미용실에 데려가 목욕을 부탁하고 시간 맞추어 약속을 하고 데리러 갔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런 곳에는 병원도 겸하는 모양이다. 일요일임에도 수의사 아가씨(가운과 명찰을 보니…수의사XXX)친절히 얘기를 해준다. 즉, 내 강아지를 목욕시키다 보니 옴과 피부병에 걸려 치료를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온 몸의 털을 다 깎아내고 약물 목욕을 함께 병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 못하는 축생이지만 번듯한 작명까지 해 주고 내 식구로 입적(?)이 되었으니 함께 사는 날까진 보살펴주어야지…‘하는 심사로 견적을 내보니 털깎기4만5천, 약물목욕4만, 주사 및 처방약2만4천, 새 사료 한 포대3만9천등, 합계148,000.-이란다. 일 차 목욕시킨 비용25000원은 공짜에 우수리3천원 감해 받고 14만5천을 지불하고 나니 샤타맨 노릇 해 주고 마누라에게 받는 월급의 거반이 확 달아난다.(이 사실을 마누라가 알면’돈이 흔해 빠졌지 라며…‘월급을 연체하거나 삭감하자고 대들지 모른다.^^*)

 

아무튼 저녁에 약속한 시간이 되어 놈을 데리러 병원으로 갔겠다. 그리고 난 그놈을 보는 순간 족히5분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자지러지고 말았다. 놈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는지 말이다. 사실 빙고는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극지방에 사는, 추위에 강할 수 있도록 적당히 진화되어 털북숭이로서의 위엄이 있었고 그 모습이 위풍당당해 보이기까지 했던 것인데, 피부병에 걸려 삭모(削毛)를 시켜 놓은 모습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 몰골을 하고 있기에, 오늘날 이 나라의 지도자 모씨와 닮은꼴이라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자지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취임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진실로 위풍당당 할 수는 없는지…???국민들의 마음은 내가 한 달 월급의 반을 우리 집 강아지에게 투자하며 거듭나기를 고대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위풍당당했던 빙고처럼….비록 지금은 못나 보이지만 이 겨울을 지나면 위풍당당해 질 우리 집 빙고. 개도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 위풍당당함을 되찾을 것이건만…..인간으로 태어나 개만도 못해서야…….

 

BY SS8000 ON 11. 28, 2005

 

 

文 “아이와 안 맞으면 입양아 바꾼다든지…” 발언 논란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119/104982606/1?ref=main&fbclid=IwAR04GOuvJn1AntY1LfAMAwvzxUPLw-zRkQ0q-5VqAb2vq7ZpCZcv56C1k8M

 

사실 빙고가 우리 집에 오기 전, 아들놈이 퇴계로의 애견센터에서 동종(同種)의 시베리안 허스키를 사왔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자 이 녀석이 밥도 안 먹고 비실거리는 것이었다. 결국 그놈을 다시 센터로 데려가 새롭게 바꾸어 온 게‘빙고’였다.

 

놈은 정말 명랑하게 그리고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런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에 문제가 생겼다. 대형견종이다 보니 식사량이 보통이 아니었다. 물론 사료 값 정도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워낙 대식가이다 보니 배출량이 어마어마했다. 사는 집이 마당이 꽤 넓은 편이라 정원수도 꽤 있어 거름으로 또 이곳저곳 땅을 파고 처리를 했지만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래도 함께 끝까지 가려고 했는데….

 

언젠가 바로 이웃집에 도둑이 들어 난리가 났는데, 그날‘빙고’는 전혀 짖지를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놈은 그날만이 아니었다. 짖는 걸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썰매 끄는 개라 그런가? 아니면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를 했는지 대문간에 사람만 들어오면 짖는 게 아니라 오히려 꼬리를 흔들고 무조건 반기는 것이었다.

 

개를 기를 때는 도둑을 지키자는 것이건만…아! 이 놈은 개 노릇을 할 놈이 못 되는 구나….봄가을로 우리 집의 정원수를 돌봐주는 정원사에게 통 사정을 하고(단, 절대 잡아먹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금액을 얘긴 못하겠고….수고비까지 드리고‘빙고’를 그곳으로 보냈었다.

 

위 본문의 끝을“인간으로 태어나 개만도 못해서야…”로 메조지 했지만, 삽살개의 발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으로 태어나 빙고처럼 바꾸고 또 파양을 하고…“입양아는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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