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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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이란판 삼국유사 ‘샤나메’ - 중동 천일야화
이란판 삼국유사 ‘샤나메’

이란판 삼국유사 ‘샤나메’

Brooklyn_Museum_-_Bahram_Gur_and_Courtiers_Entertained_by_Barbad_the_Musician_Page_from_a_manuscript_of_the_Shahnama_of_Firdawsi_(d._1020)

한국에 ‘삼국유사’가 있다면 이란엔 ‘샤나메(왕의 책)’가 있다. 페르시아 제국(현 이란)이 아랍의 지배로 정체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시인 피르다우시(920~1010?)가 페르시아의 민족 설화 등을 6만절의 시(詩)로 기록했다. 집필하는데만 30여년(977~1010)이 걸렸고, 아랍의 지배로 페르시아어가 소멸할 위기에서 그는 페르시아어로 민족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샤나메’를 썼다. 그를 이란에서 ‘민족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란의 제2도시이자 시아파 무슬림의 성지(聖地)인 마샤드엔 그의 무덤과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란의 교과서엔 ‘샤나메’의 일화가 여럿 소개돼 있다고 한다.

 

최근 샤나메(출판사 아시아)가 한국에 번역돼 출간돼 한국어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익숙지 않은 이름, 지명에 낯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잃어 버린 아들을 훗날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나 결국 죽여버리고 마는 전사(戰士) 로스텀의 일화는 알고보면 다 한 뿌리인데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하는 중동의 오늘을 떠올리게 했다.

 

아시아 출판사가 낸 이번 책은 이란을 이해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고서의 한글번역본이라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어릴 적 한국에도 소개가 돼 인기를 끌었던 컴퓨터 게임 ‘페르시아 왕자’의 배경이 된 이야기가 샤나메에서 나왔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접한 문화의 원류가 샤나메에 상당 부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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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메는 중국·몽골의 느낌도 나는 세밀화로도 유명하다. 한글번역본은 표지에만 하나가 소개돼 있어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검색해보길 추천한다. 샤나메의 세밀화는 당시 이란 지방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화려한 색상과 사람 볼의 혈색, 수놓은 옷의 질감까지 표현할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도 확인할 수 있다. 샤나메의 각 그림은 단 하나만 존재하지 않고 여러 개 생산됐기 때문에 암시장에서 거래도 되기도 했는데, 한 장에 15억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대중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동의 문학을 이해하려는 사람에겐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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