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몰락(沒落)을 보며….

인조임금 때의 일이다. 국고(國庫)에서 은을 훔친 혐의자가 잡혀 들어왔다. 포도청에서 아무리 조져도 고백을 않는지라 그의 열두 살 난 아들을 잡아와서 조진 것이다. 겁에 질린 아이는 결국 아비가 연관된 사건의 전말(顚末)을 이실직고(以實直告) 했다. 뿐만 아니라 포도청에 잡혀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초지종(自初至終)을 고백 말라는 제 어머니의 다짐까지 자백을 받아냈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법리(法理)를 주장하는 포도대장과 도리(道理)를 우선하는 형조판서 사이에 일대 논쟁이 벌어져 끝이나질 않았다. 이에 인조임금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정치철학을 피력했으니,“국고의 벽을 뚫고 훔치는 것은 작은 일이나 기사지소(其事之小),아들을 다그쳐 아비를 고발케 한 것은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즉,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적 도리)을 어지럽혔으니 기사지대(其事之大)에 해당 된다”하며 도리론(道理論)에 힘을 실어주고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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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槪要)를 살펴보며 조국 사태와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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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간 은이라는 물증과 더 하여 아들의 고백까지 있음으로 범행이 확실한 중범죄자다. 은을 훔친 범인의 처와 아들은 가장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으니 이는 범인은닉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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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로 치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준법에 의한 법리를 내세워 처벌을 요구했고, 다른 한 쪽은 법에도 눈물이 있는 것, 어린 자식을 다그쳐 아비의 죄상을 발설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 상 있을 수 없다고 주장 했던바 결국 임금까지 나서서 법리 보다는 도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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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저런 매체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가 자주 오르내린다. 이런 보도를 보고 개인 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게“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단어다. 다른 건 몰라도 인간으로 태어나 장성하여 일가를 이루었으면 집구석만큼은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 즉 가정교육(밥상머리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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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탈이든 쿠데타든 일세를 풍미한 전 대통령이다. 본인은 그렇다 치고 한마디로 콩가루 집구석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식 놈도 그러하고 또 그 자식에 자식인 손자라는 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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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안 쉰다” 전두환 손자 의식 불명…’마약 방송’ 중 실려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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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말이 있잖아? 호랑이는 개xx를 낳지 않지만 가끔은 개가 태어나나 보다. 아무리 아비에게 원한이 있어도 마약을 처먹고 이러는 건 아니다. 물론 아비의 행실도 좋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아비의 비리(?)를 이런 식으로 폭로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도리(道理)가 아니다. 이게 다 가정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조부모도 그렇고 부모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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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유피인사유명(虎死留皮人死留名)이라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그래도 한 때 이 나라 최고의 권좌에 앉아 쥐락펴락했던 한 가정의 몰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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