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이소설중에서세모자가먹는‘국물’메밀국수(かけそば)는,
결코그런호사스런메밀국수요리가아니다.
아무런꾸미가얹히지않는만큼,가장값싼국수로,
이가족의빈궁한생활을전한다.)
‘눈시울을붉히는’횟수로그감동의정도를헤아리는어리석음은범하고싶지않으나,
블러그에올리기에는제법긴글이어서,조금이나마,흥미를더하기위해
대단히개인적인고백을적으면,
–나는이글을읽는동안‘3번’눈자위를적셨다….
당신은몇번?
*
인용시작
이이야기는,지금부터약15년전의12월31일,
일본삿포로시에있는메밀국수가게‘북해정(北海亭)’에서비롯된다.
메밀국수가게의가장큰대목은섣달그믐날이다.북해정도이날,아침부터눈코뜰새없이바쁘게손님을맞이했다.
여느날같으면밤12시가지나도여전히흥청대는거리이건만,섣달그믐날은밤이깊어지면서귀가를서두르는사람들의발걸음이빨라진다.밤10시가지날무렵,북해정에도손님의발길이뚝하니끊겼다.
사람은좋으나무뚝뚝한요리장이북해정의주인이지만,손님을맞는것은언제나싹싹한그의아내로,단골손님들은그녀를‘여주인’이라고불렀다.
여주인은,손님의발길이떨어지자내심가게문을닫을시간을가늠하면서,이날하루종일바쁘게일한파트타임의종업원들의수고를위로하며,연말특별보너스봉투와함께메밀면을선물로손에들려먼저귀가시켰다.
마지막손님이가게를나선후,가겟문앞에드리웠던포렴을접고슬슬문을닫을까라는말을요리장과나누고있을때,입구의문이다시조심스레열리며,사내아이둘을데린여인이들어왔다.6살과10살정도로보이는사내아이들은갓산듯한똑같은져지를차려입은모습으로,여인은철늦은체크무늬반코트를입고있었다.
‘어서오세요!’
라며손님을맞는여주인에게,여인은머뭇거리며말문을열었다.
‘저–……국물메밀……한그릇만주문하려하는데……괜찮을까요?’
여인의뒤에서두아이의얼굴도걱정스러운듯올려다보고있었다.
‘아,……네,그럼요.어서이쪽으로’
난로에가까운2번테이블로안내하면서,여주인은카운터안쪽을향해
‘국물메밀하나있어요.’
라고큰소리로주문을넣었다.카운터넘어부엌에서주문을받는주인도힐끗세사람에게눈길을주며,
‘어–!국물메밀하나네!’
라고응하면서,언제나의메밀면한다발과함께,또반다발을더,끓는냄비에넣었다.
물론한그릇의메밀국수의양은한다발이다.손님에게도아내에게도드러나지않게,이말수적은주인은서비스로,곱배기분량의메밀국수를삶았다.
식탁에놓인한그릇의국물국수를둘러싸고얼굴을마주대어나누어먹는세모자의대화가여리게부엌안까지들려왔다.
‘맛있다-’
형의목소리.
‘엄마도먹어요’
라며국수한가닥을젓가락으로들어엄마입에가져가는남동생.
어느새국수한그릇이다비워지고…150엔의국수값을내며,‘잘먹었습니다’라고공손히머리를숙이며문을나서는세모자의등뒤를향해,
‘감사합니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목소리가하나가되어인사를하는요리장과여주인.
새로운한해를맞이한북해정에는여전히손님들로바쁜하루하루가계속되며어느새1년이지나고,또다시12월31일이왔다.
작년이상으로손이모자랄정도로분주했던이해의섣달그믐날도밤이기울어,10시가지나는것을기다려슬슬가게문을닫을까하고있을때,다시조심스레문이열리며,두사내아이와함께여인이들어왔다.
여주인은여인이입고있는체크무늬의반코트를보고,1년전의같은날맞이했었던마지막손님을떠올렸다.
‘저―……국물메밀국수……한그릇인데……괜찮을까요?’
‘물론,물론이예요.자.이리로’
여주인은,작년과같은2번테이블로안내하면서,
‘국물하나요!’라고큰소리로주문을넣었다.
‘어–!국물하나네!’
요리장도주문에응하면서,조금전껏었던풍로의불을다시지폈다.
‘여보,서비스로세그릇,내지그래요.’
살짝귀엣말을해온여주인에게,
‘안돼,안돼.그러면,오히려마음을쓰게하는거여.’
라고대답하면서도,국수다발한개반을데치는남편을보며,
‘당–신,무뚝뚝해도,인정은좋다니까.’
그렇게살짝웃음을띠우는아내에게는눈도주지않은채,여전히묵묵히그릇에국수를담는요리장.
테이블에놓인한그릇의국수를둘러싸고나누어먹는세모자의대화가,카운터를사이에두고부엌안쪽과바깥쪽에따로따로서있는주인부부에게도들렸다.
‘……맛있다……’
‘야-,올해도북해정의메밀국수,먹게되었네.’
‘내년에도먹을수있으면좋을텐데……’
다먹은후,150엔을지불하고문을나서는세사람의등뒤로,
‘감사합니다!새해복많이받으세요!’
라며,이날하루종일수없이되풀이해온인사로주인부부는그들을배웅했다.
장사가활기를띠어여전히바쁘게맞이한그다음해의섣달그믐날밤,북해정의요리장과여주인은,서로입밖으로내색은하지않지만,벌써9시반을넘었을무렵부터,마음이들떠있었다.
시계바늘이10시에다달아먼저종업원들을돌려보낸요리장은,벽에걸린메뉴표를얼른하나씩하나씩뒤집었다.지난여름에국수값을올려‘국물메밀국수200엔’이라고적혀있던메뉴표가,눈깜짝할새에150엔으로바뀌었다.
2번테이블위에는,벌써30분전부터‘예약석’팻말이여주인의손에의해올려져있었다.
10시반이가까와지자,가게안의손님들의발길이끊기는것을기다리기나했던것처럼,어머니와아들,세모자가들어왔다.
형은중학생의교복을,남동생은작년형이입고있었던,제몸에는아직조금큰점퍼를입고있었다.두형제모두몰라볼정도로성장해있었지만,어머니는여전히색바랜체크무늬반코트의모습인채였다.
‘어서오세요!‘
웃는얼굴로맞이하는여주인에게,어머니는머뭇머뭇입을열었다.
‘저―……국물메밀국수……두그릇인데……괜찮을까요?’
‘아,물론이예요.자,이쪽으로오세요’
2번테이블로안내하면서,거기에놓여있던‘예약석’의팻말을아무일도아니라는듯살짝걷으며,카운터를향해,
‘국물두개있어요!’소리친다.
그말을받아,
‘어–국물두개네!’
라고대답한요리장은,메밀면세다발을집어끓는물속에넣었다.
두그릇에담긴메밀국수를셋이서함께나누어먹는모자의대화가도중도중밝은웃음소리가섞이고,그목소리도한층밝아진것을알수있었다.카운터한쪽에서잔잔한웃음을띠며눈을맞추어오는여주인에게,예의무뚝뚝한표정의요리장도‘응,응’이라고답하는듯그저머리를끄덕여보였다.
‘큰애야,그리고아쯔시,……오늘은둘에게,엄마가고맙다는인사를하고싶단다.’
‘……인사?……무슨일인데?’
‘사실은,죽은아버지가일으킨사고로,8명이나되는사람들을부상시켜큰폐를끼쳐왔었지.……그러나,보험을써도다보상할수없었던몫들을갚기위해,지금껏매월5만엔씩지불해왔었잖아.’
‘응,알고있었어.’
여주인과요리장은미동도하지않으며가만히이야기를듣고있었다.
‘지불은내년3월까지로되어있었지만,사실은오늘,전부갚았다.’
‘아!정말,엄마!’
‘응,정말이야.형이신문배달을열심히해주고,아쯔시가매일장도보고저녁준비도해준덕분에,엄마가안심하고일할수있었어.그렇게그간수고많이했다고오늘회사에서특별수당을받았단다.그래서그돈으로먼저보상을전부끝냈어.’
‘와!엄마,형!잘됐다!그래도,앞으로도저녁준비는내가할거야.’
‘나도신문배달계속할께요.아쯔시!열심히하자구!’
‘고맙다.정말고맙다’
‘실은지금이니까하는말이지만,아쯔시와나,엄마에게비밀로해온것이있어요.그건말야……지난11월,아쯔시가일요일날의수업참관안내편지를학교로부터받아왔었잖아요.……그런데정말은아쯔시,그때선생님이전해준편지를한통더가지고있었댔어요.아쯔시가쓴작문이홋카이도대표로뽑혀서,전국콩쿠르에출품되게되었는데,참관날에그작문을아쯔시가낭독하게된다는내용이적힌편지였지요.…하지만아쯔시는,그편지를엄마에게보이면……엄마가무리해서회사를쉬실것이라는것을알고,그편지는내놓지않았어요.저도그사실을우연히아쯔시친구한테서듣고알게되어……제가대신참관날학교에갔었댔어요.’
‘아……그랬었었구나……그래서?’
‘선생님이교실안에모인모두에게말씀하셨지요.–“장래에어떤사람이되고싶은가”라는제목으로학생들에게작문을시켰더니,아쯔시군이“한그릇의국물메밀국수”라는제목으로글을썼답니다.이제부터아쯔시군이자신의글을읽겠습니다.–-라고요.
저는,“한그릇의국물메밀국수”라는제목을듣는순간,북해정에서의일일것이라고금방눈치채고……아쯔시자식,그런부끄러운이야기를……!라는생각을내심했었지요.
아쯔시의글에는……아버지가교통사고로돌아가신것,또그후많은빚이남은것,그래서엄마가아침일찍부터밤늦게까지일하고있다는것,그리고내가아침저녁신문을배달하고있다는것등……그런것들을아쯔시녀석,전부큰소리로읽어대는것이었어요.
그리고12월31일의밤,세사람이함께먹는국물메밀국수한그릇이굉장히맛있었다는것.……세사람이한그릇밖에주문하지않았는데도,국수집아저씨와아줌마가“감사합니다!새해복많이받으세요!”라고큰소리로인사를해준것.그목소리가……마치‘지지마라!열심히!굳굳히살아야해!’라고하는것같은생각이들었다는것.그래서아쯔시는어른이되면,손님에게,‘열심히!그리고행복하게사세요!’라는마음을담뿍담아,‘감사합니다!’라고인사를하는일본제일의국수집주인이되겠습니다.라는글을정말큰목소리로읽었어요.’
카운터안쪽에서,귀를기울여듣고있었을요리인과여주인의모습이보이지않았다.
카운터의안쪽밑에웅크려앉은두사람은,1개의타올양끝단을서로잡아당기듯붙잡고는,복받쳐흐르는눈물을닦아내며소리를죽이고있었다.
‘아쯔시의낭독을끝내자,선생님이,–아쯔시군의형님이어머니를대신해여기에와있으니,한마디해달라—고하지않겠어요.…’
‘저런,그래서,형은무어라고말했니?’
‘갑작스레들은말이라,처음에는입이안떨어졌지만……—여러분,언제나아쯔시랑사이좋게지내주어서고맙습니다.……동생은,매일저녁식사준비를하고있지요.그래서클럽활동도중에집에돌아가야하는것에대해서모두에게는정말미안하게생각하고있어요.처음,동생이“한그릇의국물메밀국수”라는작문을읽기시작했을때……실은,저는창피하다고생각했었어요.……그런데,가슴을펴고당당히큰목소리로읽는동생을바라다보고있는사이에,국물메밀국수한그릇을창피하게생각하는제마음쪽이더부끄러운것이라는것을알게되었습니다.
그날가게에들어가국물메밀국수한그릇을시켜주신어머니의용기를잊어서는안된다는생각도하게되었습니다.……이제부터도우리두형제,굳게손을잡고,어머니를지켜가겠습니다.……앞으로도아쯔시와사이좋게지내주세요.–-라고말했지요.’
차분히서로의손을쥐어잡기도하고,큰웃음소리로서로의어깨를두드리기도하며,작년까지와는완전히다른모습으로기쁘게섣달그믐날밤의메밀국수를나누어먹은세모자는,300엔을지불하며
‘맛있게잘먹었습니다.’
며,머리를깊이숙여인사를하며문을나서는세사람을향해,
요리장과여주인은,올한해를마무리짓는큰목소리로,
‘감사합니다!새해도복많이받으세요!’
라고인사했다.
또1년이지나――.
북해정에서는,또다시섣달그믐날,밤9시가지나자마자‘예약석’의팻말을2번테이블위에올려놓으며세모자를목을길게하고기다렸지만,그들은나타나지않았다.
다음해도,또그다음해도,일부러2번테이블을비우고기다렸지만,세사람은모습을보이지않았다.
그후북해정은장사가번창하여,가게의실내개장으로테이블과의자등을새롭게했지만,2번테이블만은그대로남겨두었다.
번들거리는새테이블들이나란히놓인가운데,한개의낡은테이블이중앙에놓여진채였다.
‘어째서이런것이여기에?’
라고이상해하는손님에게,요리장과여주인은“한그릇의메밀국물국수”의이야기를들려주며,이테이블을보고있노라면,늘자신들을격려하는듯이느끼게된다고,그래서언제다시그세손님이찾아줄지모르겠지만행여다시오면그때도이테이블로그들을맞이하고싶다는심정을설명했다.
이이야기가“행복의테이블”로불리우며손님들입에게입으로전해졌다.일부러먼곳에서부터찾아와메밀국수를먹고가는여학생도있었고,그테이블이빌때까지기다렸다가자리를잡은후에야요리를주문하는젊은커플들이있는둥,꽤좋은인기를끌었다.
그로부터도또더몇년의세월이흐른후의12월31일의밤이었다.북해정에는동네상점들의송년회가예정되어,늘가족처럼가까이지내온상점가의이웃들이자기가게문을닫은후하나씩둘씩찾아들고있었다.북해정에서그한해를보내는메밀국수를먹은후,제야의종소리를들으면서이웃가게주인들과그가족들이함께신사에새해기도를가는것이5∼6년전부터의항례가되어있었다.
이날밤도9시반이조금지나자,생선가게부부가생선회를담은커다란접시를양손에들고들어선것이신호라도되는듯,연이어이웃상점가의30명남짓의가족들이술과안주를들고북해정에모여들었다.‘행복의2번테이블’의유래를알고있는이웃들은,누구도입에는올리지않았지만,아마올해도객이찾아주지않은채새해를맞을터인"섣달그믐날의10시이후의예약석"을일부러비우며,그주변의불편한자리에모두조금씩붙어앉으며늦게들어오는이웃들을사이에끼어앉게하였다.
그해여름해수욕에서의에피소드나,손자가태어난이야기,세일중의이야기등……송년회의분위기가정점에달한밤10시가조금지나서의일이었다.갑자기입구의문이조심스레열렸다.처음에는몇사람의시선이문쪽으로옮겨졌으나,어느새전원이이들을주목하며말을멈추었다.북해정의요리장과여주인이외에는아무도만난적이없는,그‘행복의2번테이블’의주인공인예의그얇은체크무늬반코트를입은젊은어머니와어린두사내아이가아닐까하고모두기대하였지만,들어선사람은오버코트를단정히손에걸치며양복을입은두청년이었다.한순간긴장이풀리며한숨이새어나며,다시송년회의흥으로되돌아갔다.여주인이죄송한얼굴로
‘이를어쩌나,마침만석이어서…’
라며거절하던그때,기모노모습의부인이공손히머리를깊이숙이며가게에들어와두사람의청년사이에섰다.가게에있던모두가일순숨을삼키며,귀를기울였다.
‘저―……국물메밀국수……3인분입니다만……괜찮을까요?’
그목소리에여주인의얼굴색이변했다.십몇년이라는시간이순간걷어지며,예의젊은어머니와어린두형제의모습이눈앞에선세사람과겹쳐졌다.카운터안쪽에서두눈을부릅뜨며매섭게지켜보는요리장과지금들어온세사람의손님을교대로거듭바라다보며,
‘저……저……,여보’
하고,당황스레허둥되는여주인에게청년중한사람이입을열었다.
‘저희들은14년전의섣달그믐날의밤,모자세사람이들어와국물메밀국수한그릇을주문했던사람들입니다.그때그한그릇의메밀국수에격려받아,저희들세명은힘을합쳐꿋꿋히살수있었습니다.그후,어머니의친정이있는시가현(滋賀縣)으로이사를했었지요.저는올해,의사국가시험에합격해교오토(京都)대학병원의소아과인턴으로근무해왔었는데,내년4월부터삿포로의종합병원에근무하게되었답니다.새병원에의이동인사와아버님무덤에보고를겸하여,국수집주인은되지않았습니다만교오토(京都)의은행에근무하게된동생과이야기를나누어,지금까지의저희들인생에서최고로호화로운여행을계획했습니다.그것은섣달그믐날에어머니를모시고셋이서삿포로의북해정을방문하여,3인분의국물메밀국수를부탁하는것이지요.’
그저머리를끄떡이며듣고있었던여주인과요리장의눈에서와르르눈물이쏟아져내렸다.입구가까이에놓인테이블에자리를잡고앉아있던야채가게주인이메밀국수를입에가득히넣은채듣고있다가,억지로한꺼번에삼키고는일어서서,
‘아니,여주인.뭘하고있소.10년넘게이날을위해준비하며기다리고기다린“섣달그믐날의10시의예약석”이잖소.어서안내하셔야지요.어서.’
야채가게주인에의해어깨를두들겨받고겨우마음을가다듬은여주인은
‘잘오셨습니다.자,이리로!여보,2번테이블에국물3인분있어요!’
무뚝뚝한얼굴이눈물로범벅이된요리장,
‘어-!국물3인분!’
갑작스레터져오른환성과박수로가득한북해정밖에서는,조금전까지나리던눈도그치고,가게창들을통해새어나온불빛이새로이쌓인힌눈위에반사되어"북해정"이라고씌여진포렴을밝게비추고있었다.한발앞서찾아온새해정월의바람이불어북해정의포렴을부드럽게흔들었다.
(원문http://www7.ocn.ne.jp/~yoshi530/kakesob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