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고로시력을잃게되자,
갑자기스잔은,어둠의세계,격분과좌절의세계,그리고자기연민의세계속에내던져졌다.
이전에는그토록당당하고자립했었던여인,스잔이
돌연무력해져,주위의누구에게도도움을얻지않으면안되게되었다.
"어떻게나에게이런일이일어날수있단말이야?…"–그런비탄속에서하루하루를지내고있었다.
이미그녀자신도잘알고있었다.
얼마나크게울부짖어도,얼마나간절히기도를드려도,
‘자신의시력은결코회복될수없다‘는기막힌사실…
남편인마아크만이자신이의지해야하는유일한존재라는사실도…
시력을잃음과동시에,스잔이그토록깊은절망속에빠지는모습을지켜보았던마아크는,
아내가이전처럼자립한여인의모습으로재귀하기위해필요로하는강인함과자존심을되찾도록돕고자다짐했었다.
그스스로도,이일이야말로자신이짊어지게될삶의과제중에서가장힘든일이될것임을각오하고있었다.
스잔은마침내다시회사일에복귀할마음의준비는갖게되었으나,한편,불안을떨칠수없었다.
-‘어떻게회사에까지다다를수있단말인가…?’
이전에는버스를타고출근했었지만,
앞이보이지않아발한짝떼는것조차너무나두려운지금,그녀혼자서도심에나가는일은당치도않은듯했다.
그런그녀를위해,마아크는자신의일터는그녀와정반대방향의도시다른한쪽끝에위치하고있음에도,
자진해서그녀를태운자동차를운전해매일회사까지데려다주었다.
처음에는,이런마아크의수고는,스잔의우울을덜게하는것은물론,
그어떤사소한일의대처에도황당해하는맹목의스잔에게좋은반려로있고자했던그의뜻에도부응했었다.
그러나곧,
마아크는자신의일이결코좋은배려가아님을깨닫게된다.
-경제적부담은물론,언제까지나문제는그대로남은채였다…
"스잔은언젠가는버스이용을다시시작하지않으면안될것이어서…"
내심이런생각을하게되었으면서도,마아크는이를스잔에게전하는것을주저하고있었다.
아직도스잔은너무나유약했고,그래서또격하기쉬운상태였다.-그런그녀가자신의제안에어떤모습을보일지…?
마아크가우려했던대로,스잔은다시버스를이용해야하는일에격렬히치를떨었다.
"나는앞을못본다니까!…이런내가어떻게자기가어디로가고있는지알수있다는거야?
…당신은더이상나를돌보고싶은않은것이지?…"스잔의한마디한마디는쓰디쓴것이었다.
마아크역시그런스잔의반응에상심하면서도,
그래도문제를헤쳐나가며해결하기위해서어떤일이행해져야하는지,그는잘알고있었다.
그는그런스잔에게,그녀가익숙해질때까지자신도매일아침저녁으로버스를함께타겠다는약속을들려주었다.
그의약속은정확히이행되었다.
이주일동안,그는스잔과함께그녀의출퇴근버스에올랐다.
그때마다그는스잔에게,그녀가시력이외의다른감각을사용해자신의위치를감지할수있는방법을알게하였다.
그리고버스운전기사에게도특별히그녀에게마음을기울여줄것과자리를하나확보해줄것을부탁했다.
매일아침,두사람은함께스잔의사무실까지올라갔으며
또그일을마친후에야마아크는택시를타고자신의회사에서둘렀다.
이러한일련의일들은,그전의방법보다도훨씬,비용도힘도더드는일이었지만,
마아크는,그저시간이문제일뿐,스잔이반드시혼자서버스를이용하게될것이라고굳게확신하고있었다.
그는그녀를믿었다.
–이전그가알고있는,시력을잃기전의스잔을,
–그어떤일에도꿋꿋히도전해결코포기하는일이없었던스잔을…마아크는깊이신뢰했다.
마침내,스잔은이제자신이혼자서출근할수있다는자신을갖게되었다.
월요일아침,스잔은집을나서기전,마아크에게두팔을감고깊은포옹을했다..
그런그녀의두눈은,그간의마아크의친절과인내와사랑에대한감사의눈물로가득히젖어있었다.
스잔이다녀오겠다는인사를하고…,그리고오랜만에,두사람은서로각기다른방향으로발길을내딛었다.
월요일,화요일,수요일,목요일…
자신의힘으로하루하루의일을완벽하게풀어나갈수있게되자,스잔은더할수없이기뻤다.
–자기가해낸것이었다.
그리고이제부터도그녀는모든일을자기혼자서해낼수있을것이어서…!
금요일아침역시,스잔은언제나처럼출근을위해버스를이용하고있었다.
그런데그날은버스를내리려할때,운전기사의목소리가들려왔다."이봐,정말로당신이부럽네…"
스잔은그의말이자신에게주어진것인지의아해하면서도물었다."어째서제가부럽다고하시는지요?"
운전기사의응답,-"당신처럼그렇게돌보아지고보호를받는것은분명좋은것일테니까요."
운전기사가무슨말을하고있는지스잔으로서는이해할수없었다.
…되묻는다,-"무슨말씀이신지요?"
"지난일주일동안매일아침,
한멋있는신사가늘도로의저쪽편구석에서서당신이버스에서내리는것을지켜보고있지요.
그리고는당신이도로를안전히횡단하는지를확인하고,또당신이회사건물의입구에들어설때까지
그의시선은당신을주욱좇고있답니다.
당신이야말로정말로행복한여인이요…"
행복에넘친눈물이스잔의볼을타고하염없이흘러내렸다.
그녀역시,비록눈으로볼수는없었지만,언제나마아크의존재를가까이서느끼고있었었기에…
스잔은운이,너무나운이좋았다.
–시력보다훨씬귀중하고강력한선물을,
믿기위해일부러눈을부릅뜨고볼필요가없는그런선물을,
이제껏암흑밖에없었던곳에밝은빛을드리우는’사랑’이라는선물을,
그로부터줄곧받고있었기에….
(<사랑에이르는길(Chemindel’Amour)>:
풀랑크(FrancisJeanMarcelPoulenc,1899-1963)작곡,
하타노무쯔미(波多野睦美)노래,
쯔노다타카시(つのだたかし)기타반주.
You-tub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