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1-05-12

일본에서의 조금 다른 봄맞이

연이은지진과쯔나미,그리고방사능위협으로여윌대로여윈땅에도,

예외없이5월의햇살은찾아와주었다.

"…Thecruelestmonth,breeding

Lilacsoutofthedeadland,mixing

Memoryanddesire,stirringDullrootswithspringrain"

(TheWasteLand,T.S.Eliot(1888-1965)

–hasatlastgone~!

예년같으면,4월에들어서기바쁘게입에올렸을봄의찬가도,

재난으로하여마음도몸도아픈이웃들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지는.

일본인들의이런심려와절제로

이들의봄의정례인공원에서의벚꽃놀이에도무거운그림자가드리우고

자연의재생은,눈맞춤을피하려는사람들의시선들로해서,그간흥을잃고있었다.

시인의봄비마저도이곳을피해가는지

일본경제의뿌리는눈을뜰기세도보이지않은채,

외려,피해지에는4월중엽까지도눈발이날려

그러나Mr.Eliot,

당신의연민으로더욱잔인하게보였던그이른봄,그4월은–

–이제는,5월에밀려,더이상이곳에는없습니다~!

*

"루은룬るんるん"

일본사람들의이렇게적힌다.

연홍빛벚꽃잎이바람에휘감겨한꺼번에떨어져내릴때,

그연약한것들을밟고내딛어’가라앉는비장감’을뿌리치고자함일까,

심미의눈을밝히며찾은그네들의

이렇게’밑에서위로’끌어올리듯,부풀어오르는형태를한다.

제존재속의깊은심층에서부터의두들김(knocking)’이자’솟아오름(springing)’이다.

사람들의양기를북돋고자일본정부마저이례의봄선언발표하는중에,

하나둘봄답지않은봄을향해마른웃음을드러내며

거리에는루은룬경쾌하게발걸음을옮기고자하는사람들의수도조금씩늘기시작한5월이다

*

유럽에서도,미국에서도,길거리를걸으면,

아직은소수인아시아사람들의얼굴은내눈에금방눈에띠었다.

서양인들은그렇게구별하기어렵다며설레설레머리를젓는

<일본인과중국인과한국인을분별하는일>

외국에서제법오래산한국사람이라면그다지힘들지않는일.

한편,이곳일본에서

<다수의일본인속에섞힌한국인의모습을분별하는것‘>은별개로,

결코쉽지않다.

민단,조청련으로나뉘우는사람들은그세대를거듭하고있는긴시간으로해서,

일본역사속에서기원전10세기경쌀재배법을가르친사람들로소개되는건너온사람들渡來人들처럼

이미일본자체를만들어가고있는사람들속에자리잡아,

굳이그들의족보까지파헤치며국적을좇을필요도없을정도이나

*

그래도,나같이비교적신참으로여전히out-sider로있는사람은

알아보기쉽다.

우선봄맞이의색깔부터틀리다.

일본인모두에게심미의눈을뜨게하는잔잔한연분홍벚꽃의그네들의봄색과는달리,

내봄은언제나노란색으로시작된다.

노란수선화의봄,

또지금도선명한사진어머니가골라준노란바바리를입고국민학교입학식에향하던3월의기억

그리고졸업한학교마다늘넘치듯피어있던개나리,개나리

2월이끝날즈음이면벌써봄을기다리는마음이동하며

개나리빛진한노란색의터틀스웨터로몸을감싼다.

그간의무채색의겨울치장과는유별이다.

특히나,겨울이면보라색외출복을즐기는나로서는,

먼셀색상환표의정반대색으로도약하는것이니–‘대변신

(Munsell’sColorWheel)

앞선포우스팅육아育兒육아育我‘1.-인간생명에서도적었듯,

시각적인자극은삶에대단히중요한것이어서,

먼저이렇게옷의색이변하면,기분에도,실제의생활리듬에도,변화가따른다.

봄이짙어감에따라

그노란빛도겸손해져조금씩여려져간다.

내옷장은,색조를조금씩달리하는노란색스웨터나블라우스는제법숫자를채우고있다.

한편시기를같이해,슬랙스나스커어트의색은반대로흰색에서크림색으로조금씩색이짙어가대조된다.

상하가같이여린크림색이되는시기는대개는4월초순경

햇병아리같은복장에다달으면,

어릴적향수를되돌아가그곳에서잠시나마어린생기로놀아보기도하며

*

이미5월이어서,

그날나는,

엷은크림색블라우스에채도낮은진한그린계스커트를입고일본인들의봄치장과는조금다른스타일.–

토오쿄행전차에올랐다.

전차안은,더구나오전중의전차는,결코한가하지않다.

전차를타면으례,북적거림을피해조금은사람이적은차량의앞뒤쪽에치우쳐서는.

이날은운좋게도,역지나지않아,내가서있던앞의우선석의자리가비었다.

일본에서는,적어도내가사는치바동경간의케이요오센전차에서는,

노약자를위한우선석이라하여그자리를특별시하며비워두는사람은거의없는듯

(대부분의경우,자동차로이동을하여전차를타는기회가아주적은나의파악이니정말로소견이다…)

나도이럴때만은‘followingtheRomans’로,주위의일본인들처럼,서슴없이비어진자리에앉는다.

다만앉아서책을읽으면서도,전차가역에멈출때마다머리를드는것또한현지인들과내가다른모습.

우리한국인들은언제라도이자리의주인이올라타면그자리를양보할준비로앉는것이어서,

이자리는그리마음편한자리이지만도아닌것.

-…비워둔채로서있는것이한국에서는더편할정도이지만.

*

이날도서너정류장지나지않아,머리가힐긋한할아버님이올라타셨다.

얼른자리를차고일어나는내눈과시선이맞아,망설이듯사이를두었다가가까이와자리에앉으신다.

몇번이고그유명한아리가또오ありがとう라는인삿말을연발해감사하다하며허리를수그린다.

그리고나는,숙제를마친아이처럼안도하여편안한기분이되어,전차차량의구석으로더깊이섰다.

그런데

그후몇정류장지나고또다른한노인분이올라타셨다.

대개전차의어느좌석에든자리를잡은대부분의일본인들이그러하지만,

머리를살짝수그리고앉아휴대폰을사용하거나책을읽거나제일들에몰두하며/하는척으로

주위의변화에그다지눈을두지않아이노인의승차에주의가주어지지않았고,

노인분도그런전차의분위기에익숙한듯,전차문의손잡이를잡고서계셨다.

아…,무심한일본사람들…’

하며조금유감스런마음을느끼며이러한정경을바라다보고있던나를

‘놀라게한일’은약1분이지나,전차가다음역에멈춘후에일어났다.

다음역의안내방송이나오자,이전까지내옆자리에앉아있던,’우선석

30대중반의여인이조용히자리에서일어섰다.물론그비어진자리에는노인분이다가와앉았다.

아무런말도주고받지않았지만,’두사람의위치가교환되는것’이너무당연하다는분위기.

그좌석주위에는비록적지않이다른사람들도듬성듬성서있었지만

그누구도노인보다앞서그자리에앉으려는모습을보이지않았다.

그녀는그자리를떠나차문쪽으로향하였고,

나는또당연히,그녀는다음역에서하차하는승객이라고생각했다.

그런데,다음역에서전차가서고차문이열리고다시닫혔건만,

그녀는전차를내리지않고다만한블럭거리가둔곳에그냥서있는것이었다

*

"!…"

그녀의그런모습을보며,나는그녀로부터’한상냥한멧시지’를깨달았다.

이일본여자는,

조금전내가,무슨큰일이나되듯자리에서일어나자리를양보하여노인을앉히며

인사를하고인사를받는그부선스러움

피하려고한것은아니었을까?…

이전책에서읽었던

<일본사무라이들은은혜를받는것을수치로여겼다>는글귀가문득떠올랐다.

그런것인가?

일본사람들은마음이차가운것이라기보다는,

그어떤호의‘로라도,

상대에게은혜를입었다라는기분을갖지않도록

배려하는것인가?…

그녀는,노인에게

이미신체가쇠약해진분에게…’라는소외감이든가,

고맙소,고맙소..,’를연발하게하는마음의동요를가지지않아도되게끔

-현명하게조용히처신하려는뜻이었던가?!

자리를양보하고

한블럭멀리떨어져섰던그사려깊은여인이전차를내린것은

그후세역이지나서였다.

그때까지그녀에게서눈을떼지못하고

멀리서바라다보았었던나는,내심머리가수그러졌다.

–‘참으로아름다운여인/인간이다.

그녀가내린후에도,차창을통해내시선은

그녀가시야에서벗어날때까지

한참을그녀의뒤를좆았다

*

이에피소드를일본인친구들에게들려주면,

모두들<나의읽음이과하다>며,

살짝웃음을짓기도일부러박장대소를해보이기도한다.-"그건모두옛날일이예요"라며그네들은손을젓는다.

앞서첫노인의승차때,나로인하여,발늦게양보의기회를잃었던그녀가

그후부끄러운마음으로가시방석같은자리에앉아있었던것이틀림없다

다음기회가주어졌을때,금방자리를서고싶었지만,

내게옆구리찔린듯한경우가되는것이싫어서,그냥버티고앉았던것이지요

그들의해석이다.

역시친구는좋다

일본인친구들은외려,<한국사람들의노인을공경하는마음이더부럽다>는을입에올리며,나를부추긴다.

나의겸연을누그러뜨려주려는뜻이려니

진상이어떠하듯,

5월의한날,나는<조금색다른,그리고흐믓한봄맞이‘>를하였다.

책을통해보았던고전적일본인을실제의생활속에서만난듯한기쁨

*

나는이국에서

현지인과조금다른내모습으로그차이즐기고,

적지않은다른삶들도배우고있다감사한일.

-5월이다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