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언제나,사람들에게
이전에는그저무심히지내왔던하루하루의‘일상‘에서‘감사‘부터배우게한다.
돌연히닥쳐와서는,
이전의모든‘당연’들이정말은아주‘특별한것‘이었다는진실을
새로이
하나씩하나씩재발견하게한다.
그리고…이번지진은
그간익숙했던우리집의<가족방정식>에도,새로운검산이필요해졌다…
*
운좋게도,내가이번커다란지진을피하게된것은
6년전아버지를먼저잃은후홀로사시는연로한어머니를찾아서울에있었기때문.
남편은이번의그의유럽방문도함께떠나줄것을기대하였지만,
한편,아내가또다시서울친정집을선택할것은암암리에알고있었다.
그의방문일정을듣고도말을아끼며생각에잠기는내모습에,
"어쩔수없지…"라고,푸념도아닌낙담도아닌대답을스스로입에올린것은
먼저남편쪽.
언제나그렇듯,미안하기도하고고맙기도하고…
-‘…당신하고는앞으로도50년이상함께할터’인것을…
굳이변명하지않아도,아내의뜻은이미반려에게전해졌었다.
마침,그기간중에봄방학을맞는딸이(일본의대학은4월부터신학기가시작된다.)
섭섭해하는아버지의기분을눈치채고,
그리고미안해하는엄마의마음을읽고는,
또,이전자신이어렸을때부모의손에잡혀2년을넘게생활했던곳을
이제어른이되었으니스스로의의지로다시한번밟아보고싶다는나름대로의호기심마저도작용하였으리라…,
"엄마대신,내가따라가줄께",라고솔선해나섰다.
*
이렇듯,서로의기분을열심히살피는—
‘중년의딸이노모를걱정하고,
남편이아내를헤아리며
어린딸이부모의마음을가늠하는’
—이러한‘가족방정식‘은
우리집에서너무나친숙하고당연한것이었다.
그런’가족들의제각기의분별력덕분’으로,
이번3월11일금요일,9.0의대지진이일본을강타했을때,
네명의우리가족중의세명은,현장을떠나있을수있었다.
(우리가살고있던지역구도,16인의사망자를냈다.)
당시유일하게동경에서근무중지진을맞은아들과는
지진발생후약6시간만에겨우전화통화가되어,무사를확인했다.
갖직장에다니게된그였지만,
이미제‘일‘로,제‘삶‘의소비를메우는이미‘성인‘…
그리고또이럴때만불공평히도
—내가즐겨쓰지않는말이지만–,’남자이니까…‘라고입에올리며,
"네한몸은스스로지킬수있으리라믿는다"라는말을
아들에게,
그리고또나자신에게들려주는것으로
가슴을다독였었다…
벌써한사람몫으로,
부모도움이라는테두리밖에생활하며
내걱정을덜어주는그의성장도또한
대학에들어가던지난4년전부터받아들이고있는,
그래서이제는어느새제법익숙해진‘우리가족의방정식‘중의하나.
가족이기에,그유대로‘풀어지는‘해법은
마치수학방정식처럼,이같이’명확한전개’를보이는법이다.-앞을내다보기쉽게한다…
*
그래서,
지진과쯔나미라는천재天災에
노후한원자력발전소의방사능누출의인재人災까지겹쳤지만,
다행히도‘우리가족의방정식‘은,
예외없이작용하며답을향해풀려가고있는듯했다.
적어도도중까지는…
늘그랬던것처럼,나는
일본에서의일때문에,1주일만친정을찾고되돌아갈참이었다.
그러나당시스위스에서일본지진의뉴스를본남편의전화는,
나리따에입국하기전에서울을들릴터이니"더친정에서기다릴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모여‘(이번에는서울)>지진후의경과를주목하여거동을정하는것.
-물론,’절대치‘이다.
*
그런데,여기서부터…
이번지진은,
-<지금까지의’우리집방정식‘>이이미<과거‘의것>임을,
–그래서,새로운검산,수정을받아들이지않으면안되는‘중대한균열‘이생겨있음을,
알게해주었다.
<‘딸‘의관계치>에이미‘커다란변수’가생긴것을
우리는그간간과하고있었던것.
딸은,아빠를따라2주일간동경을떠나있는사이에도
보이프렌드와열렬히사랑의멧세지를주고받고있었던듯,(–아,휴대폰은세상을이렇게좁게하여…–)
동경에서기다리고있을그와의재회를
뒤로미루게하는부모의결정에크게당혹해했다…
우리부부가‘지진문제해결안‘이교환되고있는중에,
딸은,다른한편에서,이지진으로파급된문제들을그친구와상의하고있었던듯…
–이전같았으면‘우리부모에게’했었을터인데…
그녀의친구는,
—우리부부가한국과독일에있으면서
그다음단계로‘한국체재‘의결론을내리고있는중인지…그’근본원인’을파악하고는–,
둘의재회장소를,
지진이나원자로방사능에아무런영향이없는일본‘관서지방‘의공항으로바꾸었다고한다.
그러니딸에게빨리일본에돌아오라고…
딸은–부모보다도–친구쪽의’답’에호응해,
자기는먼저‘안전한오오사카‘에서그와만나,
우리부부의결정에맞추어부모가동경에돌아오는날,자기도동경에가겠으니,
‘관서지방의공항으로먼저갈수있도록‘허락해달라고…
딸은독일에서
서울에있는나에게로전화를걸어왔다…
*
함께있던독일에서아버지도당혹했으리라,
이곳서울에서나도,내귀를의심하며눈이휘둥그레해졌으니…
학교생활에서도운동에서도활동이두드러졌던아들과는달리,
늘조용하고상냥했던딸이었다.
<‘엄마가있는곳’이면어디든지좋아하는딸>이라며…
남편도,우리모녀관계를대단히부러워했었다.
그래서,대학에들어가집을떠나있어도,
딸이한달에한번정도는반드시—부모와의약속도잘지켜—귀가를하는날이면,
남편은,이정겨운모녀를위해,슬쩍자리를비워주고는했다.(젊은이에게‘자기발견‘의시간을갖게하고싶다.)
그랬던딸이,
그엄마가있는서울에들리는것으로해서나리따입국이연장되자,
그토록또렷히,제뜻을,—그리고,친구의뜻을—전하고있는것이었다…
독일에서딸과함께지내며남편도,
이미어른이된딸자식의설득이저윽이어려웠으리라.
언제나처럼,
딸에게연유된문제의’최종해법’은엄마에게맡겨졌다…
*
그녀는그날인천공항에12시25분에내려,
오래간만에보는할머니와엄마에게인사만하고는,
그후약6시간후,오후6시45분비행기로,
‘지진과는무관한’일본의관서지방으로날아갔다…
그때의딸의더없이밝고행복한웃는얼굴을보며,
할머니는
"우리손녀딸이참예쁘다"며거듭말씀하셨다.
대지진의충격속에서나는,
그러나,냉정히…,
성장한자식으로해서,수정되어야할우리집가정의‘방정식‘에,
검산을거치며,새로운해법을찾아내야했었다…
딸을몇번이고강하게안은후,
–그녀를격려할때늘그랬듯–,눈을동그랗게크게떠살짝웃어보이며…
나는딸을떠나보냈다.
‘지금까지의익숙했던묵은해법‘을
—참오랜동안우리네가족에게많은안심을갖게했었었는데—놓아버려야할때.
이미더이상그적절성을잃은옛방정식을되돌아보며
복잡한기분을갖게된다.
<‘新해법‘이,
언제나‘보다세련된,진보된‘이라는것>임을
잘알면서도…
(그림,사진은Yahoo!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