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1-09-17

‘그 때 그 곳 – 적시적소(適時適所)’ 1 : 둘째 아이의 존재까지

학생부부였던우리는

하루의’매듭매듭의시간’을

늘함께보냈었다.

아침식탁에올릴신선한빵을사러가는아침산책길,

산등성이에위치했던유학생숙사에서마을중심가의대학으로뻗친내리막길의등교길,

점심도저녁도이용했던학생식당을찾는길,

그리고어둑해진시각에번화가를벗어나산등성을오르는귀가길도

한편,

흔히부부는일심동체라고들하나,전공이달랐던우리는

그는그의공부로,나는나의공부로,해야할일이태산같았던나날들…,

식사를마치면,각기떨어진연구동으로뛰어가기바쁜,그런분주함과허둥댐이어서

매듭이외의시간에서의,서로의부재(不在)를낯설어할틈도없었다.

그도나도,그리말이많지않은타입으로,

무엇보다도,이미각기개인으로서의존립을수용할수있을만큼은어른이되어있어서

많은말도필요없이

제편리에맞게,

나는그의다정함이,그는나의웃는얼굴이

너무멀지않은곳에자리하고있음만으로충분해하며

하루의거의대부분의긴시간을각자의장소에서떨어져지내는시간’에도

익숙했던젊음이었다.

*

그런아무런부족함없이충실했던젊은이들의생활이

두사람이공유하게되는새생명의탄생에서부터

조금씩변해가야했다.

-‘이미수태후5주일째가되면

태아의팔,다리를확인할수있는것‘(-물론,이사실을안것은나중의일이나…)

인간탄생비밀(2)-임신3개월(수정후8주)까지:생명진화의총괄

당시너무어리숙했던내가,

혹은,너무건강해임신초기의어려움을거의지각하지못했던내가,

생명의진전을깨닫게된것은,위에적은태아로성장해있던,이미임신2개월이지나서였다황당함.

그래도우리부부는

‘세번째가족’의탄생앞에서

어두운부모의얼굴을보이는것은불경이고실례라고알만큼의어른이어서,

내심은눈앞이캄캄한정황이었음에도

겉으로는서로에게축하의말을나누는것을아끼지않았었다…

**

...결국,

수개월의망설임후에,

우리는,두사람이똑같은결단을내리고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학생이라는신분의포기.

그는,논문의상담보다도,서둘러스승에게구직을상담하기시작했고

당시교육학을전공하고있던나역시,

서적과강의를통해서가아닌,’현장에서직접경험하며배움을넓히겠다’는결론을내리고

논문을위해펼치던참고서적을육아관련서적으로바꾸고있었다.

그리고,그가강의를갖게된대학으로이사하기위해,우리는짐을쌌다.

육안으로도내몸의변화가확인되던임신5개월째의일이었다.

***

그후2년반….

‘지난나의삶’속에서가장힘든시간들이었다.

새로운곳,새로운역할

모든생활이낯설어서툴수밖에없었던자신

새삼스레,

제법긴시간을공부해왔으면서도,–특히.최종적으로는교육학을전공하였다하면서도–,

"엄마가되는법"은한번도배운적이없었음이당혹하고한심스러웠다.

물론,같은상아탑속이라해도,

‘배우는입장에서가르치는입장으로’,그처한신분이틀린만큼힘들었던젊은아빠도,

집에돌아와서는,–워낙적은말수중에도–,"역시밖은피곤해"라는말을잊지않았다.

안해집안의태양으로자리잡아야하는나는

결코태양이될의지도바로세우지못한채,여전히흐릿한별빛정도로위치하며

-"그래도당신의피곤은,그간의당신삶이준비했던그연속선위’에있는것이지만,

하루하루를,지난자신의20여년과너무나’무관한일’로보내고있는나의피곤은?…"

하며,가장의지할수있는사람이기에더욱,

이전의자신과는달리말을조심하지도않고,투정을부리던그리고는,자기환멸.

고맙게도남편은

이런나의당돌한심정을제법잘이해해주며받아주었다.

-적지않은젊은부부,그가정,그지붕밑’에도있는정경이려니

****

지금되돌아보아도,

미련했던나이지만,그간살며내가행했던것중에,그래도’가장잘한결단’으로

‘<둘째아이를가질결심>을했다는것‘을꼽게된다.

-그후세상과,그리고생명에대한’나의시선

커다란확장을맞는전기가된것이어서

실은,친정어머니의도움도있어외지에서무사히첫분만을할수있었던나는,

옹골차게도이전의내가학생을포기하며행했던옛결심은훌훌털어버리려는듯

빨리건강을회복해다시대학에돌아가기를준비하고있었다.

그리고약1년뒤,앞선유학경력으로대학에의편입이허락되며연구그룹에는참가할수있었으나,

그간아이에게젖을물려왔던내가슴은쉼없이팽팽히불어와블라우스를적시는매일...

이미아장아장걷기시작했던아들을보육원에데려가는아침마다의어수선함과허전함.

비록,특별히엄마학을공부한적이없는대신,나의행복했던유년시절을갖게해준어머니를잘기억하고있으니,

적어도그녀처럼아이를키우겠다고마음먹었었던나였어서,

내가어렸을때는결코흘리지않았던눈물을,

내앞에서쉼없이훌쩍대는아들을보게되는때마다가슴이메이며아팠었다

그렇던내게,

둘째의임신은,또한,대학을완전히결별하는다짐이기도했다

*****

<‘한아이’만으로도그토록힘들었건만,하물며아이가’둘’이되면일은배로늘것이어서…>’라는각오를하면서,

한편,그럼에도,어리석고단순하게도–,

<‘자식은,삶보다,>라는기본산술로…,하나를버리고둘을취하는’자신의선택을수긍,

그렇게자신을다독거리면서내렸던결단…

그런데’의외의일’이일어났다!

둘째까지둘을키운다것,

실제로는,<엄마의일과부담을()’으로줄게하는일>이었다.-첫아이덕분…

또한편,

두아이로해서얻는기쁨은,–결코합산(더하기)’이아닌–‘승산(곱하기)’.

-아니,단순곱셈이아닌<‘제곱승‘의크기>라는사실도경험하게되었다.

,둘째라는한명의가족이더해진것으로

가족의기쁨의크기는‘2배가아니고4배이상…’으로불어나…

<그어느하나도버릴필요없이,’모두’가다사는길>이었던것!

******

둘째를갖게되었을때,이미3살이된아들은

점점불러오는엄마의배를호기심을가지고바라보았고,

그래서나는,

틀림없이’들어도알아들을귀를갖지않았을어린’아들임을잘알면서도

둘째아이를위해읽는육아책속의사진들을그에게도보이며,뱃속의아기의상태를설명했으며,

둘째를위한자잔한소도구를준비할때도,일부러오빠의의견을묻곤했다.

어차피태어나서잠시만쓰게될담요등,어린아기때의물건들은조금우스꽝스러워도상관없는것

나는그가선택한쪽을아무런망설임없이구입했다.

<어린신사>와의시간은또’크고별다른재미’로,첫아이때에는갖지못했던것

그리고오빠,

아빠이상으로,엄마의배안에서성장하는아기에게관심을보였고,

동생이태어난날도,분만의연락을받고병원을찾아들어온그는,

그러나,엄마에게는짧은눈인사뿐으로

먼저두리번거리며<아기가있는곳>을찾아서는곧장그곁으로달려가서성거렸다.-겸연적은모습으로…

엄마침상옆에준비된병원의아기침대는투명한플래스틱유리로된조금높은대위에있던것.

아빠가,그런아들의모습에눈치채,훌쩍안아올려아기를내려다보게해주자,

느닷없이,아들은제한손을뻗혀,갓태어난동생의손에맞추어댔다.

그리고는,제손이아기것보다역시많이큰것에안심한듯,만면에소리없는웃음을띠웠다

침상에누워세가족의동향을올려다보던엄마만이주목했던오빠의회심의미소!

(더욱우스웠던것은,산후1주일의입원후,집에돌아왔을때의일.

준비해둔낮은’아기침대’에동생을눕히자,오빠는조심조심자신의한쪽발을침대에올려그녀의발에들이댔다.

손의크기만으로는여전히불안했었던가보다

이렇게발까지맞추어본후에야,’역시자신은오빠!’라는확신을새삼더욱굳혔으리라.

-‘아직의구심많은’원숭이의수준의오빠…)

‘첫아이’가3살이되기전까지,

아기옆에있는엄마의노동’은정말로너무나많다.

어차피,제몸하나조차가누지못하며,아무것도할줄모르는어린아기를위해,

씻어주고먹여주고입혀주고모든움직임을대신’하지않으면안되니까

,그런일에익숙치않다는것,서툴다는것’도,더욱문제를크게하는이유…

주말에아빠의도움을받을수있는것은큰위안이나,그런시간의협력만으로는’절대적으로부족’하다.

(요즈음에는육아휴가제도가있으니,사랑하는부인과자식을위해꼭이용하시기를!

-‘성공’은<평생의목표>로둘수있으나,’육아’는반드시<한정된기간>만이어서…)

그러나,둘째아이의경우부터는조금틀리다.

엄마자신도첫아이의육아경험을통해조금은’성장해’

아기키우는일에도제법익숙해졌고,

또,첫아이의육아경험을통해앞을내다볼수’도있게되었으니,일은훨씬힘이덜드는법.

무엇보다도강조하고싶은사실은-‘위의첫째아이’라는좋은동반자이며협력자‘를갖게되는것.

첫째아이도제법’제게맡겨지는일들’을즐기는듯!(그다지긴시간의일이아니라면…)

그리고엄마의입장에서는,밑의아이를키우는일을통해’큰아이의성장도돕고있는것’이니일거양득이다.

(그런의미에서,

연년생,혹은쌍둥이이상의형제자매를키우는것이야말로,정말로대단히어려움이크고,많으실듯하다….)

*******

첫아이는,

낮에집을비우는아빠를대신해엄마의옆에있어주는또하나의동반자이자,

함께밑의아이를돌보아주는훌륭한협력자이다.

흔히첫아이가둘째아이에대해샘’을많이낸다고하나,

어쩌면엄마가,둘째아이의임신중의피곤으로해서

위의아이를떠밀거나귀찮아하는모습을보인탓은아닐까?…

우리집의경우,첫아이를가능한한둘째아이와관계하도록유도했었다.

예를들면,가족이공원을산책하거나쇼핑을할때에도,

둘째아이의유모차를,그리고둘째가걸을수있게되었을때부터는그여동생의손을,

아들에게쥐어주며부탁했었다.-"오빠랑같이있고싶대…"라고전하며.

그리고남편과나는,그런그들의’가까운뒤’에서나란히걸었다.

또가족이차를탈때도,

뒷자석에두아이를나란히앉히며,반드시오빠에게,"동생을잘부탁해…"라고전했다.

물론,오빠는아직어려서,이런저런자기호기심으로산만하고쉬이싫증도내어…,

그러면비로소엄마의등장.

"수고했네…"를전하는것도잊지않았었다.

********

적지않은사람들이아이들을키우는것이힘들다고한다.

부모님들의사랑이너무탓이려니그래서’욕심도내고’,

또,아이들대신에당신들이직접나서서’더많이애를쓰시기때문인듯.

나에게도결코쉽지는않았지만,그렇다고큰어려움”힘든일’도아니었다.

남편과의관계도그러했지만,한개인으로서의존립은중요한것이어서…–

아이들이할수있는일은,가능한그들에게맡겼다.

큰위험이없는한,나는아이들이하고있는것’들을일부러해체하지않았다.

그리고,’이것해라,저것해라’등으로안달을하지않았다.

-어차피하나의일을오랫동안할만큼큰집중력을갖지않은데다,

또싫증도잘내는아이들의작은심성이니,곧그만둘터이어서…

가까운곳에자리잡고,그냥그들을지켜보아주고웃어주는것’이

내가한일의거의대부분.

다만,역시’아직어리고유치한아이들’이어서,

이하루속에’몇번인가는반드시’큰일을벌리곤한다.

큰일이아니더라도,’적시적소에서어른이하지않으면안될섬세한시간들이있다

이몇번의그때그곳에서의적절한돌봄을위해,

그들가까이에서<하루종일대기(待期)상태-24시간근무>의육아일이,어른의존재를필요로한다.

육아는노동이라기보다인내와끈기인듯.

이런’육아일의담당자’는,엄마이어도,아빠이어도좋으리.

(–할머니할아버지의등장도있을수있으나–,

이미’자신들의가정을꾸밀정도로어른’인젊은부모가’자립하지못함’은부끄러움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자식들은,낳아주고키워준부모들에게

결코다른이들로부터는받을수없는특별하고의미깊은기쁨을주는존재이어서,

꼭이육아를직접경험하시기를권하고싶다.

*

나의두아이들이성인이될때까지,’육아에전념했던엄마’임을늘자부하나,

실은,그다지그들을위해별달리큰일을한것도없이,

오히려’24시간중의위험하지않은,그다지민감한반응이필요시간들중에서

제법많이자기시간을확보하며지내온사실솔직히고백하지않을수없다.

어깨에힘을빼고,

그때그곳,적시적소에서의어른의일에최선의분별력을발휘할수있다면,

아이를키우는일

결코힘들지않고,깊은의미로큰보람을갖게하는일임을

이미적지않은사람들도경험했으리라믿는다…

다만,그런글들이많이드러나지않음에,또사회적으로적절한평가를받고있지않음에,

나는전업주부의따뜻한육아시간들를전하고싶다.

….이후,<초등학교4,5학년>,<중학교2학년>이라는육아의과정중에가장높고험한산‘이온다.

어른들의적시적소의분별력을가장필요로하는두시기!

(그리고,이보다는조금덜하나,’고등학교2학년때도…)

-‘그때그곳,따뜻한가족의시선이없음으로해서방황하는아이들,

그래서,그후온가족들이원만한관계를갖지못하는예를많이보았다.

이에관해서는다음포우스팅에소개할수있었으면한다.

(추기:

나자신이엄마였기에,전체적으로육아자의전제가엄마로적혀있다.

물론두사람의자식이니,’두사람몫으로

부부가함께잘소통하며잘분담,협력할수있다고본다.

다만우리집의경우는,

내가’조금은더편한일’을취하고,남편은’나보다는약간더힘든일’을담당했었다.감사!!)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