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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北인권결의안 외교戰에서 놓친 ‘高地’ - 중동 천일야화
北인권결의안 외교戰에서 놓친 ‘高地’

北인권결의안 외교戰에서 놓친 ‘高地

 

이집트 명소 중 하나인 군사박물관에는 김일성의 이름이 새겨진 비(碑)가 건물 입구 벽면에 붙어 있다. 1993년 10월 북한이 이집트군(軍)의 시대별 특징을 청동 부조물로 제작해 박물관에 선물한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박물관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북한 조종사가 이집트를 도와 이스라엘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선전물도 돋보이게 전시돼 있다. 양국의 군사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군에 의한, 군을 위한, 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집트에서 군은 핵심 권력이다. 1953년 공화정 수립 이래 이집트의 역대 대통령 모두가 사관학교 출신이다. 딱 한 번 예외는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현직 대통령이 급히 하야한 뒤 치러진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운동권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임기 1년 만에 국방부장관 압델 파타 엘시시의 쿠데타로 축출됐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엘시시는 현 이집트 대통령이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 정국이 격변하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은 노동자를 보내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한국은 그 반대였다. 외교부는 수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을 통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개발 원조 명목으로 쏟아부었다. 코이카 청년봉사단은 올해 초 테러 위험이 심해지기 직전까지도 교육·의료·IT 등 이집트의 각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이 나라의 발전을 도왔다.

하지만 이집트는 지난 18일 유엔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북한 편에 섰다. 왜 그런 걸까. 외교부 내에선 스스로를 위안하듯 “현 이집트 정부가 인권 문제에서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주된 원인은 어느 모로 보나 이집트가 여전히 북한과 더 가까워서다. 우리가 들인 돈과 인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었는데도 북한과의 외교전(戰)에서 중동·아프리카의 최대 핵심국인 이집트라는 ‘고지(高地)’를 빼앗아 오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나라의 핵(核)인 군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경제·산업·문화도 중요하지만 이집트와의 외교에선 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대상 국가에 걸맞은 외교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집트 주재 한국 무관은 단 1명이다. 이대론 계속 지금처럼 원자력·IT·산업 기술을 다 퍼주고도 ‘고지’를 북한으로부터 탈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 안타까운 건 이집트뿐 아니라 이번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북한 편에 선 나라 대부분이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집중 지원 대상이라는 점이다. 베트남·몽골·라오스·미얀마·짐바브웨 등이 대표적이다. ODA는 인도적 목적이 우선이지만 국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전략적으로 집행해야 할 필요도 있다. 다 국민의 세금 아닌가. 또 북한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외교전은 단순한 국가 간 힘겨루기의 의미를 넘어선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달렸기 때문이다.

 

NORTH-superJumbo

Choe Myong-nam, second from left, a North Korean representative to the United Nations, watched on Tuesday as a committee voted to condemn North Korea over human rights abuses.  CreditBebeto Matthews/Associated Press

 

2 Comments

  1. express3d

    2014/11/28 at 1:59 pm

    -미국이 엄청나게 이집트에 원조해줬는데도 이집트는 인권결의안에서 북한 편 들었으니 우리 원조 정도로 이집트를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 없음.
    -한국은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집트에게 북한인권 결의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따라서 원조를 줬는데도 이집트가 북한 편 들었다고 분석한 것은 헛다리 짚은 것임
    -이집트는 군부독재 국가이므로 군부독재자들과 친하라는 얘긴데, 악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악과 친하라고? 말도 안됨. 그리고 공적 개발원조는 저개발국 국민 불쌍해서 하는 것인데 이걸 북한 인권표결에 동참시키기 위한 카드로 이용하라는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음.

    • 돌새 노석조 기자

      2014/11/28 at 2:49 pm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기본적인 저의 취지는 이집트는 원래 북과 가까운 성향이기 때문에 북 인권결의안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외교전에서 진 것은 아니다라는 의식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원조로 이집트를 움직여야 한다 또는 움직일 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라 원조를 할 때 인도주의적 차원 이외에 보다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국내에서 북한인권법 통과가 아직 안됐다고 이집트에 북한인권안에 동참하라고 요구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집트 정권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군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것이 이집트와의 외교에서 소득을 얻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때문입니다.
      그리고 거듭 말씀드리지만, 원조를 북인권 표결에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주신 의견에 반박글을 달아서 기분이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고 날까로운 의견 주셨기에 다시한번 제 글에 생각을 해보고 의견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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