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1-01-04

하코네 대학릴레이 마라톤 – 함께 달린다는 것, 함께 산다는 것

새해의첫날,11일의아침에는,

"함께사는사람들가족"암묵으로나누어갖는숙제가있다.

언제나의태양이떠오르고,

언제나의가족들의자리이지만

이날은조금더분별을갖춘얼굴들이아침식탁에모인다.

식탁에는,어느아침과다르게,장속에넣어두었던무거운식기들이나열되고,

자리를잡은네가족은,새해인사와제각기의한해의결심과소망,그리고덕담을나눈다.

무엇보다도,이식탁에는TV가켜져있지않다.

(늘,아침의분주한출근,등교준비를더재촉하도록TV속의디지털시계도얼굴을내밀고있기마련이건만…)

하지만하루가지나,2일째의아침이되면,모든것이제자리로돌아온다.

신년의첫숙제를마친후의넉넉한휴일아침이시작

오히려,일본에서맞이하는2일째의아침에는,그전날과180도다르게,

우리가족은모두텔레비젼앞을떠나지못한다.

아침7시부터중계되는<하코네(箱根)대학릴레이마라톤>의관람이정례로되어있기때문.

…아침식탁에앉은채그대로점심식탁으로이어지는느슨함이다.

3일날의신년휴가의아침의정경도비슷하다.

<하코네마라톤>은,정월2,3,이틀아침에걸쳐장장12시간이넘게중계된다.

이긴방송시간에도불구하고,평균시청률은20%를넘는다고하니,

새해를맞은이날들,일견조용한일본가정의지붕밑에서는,

릴레이마라톤의흥분에쌓인가족들의모임이적지않다고하겠다.

"도오쿄<->하코네"사이의마라톤코스연변에는,

편도만으로도매년50만명이상의일본사람들이거리로나와성원을보내는신년의시작이다.

*

-이<하코네대학릴레이마라톤>의매력은어디에있을까?

장장220km,10시간이상의마라톤을각대학10명의주자들이연이어릴레이하는것으로

결국한명의주자가평균1시간전후를달려,

TV의카메라는,이긴시간,단조로이도똑같은얼굴만을비출뿐이건만…

-무엇이이얼굴들에사람들의시선을못박게하는것일까?…외국에서온나의시선마저도

(하코네마라톤의코스와각구간의거리)

나자신이마라톤중계에눈을떼지못하는시청자의한사람이어서,

그대답을나름대로정리하여적는일을,나의2011년블러그의첫페이지에담아보고자한다.

*

1920년에시작되었으니,이대학마라톤은당연히92회째이어야하겠지만,

2011년어제끝난역주는,<87회대회>였다.

전쟁을이유로대회성격의변형이강제된1941년도의대회를,

주최자인대학관계자들은분연히역대대회로헤아리기를거부한다…

그래서인지…,다음해42년에는대학연맹이강제해체되어,중지.

물론,전쟁이극심했던그후3년간도또중지…이런역사적인배경이그이유이다.

전쟁에관계했던정계와상계,군계대부분의일본사회가이성을잃고광란하고있을때,

상아탑의전통으로그들앞에섰던학계의,<암암리의저항과갈등의역사>를읽을수있다.

이전,일편적일본을국사책에서배웠던한국인인나.

일본에서생활을시작함으로써그와’다른또한면목’의일본을보게되면서,

무조건적인반감으로경직되었던자신을조금은연화시키는계기를갖게되었었다.

*

정월2일아침8,도오쿄의시중심지오오테마찌(大手町)를출발하여,

약간남서쪽으로떨어진하코네시의산산겹겹속에자리한호수,아시노코()까지의거리약108km…,

(스타트!)

그리고다음날아침8,이산속의아시노코호수를출발하여,

또다시출발지였던도오쿄의오오테마찌로되돌아오는약109.9km의거리;

(주자가통과하는사이는,하코네등산철도의전차도정차)

이상의왕복,220km,

20대초반의남자대학생’10명’이연이어달려,자신들의’대학의띠(타스끼,)’를나르는마라톤이다.

(각대학별타스끼.색깔이나무늬등으로전통을잇는다.)

본래는,

아직은미국이일본의적국이아니었던1920년대,

거대한아메리카대륙의동서횡단마라톤일본인들이달성하겠다는목표로창설된대회라고한다.

코스위의하코네의산들은,즉,아메리카대륙의척추,록키산맥을상정한것.

대회초기에는,학생들의마라톤이어서,’학업이끝난오후’부터출발,

200km가넘는이왕복거리의마라톤을’하루’동안에거행하였었다고한다.

그래서,이산속의코스를달릴즈음이면,이미시각은해가기울은저녁인데다특히숲속에쌓여대단히어두워,

근접마을의청년들이’횃불을달구어같이달리면서’길안내를해주었다.

그런따뜻한성원에도불구하고,

산정을향해달려오르는이코스는,대단히고통스러운것이어서

혈기왕성한20대젊은이들이도중에나무에기대어통곡을하는예도적지않았다고할정도

실제로,각코스약20km전후의거리를달리게되는각선수들의

타스끼를전달받아출발할때의상그롭고자신만만한표정은,점점시간이흐르면서그표정이격해지면서,

후반에는,그누구나예외없이,장거리달리기의고통으로흉하게찌그러진다.

결국,겨우타스끼를다음주자에게전달한후에는,쓰러져드러누워버리는선수도적지않다.

이들,’젊음으로해서대담하기도하나,다른한편미숙하고단순한주자들이

단하나,앞서달렸던친구들로부터전달받은’타스끼’를목적지까지나른다는일심으로,

20km전후의거리를달리면서드러내는

한주자의표정의변화분투,인내,좌절,극복의드라마는,외려,1시간의영상이부족할정도

지켜보는이로하여금,그들과함께아픔의공감‘,’회생의공감‘,’안도의공감을갖게한다.

더더구나,한주자의이드라마가,당연히,그자신한사람만의것에그치지않는다는연대감

이드라마들을더욱비장하게한다.

어깨위에맨<타스끼>는,

그간자신보다앞서달린친구들이전달해준,그리고자기뒤에달리게될나머지9명분의몫이기도해서

그리고,또한,–실제로대회에출장하여코스위를달리지못하나–,

그간뒷무대에서함께절차탁마했던수십,수백명의친구들의몫까지

<모든이들의’무게가담겨있다는것’>.

그래서,스피드,체력의조절미스등만약의실패로해서도중에쓰러져경주를포기하게되면,

그’타스께를전달할수없어’걸머지게될회한의크기는이루가늠할수없을정도로팽창하는것이니,

그긴장감을,

당사자인주자도,이들을지켜보며응원하게되는시청자도공유하며가슴을졸인다.

혼자서는결코힘껏달릴수없는거리이기에,

10명의친구들이힘을모아그목표를달성하게되지만,

결국이렇게<함께달린다는것>부담은

오히려한사람한사람의주자에게는기하급수적으로더욱더무거운짐을짊어지게한다고하겠다.

(한편,현대의개인주의,이런중압을피하고편리를택하는사람들의선택인지도…)

이런젊은이들의’혈기와패기의인간성’이

긴역주속의역경속에서결코좌절되지않았으면하는바램으로

오히려,최종적으로는성장으로이끄는적절한무게이었으면하는바램으로…,

텔레비젼의중계를지켜보며,우리가족들은인생이야기를나눈다.

똑같은화면을지켜보며,다른집지붕밑에서도똑같은가족들의정경이있지않을까싶다

*

신년의하코네대학릴레이에참가하는대학교는19,그리고불참가대학교의정예가모여이루는선발팀1,

이상20개교이다.

20개교의본선진출을위해,3단계의허들이준비되어있다.

1,전년도대회에서10위안에들것.

2,본년도6,7월중에거행되는각육상선수권에서호성적을낼것.

3,9월의하코테대학마라톤예선전

(이예선전에는,이미전년도결과로참가가결정된대학’이외의대학’이출전,

각대학을대표하는10-12명선수들이모두모여동시에20km의거리를달려낳은기록들을

대학별로평균을내어,그순위를정함.)

,1년동안의여러대회성적을전부가감해,참가팀이걸러진다.

이<장기간의예선과정>또한,’또다른드라마’를낳는다.

예선전까지는레귤러였지만,1년동안계속좋은컨디션을’유지못하는’경우도있어,

본선을달리는선수중에는,예선전의좋은결과를낸선수들의을등에업고달리는경우가그예이다.

2011신년의대회를우승으로장식한학교는명문,와세다대학.

그최종주자로마지막골테이프를끊은사진의나카시마(中島)선수도그런한사람이었다.

중계아나운서의언급에의하면,

대학교4학년인그는이와세다대학육상부의주장.

그러나,모든선수를대표하는자리에있는그도,올해가첫본선출장이라고한다.

,1학년때부터지금까지,출장선수들의뒷바라지를하며팀을격려하고응원하는측에만있던그가,

와세다대학의대표적주자의부상으로때문에,급거’최종주자의라인’에서게되었었다는것.

12시간의긴중계를위해많은자료를준비한TV국관계자나아나운서들의정보를들으며,

이런나카시마선수를지켜보는시청자들의시선도뜨거워진다.

그런그가,이번대회에서<23.1km,1시간955>를달리는사이에,

‘머리에떠올리고가슴에담으며’,마지막까지자신의힘으로바꾸었을그의수많은작고힘든기억들을,

시청자들도,마치,자신의일처럼가슴에그리며

뜨겁게성원하며그를지켜주고싶어진다.

*

1987년부터텔레비젼중계가시작되어,매년설날에안방속의시청자들에게전해지는<하코네릴레이마라톤>,

주자들을,

그저코스위를고독히홀로달리는’한개체의선수’가아니라는사실과–수많은시청자가지켜보며응원하고있음에–

한개인이아닌,같은팀의다른선수들과의유대속에서최선을다하는면목들로부상시킨다.

새해를맞이하여,

일본의가족들이모여앉아보는이마라톤중계는,

어쩌면,일본사람들이이한해동안,그들의삶을영위하는일본이라는사회에서–,

TV속의선수들과같이,

<자기보다는,’주위의사람들을위해>

<삶을나눌마음을준비하게하는>시간인지도모르겠다

*

그옛날,–그어느곳도예외없이–,

사람들이살던곳은이웃없이는,친구없이는살아갈수없는터전이었다.

교통매체나통신수단이발달되지않았던시대에는,

연기신호의릴레이,말들을이용한릴레이,역마차를이용했던릴레이등등을이용해…

사람들은

<제각기의한계있는>을나누어맡으며,

<모두의힘을모으는지혜>를가지고있었다.

그러던것이,오늘날과학,문명의발전과함께,–특히유럽이나아메리카의서양세계에서는–,

그런본디의인간삶의형태손쉽게버리고,개인주의로,편의주의로질주하고있다

한편,

"일본이있다던가,없다던가…,더이상일본은강대국이아니다던가그렇다던가…"

우리한국사람들은,우리들의척도,일본을올렸다내렸다하지만,

일본인들에섞여생활하고있는요즈음의나는,

그리고,제법많은삶을경험하며,인간존재의미력함을조금은알게된나는,

그런<부족한한사람,한사람>이<함께모여살면서>

‘절대로혼자서는이룰수없는일’들을가능하게해온인류의전통

어리숙하리만큼외골로,<현대사회속에서도고수하고이어가려하는일본사람들>의사는모습에

자주머리를숙이곤한다.

신년의정례로<하코네대학릴레이마라톤>고대하고즐기는일본인들의새해맞음에서,

‘<함께사는>인류전통에기반을둔이네들삶의진지함

나는읽게된다.

-국적에관계없이,내가이웃으로간직하고싶은사람들이다.

<개인의진지한삶을살면서>도,그런<모두와"함께"이고자하는사람들>…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