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야박한 현대의 방침.

 

아주 오래전 LA에 있는 지인을 방문했었다. 무역업으로 크게 성공하였고 중국 칭따오에 봉재공장과 특수유리 가공공장을 차려 종업원만 무려3천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본인 말로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했다)이민을 갔고, 그곳에 역시 꽤 큼직한 창고도(자신의 주생산품 수입판매를 위한)짓고 법인체를 만들어 지금도 사업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LA를 간 것은 그 지인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고 보따리장사를 하러 갔으나 기왕 갔으니 저녁이나 먹으며 한담을 나누자는 생각으로 미리 통지를 해 두었기에 시간 맞추어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직접차를 몰고 왔다.

 

그와 호텔로비를 빠져나가 주차장으로 간 나는 의아 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역량(?)이라면 벤츠나 최고급 캐딜락 정도는 몰고 올 줄 알았는데’현대 소나타’였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비까번쩍하는 외제차를 몰던 사람이 최첨단의 자동차 선진국에서 소나타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의외였기 때문이다.’어째 차가이래…?’라며 시비 아닌 시비를 걸자, 그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내 능력이 이 정도라는 게 아니고, 일종의 애국심(愛國心)때문이다.’이어서 흘러가는 얘기로’나 같은 놈이 한 대라도 안 팔아주면 누가 또 사겠냐?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고…우리 마누라도 이 차야’나는 그 순간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반농반진 본인 스스로 생색을 내며 애국(愛國)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우리 차를’메이드인 조국’의 차를 한 대라도 더 팔아주겠다는 그 친구의 갸륵한 마음 씀씀이에 울컥하며 마음속으로 경련을 일으켰던 것이다.(하략)

 

어떤 사정이 있어 잠시 서울을 떠나 남양주 별내(아들의 집이 제 사업 때문에 비어 있음)에서 생활하며 제천을 오간다. 서울에 있거나 제천에 있거나, 최소한 하루 만보(대충 8km)걷기를 하는 것이 생활습관화 되어있었다. 가령 서울이라면 마을 뒷산격인 북한산 승가사 마당 한 바퀴(탑돌이)돌거나 조금 더해 사모바위나 비봉 다녀오기와 제천이라면, 집 마당에서 면(사무소)소재지 까지 정확하게 4.5km를 오가며 운동을 해 왔었다. 그런데 작년 8월 대홍수 때 수해를 입으며 하루 이틀 그 운동을 거른다는 게 그만 어느 시가 지나니 귀차니즘으로 변하여 걷기운동을 중단한 결과 거짓말 안 보태고 수십(사계절)벌의 바지를 몽땅 버릴 만큼 배가 나오고 만 것이다. 먹고 마시고 컴 앞에 붙어 앉아 중언부언 한 결과다.

 

‘이 거 이래선 안 되겠다’마음을 다져 잡고 일일 만보 걷기운동을 재개한 것은 지난 4월 초순부터다. 우선 그런 마음이 생기게 한 바탕이 바로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앞으로 용암천이 흐르고 천변을 따라 왕복10여km의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운동)자 전용 길이 따로 조성이 되어 버들치와 잉어가 노니는 1급수 강변길이 아름답기 조차할 만큼 쾌적한 분위기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뉴욕의 센츄럴 파크 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센트럴 파크 맨하탄 중심부 쪽은 관관용 마차 때문에 말똥냄새와 소변냄새 등 악취가 코를 찌른다)

 

며칠 전이다. 그날도 용암천변(내가 거주하는 아들의 집이 별내역 바로 앞이라 용암천변 길의 시작점이고 마지막 종점도 된다)을 거슬러 올라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신체상에 이변이 오는 것이었다. 이른바 생리현상이 구물거리며 방광이 약속도 없이 차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전혀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 따라….

 

솔직히 젊은 시절 같으면 한두 시간 쯤 아니면 그 이상도 참을 수 있었지만 나이 70을 넘으니 뇨의(尿意)를 느끼면 바로 배설을 해야 한다. 나이 먹어 젤 서러운 게 바로 생리현상을 제대로 콘트롤 못하는 것 아닐까?

 

사실 천변의 주위는 갈대 또는 억새풀이 웬만한 성인의 키 보다 웃자라 숲을 이루고 있지만, 내 비록 가방끈은 짧으나 그래도 면무식은 했다고 자부하는 터, 어찌 함부로 억새풀 숲에다 실례를 하겠는가. 하여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고 목표물을 향하여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보무도 당당히 전진 또 전진 드디어 목표물에 입성을 하였다.

 

걷기 운동의 길 끝에는‘현대자동차 검사소’라는 듬직한 건물이 서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모든 국민의 차라고 자부할 수 있는 그곳을 목표물로 삼았던 것이다. 뭐 굳이 그렇게 안심(?)을 하고 그곳을 목표물을 삼았던 것은‘현대’라는 브랜드의 차를 LA의 친구만큼이나 애국(愛國)한다는 생각으로10여대 이상 구매도 했었기 때문이다.

 

목표물의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인지 안내인인지 모르겠지만(아무튼 현대 직원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새파랗게 젊은(나 보다는…)양반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리며“제가 정말 용무가 급합니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인데…화장실 좀 잠시 이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오죽 급했으면 할 수 있는 존칭을 다 써가며 호소를 했던 바, 그 양반 말씀 거두절미“안돼요! 회사방침이요!”. 정말 더 이상 말 붙일 여유조차 주지 않으며 늙은 놈 아래위를 훑어보더니“급하다는 사람이 한둘이어야지…”묻거나 따지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인다. 정말 분통이 터지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회사방침’그것도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기업 방침이라니…할 말을 잃고“아니 되신다니 어쩔 수 없지요”라며 물러서는데, 절망감이랄까? 아니면 분노의 표출인가? 이젠 방광이 더 이상 참아주지를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충 10여m 전방에 단풍나무인지 벚나무인지 확인할 겨를도(지금도 무슨 나무인지 기억에 없다)없이 냅다 뛰어가 야박하게‘화사방침’이라며 퇴짜를 놓던 놈이 보건말건 방뇨를 한 뒤 거짓말 안 보태고 10초 이상 부르르 온몸을 떨었던 것이다. 그리고 혼잣말로‘더러운 놈들… 개xx들… 홀랑 망해라’라며….

 

[글로벌 모빌리티]② 중국 진출한 제네시스…“벌써 길에서 무슨 브랜드냐 묻는다”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global_people/2021/04/30/BZFYBDEQRREGZP42TU7ND5V76Y/?utm_source=chosun.com&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chosun-main

 

사실 내 방광과 그리고 뇨의와 방뇨…현대와 무슨 상관이리요. 그들은 그들대로의 방침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지켜냈을 뿐이다. 그러나….

 

첫째는 남양주시의 개판 행정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길을 조성하며 간이 화장실 하나 준비 안 했다는 것은 겉멋만 들고 실속 하나 없는 보여주기나 꾸미기에만 몰입한 개판시정이다.

 

그러나 국민의 애국심으로 커 온 현대자동차가 회사방침만 부르짖으며 생리현상으로 곤란을 겪는 시민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국민에 의해 그 정도로 거대기업이 됐다면 구내의 화장실은 보안상 객이 드나들지 못하게 할지언정 시민의 편의를 위해 간이 화장실 하나 쯤 시(민)에 헌납할 수 없을까?

 

원수를 삼을 일도 아니고 까맣게 잊었던 일을 우연히 위의 기사를 보면서 기억해 냈다. 글쎄다. 비교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1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하고 또 수 조원대의 국보급 문화재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세계 초1류 기업 삼성과 현대의 차이점이 이런데서 극명히 드러나는 게 아닐까???

 

어쨌거나 현대도 중국에서 사업이 잘 되었으면….. 오줌 한 번 못 싸게 했다고 꽁 할 수야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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