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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5월이어서,
그날나는,
엷은크림색블라우스에채도낮은진한그린계스커트를입고—일본인들의봄치장과는조금다른스타일.–
토오쿄행전차에올랐다.
전차안은,더구나오전중의전차는,결코한가하지않다.
전차를타면으례,북적거림을피해조금은사람이적은차량의앞뒤쪽에치우쳐서는나.
이날은운좋게도,몇역지나지않아,내가서있던앞의‘우선석‘의자리가비었다.
일본에서는,적어도내가사는치바동경간의케이요오센전차에서는,
노약자를위한‘우선석‘이라하여그자리를특별시하며비워두는사람은거의없는듯…
(대부분의경우,자동차로이동을하여전차를타는기회가아주적은나의파악이니정말로‘소견‘이다…)
나도이럴때만은‘followingtheRomans’로,주위의일본인들처럼,서슴없이비어진자리에앉는다.
다만앉아서책을읽으면서도,전차가역에멈출때마다머리를드는것또한현지인들과내가다른모습.
우리한국인들은언제라도이자리의주인이올라타면그자리를양보할준비로앉는것이어서,
이자리는그리마음편한자리이지만도아닌것.
-…비워둔채로서있는것이한국에서는더편할정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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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서너정류장지나지않아,머리가힐긋한할아버님이올라타셨다.
얼른자리를차고일어나는내눈과시선이맞아,망설이듯사이를두었다가가까이와자리에앉으신다.
몇번이고—그유명한‘아리가또오ありがとう‘라는인삿말을연발해감사하다하며—허리를수그린다.
그리고나는,숙제를마친아이처럼안도하여편안한기분이되어,전차차량의구석으로더깊이섰다.
그런데…
그후몇정류장지나고…또다른한노인분이올라타셨다.
대개전차의어느좌석에든자리를잡은대부분의일본인들이그러하지만,
머리를살짝수그리고앉아휴대폰을사용하거나책을읽거나제일들에몰두하며/하는척으로
주위의변화에그다지눈을두지않아이노인의승차에주의가주어지지않았고,
노인분도그런전차의분위기에익숙한듯,전차문의손잡이를잡고서계셨다.
‘아…,무심한일본사람들…’
하며조금유감스런마음을느끼며이러한정경을바라다보고있던나를
‘놀라게한일’은약1분이지나,전차가다음역에멈춘후에일어났다.
다음역의안내방송이나오자,이전까지내옆자리에앉아있던—즉,’우선석‘에—
한30대중반의여인이조용히자리에서일어섰다.물론그비어진자리에는노인분이다가와앉았다.
아무런말도주고받지않았지만,’두사람의위치가교환되는것’이너무당연하다는분위기.
그좌석주위에는비록적지않이다른사람들도듬성듬성서있었지만…
그누구도노인보다앞서그자리에앉으려는모습을보이지않았다.
그녀는그자리를떠나차문쪽으로향하였고,
나는또당연히,그녀는다음역에서하차하는승객이라고생각했다.
그런데,다음역에서전차가서고차문이열리고다시닫혔건만,
그녀는전차를내리지않고다만한블럭거리가둔곳에그냥서있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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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녀의그런모습을보며,나는그녀로부터’한상냥한멧시지’를깨달았다.
이일본여자는,
조금전내가,무슨큰일이나되듯자리에서일어나자리를양보하여노인을앉히며
인사를하고인사를받는그‘부선스러움‘을
피하려고한것은아니었을까?…
이전책에서읽었던
<일본사무라이들은‘은혜를받는것‘을수치로여겼다>는글귀가문득떠올랐다.
…그런것인가?
일본사람들은‘마음이차가운것‘이라기보다는,
그어떤‘호의‘로라도,
상대에게‘은혜를입었다‘라는기분을갖지않도록
배려하는것인가?…
그녀는,노인에게
‘이미신체가쇠약해진분에게…’라는소외감이든가,
‘고맙소,고맙소..,’를연발하게하는마음의동요를가지지않아도되게끔
-현명하게조용히처신하려는뜻이었던가?!
자리를양보하고
한블럭멀리떨어져섰던그사려깊은여인이전차를내린것은
그후세역이지나서였다.
그때까지그녀에게서눈을떼지못하고
멀리서바라다보았었던나는,내심머리가수그러졌다.
–‘참으로‘아름다운여인/인간‘이다.
그녀가내린후에도,차창을통해내시선은
그녀가시야에서벗어날때까지
한참을그녀의뒤를좆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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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피소드를일본인친구들에게들려주면,
모두들<나의‘읽음‘이과하다>며,
살짝웃음을짓기도일부러박장대소를해보이기도한다.-"그건모두옛날일이예요"라며그네들은손을젓는다.
–앞서첫노인의승차때,나로인하여,한발늦게양보의기회를잃었던그녀가
그후부끄러운마음으로가시방석같은자리에앉아있었던것이틀림없다…
–…다음기회가주어졌을때,금방자리를서고싶었지만,
내게옆구리찔린듯한경우가되는것이싫어서,그냥버티고앉았던것이지요…
그들의해석이다.
역시친구는좋다…
일본인친구들은외려,<한국사람들의노인을공경하는마음이더부럽다>는등…을입에올리며,나를부추긴다.
나의겸연을누그러뜨려주려는뜻이려니…
진상이어떠하듯,
5월의한날,나는<조금색다른,그리고흐믓한‘봄맞이‘>를하였다.
책을통해보았던‘고전적일본인‘을실제의생활속에서만난듯한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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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이국에서
‘현지인과조금다른‘내모습으로그‘차이‘를즐기고,
또‘적지않은다른삶들‘도배우고있다…감사한일.
-5월이다…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