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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노벨平和賞의 빛과 그림자 - 중동 천일야화
노벨平和賞의 빛과 그림자

노벨平和賞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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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노벨은 쉰다섯이던 1888년 자신의 부음 기사를 읽는 기괴한 경험을 했다. 그의 형이 죽었는데, 프랑스의 한 신문이 이를 노벨로 잘못 알고 부음 기사를 실었던 것이다. 그 기사 제목은 ‘죽음의 상인(商人) 죽다’였다. 대량 살상 무기로 사용되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 부른 것이다. 충격을 받은 노벨은 미리 써놨던 유언장을 고쳐썼다. ‘남은 내 재산으로 매년 인류의 이익에 기여한 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 그의 피묻은 재산 3100만 스웨덴 크로나(현 2000억원 상당)가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노벨상은 1901년을 시작으로 1년에 한 번씩 화학·물리학·문학 등 분야별로 큰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됐다. 올해도 이달 초부터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수상자가 발표됐다. 자신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는 수상자의 모습은 보는 이마저 미소짓게 했다. 하지만 최근 노벨상 중 가장 영예롭다는 노벨평화상의 수상자가 발표될 때는 축하의 손뼉을 치면서 웃을 수 없었다. 공동 수상한 파키스탄과 인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가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노벨평화상은 다른 부문과 달리 수상자의 업적이 빛날수록 그 이면에는 어두운 반(反)평화적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는 상이다. 이제 열일곱인 유사프자이가 역대 최연소로 노벨상을 받는 것도 그만큼 어린 소녀한테마저 가차없이 “학교 다니는 여자는 죽어야 한다”면서 머리를 향해 총을 쏘는 탈레반 같은 극단주의 성향의 무장 조직이 활개치고 있어서였다. 탈레반과 ‘여자는 배워선 안 된다’는 파키스탄의 그릇된 사회 풍조가 없었다면 유사프자이가 열다섯 살이던 2012년 하굣길에 탈레반의 총에 왼쪽 머리를 맞고 죽을 뻔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를 납치해 팔아넘기고 강제 노동을 시켜 돈을 버는 어른들이 없었다면 사티아르티가 목숨을 걸고 아동 권리 운동에 투신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 국제기구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거머쥔 노벨평화상 금빛 메달 뒤에는 그해 8월 시리아 내전 중 사용된 화학무기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 1000여명의 한(恨)이 서려 있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무능한 독재 정권의 권력 유지에 이용되는 화학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재조명됐기에 OPCW가 상을 받을 수 있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난민기구, 유니세프,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국경없는의사회 등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보면 그 위대함과 함께 지난 100년간 인류가 어떤 죄(罪)를 저질러왔는지도 보게 된다. 상을 받고 얼마 뒤 암살당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마틴 루서 킹 미국 목사의 사례는 평화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말해준다.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우리가 숙연해져야 하는 이유다.

돌새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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