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부,그리고40을바라다보는한남자가
산을오른다.
청명,그이름대로의가을.
휴일의이른아침에
단풍밑소풍에의큰두근거림으로
평일보다일찌기눈을떴다.
그리고반가운얼굴들을만나러
집을나서서2시간10여분의자동차를달리는중에도
제각기제옷빛색을갈색으로치장을바꾼가로수의나열에...,
특히나,유독또렷한노랑빛이탐스러운은행나무의정렬앞에서는
짙은썬글랜스를머리위에얹으면서…계절을탄다.
–그래,벌써기분은가을소풍속.
핸들을잡은반려는
시골의국도를즐기는사람이어서
고속도로를내려와서는
길을앞서살피며차를달리면서도이곳저곳손가락질한다.
그의손끝이가리키는대로눈길을좇으면,
그곳엔그가발견한가을,가을…
오랜만의시골길드라이브여서인지
혹은도회에사는인간의향수에서인지
별것아닌것에서도‘아!가을,’…이란다.
…’그렇네~’-그럴때마다의내대답.
*
새삼스런재회.
언제마주해도반가운얼굴들이건만
도시의각기제일들로해서그리자주못본다.
학창시절트럼펫을불었던반려의학교블래스밴드부선후배간.
이렇게고향과멀리떨어진곳,
그런데도그들이함께가까운도시에서교제가연명됨은감사임에…
가늘고여린몸매와는달리시원한눈매를가진선배부인이
우리차가산기슭호텔앞에들어서자마자
벌써부터손을흔들며내쪽의창가로다가왔고
나역시얼른내려서는두손을마주쥐고언제나의인사를나누었다.
활짝웃은눈가에단정한주름을지운여인.
–나는그의서글서글함을참좋아한다.
남자들은악수를하며기분좋게서로의어깨를두드리기도하는중에,
그들을향해서는,가볍게허리를굽혀눈인사를…
홀로온후배는
이제곧중학생이되는아들,그뒷바라지에바쁜부인등,가족이야기를들려주셨다.
벌써아이들키우기를끝낸두선배부모들앞에서.
–그러시겠지요,우리들도모두걸어온그길이어서…
신발을갈아신은반려가허리를펴자,곧출발.
*
산길은젖어있었다.
숲이내린그늘밑은더욱…
지난어둠속에서모아진밤이슬이한꺼번에쏟아졌는지도,
혹은,간밤새숲속에서는가는가을비가떨어졌을지도,
–가을햇빛과바람도통하지않는기슭…
그런길,그리고같은곳을향하는사람들옆을가르며
다섯일행이산을올랐다.
정리된산길따라걷는길이라
앞은우리여인네가,
그리고그뒤를남정네가…
우리가일부러발길을멈추어서면
재빨리제발길을재촉하여따라붙어우리를살펴주는반려들의모습을
여인둘은샐쭉히얼굴을마주하며웃고는…또다시선두에.
오랜만에만난선후배들은
그들만의의미심장한이야기를나누고싶을터이어서…
*
산은우리의기대를저버리지않아,
차가운가을공기속에서
요염한진홍빛단풍도,그리고채도를낮추어—진지한무게를담은—노랑과갈초록의잎사귀들도
도시인들을가련히여긴듯,
—올해는여름이그리덥지않고,또가을에들어도더운날이계속되어그빛이깔끔하지않건만—
외려,그자태를한껏더우아하게,한껏더기량넓게하여우리를반겨줌에…-큰감사이다.
인간들이산을뚫어만든긴턴넬을,
가을햇살이내리지않은,결국은어둠인그속을10분가까이걸어오르자,
눈앞에갑작스레폭이수십m는됨직한하얀폭포가!-‘후꾸로다폭포‘(袋田の滝,ふくろだのたき).
여기서부터는여인들이달리기.
뒤에서는남정네들의황급한발소리…’뛰지마~’란다.
이미너무늦었어요…–반려들과이미너무오래떨어져걸어온-–우리는벌써말안들으려는어린아이가되어있어서.
네단의바위벽을타고떨어져내린다는절경.(팜플렛에는,폭73m,높이120m라고적히어…)
턴넬끝전망대에서는3단밖에는볼수없었으나,
머리를내밀어밑을내려다보면
아주깊이떨어져내리는폭포물을받는항아리(滝壺),넓은연못이눈에들어왔다.
계곡을이은위험스런줄다리도
깔깔대며걸으며…
–가을의청명에인간의청명이답한다.
*
모든것이수많은관광객들을위해준비되어있다.
그중하나,폭포가바라다보이는곳에자리한식사처에서한숨을돌리며…
아,자연도좋지만,
–이자연속을,내옆가까이에서함께걸어주는이‘벗들‘이참좋다…고,
–그가치를헤아릴수없이고맙고기쁜이‘만남‘이아주좋다…고,
–결코돈으로는살수있는것이아닌이‘마음들‘이정말로좋다…고.
일행의얼굴들을살짝바라다보았다가
눈길을폭포와나무와산과하늘에옮긴
내가슴이
이런생각들로가득차왔다…
(2011.11.13)
후꾸로다폭포(袋田の滝,ふくろだのたき)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