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2-05-28

“아무것도 못하는… ‘거짓말도 못하는’ 나이지만…” 만화 <원 피스>

("…이런나는친구(한패,仲間나까마)가될수없는것일까…?…나도’친구가되고싶어…")

봄,

그햇살의온화함이만물을간질어여기저기서새움이트는흥이세상에넘치는주말이면,

나역시,언제나의일상에서벗어나,사뿐사뿐히발길을옮겨보고싶어진다.

철쭉이며작약이며그수줍은붉음속,

풋풋히새옷을갈아입은나무들의신록속,

하늘과등을맞댄푸른바다위에서노는바람들의눈부신투명속…

-어디를둘러봐도,제각기의여린손을흔드는자연의유혹으로가득한봄날들이지만,

그래도,이런봄의한가로움이가장가고파하는곳은,물론’어머님곁’.

하늘높이날아산을넘고바다를건너야다닿는먼길이라해도,

그곳에는’다녀왔습니다~’하며품길가슴이있음에.

다만,너무잦은어리광은부끄러움인나이이어서,조금절제하고…,

이번봄의주말,

난,그다음으로가장찾고싶은장소인’아이들곁’으로향했다.

전차를두번갈아타고북적대는대도시의남동편으로내려가면,

…역시캠퍼스를서둘러벗어나함께귀가하고자딸이기다리고있어…

(휴대폰으로찍은딸의’반얼굴’만을…-그렇게약속을했었다.)

지난5월초의연휴때보았으니,채한달도지나지않았건만,

그래도새삼스레밖에서보는딸의표정에는,조금’봄의나른함’이,혹은’초췌’?…

-그작은어깨에걸린가방은왜그리무겁게보이는지…,엄마의눈에는.

같이점심식사를하고,

가벼운쇼핑을하고,

그리고저녁장을보고…

그렇게모녀가만나는날은,양손가득히이런저런주머니를많이들고귀가하는것이정례이다.

같은또래친구들과함께보내는젊은이의여느주말과는다를터여서….

…’너무잦지않은방문’-내가마음을기울이는하나이기도하다.

*

아들과딸,

오빠와여동생,

직장인하나와대학생하나,-두젊은이가함께사는거처는,물론,중년부부의지붕밑과많이다르다.

그래서또한,아이들의지붕밑에서맞는시간은,

–아이들이우리들집을찾아와주었을때와는전혀다른–아이들이리드하는화제로번지기마련.

토요일이건만,아들은직장스포츠시합으로집을비우고저녁늦게야귀가했다.이날은배구코트장…

(학창시절때는해보지않았던스포츠이지만,어릴때부터축구나럭비를해온그는근무처의이런저런스포츠클럽활동에자주부름을받아….’상사나선배의연락은피하기어렵다’고아들은엄살을피우지만,–딸의말을빌리면–,그자신도제법흔쾌히이레크레이션시간들을즐기고있는듯.특히배구는내가아주어렸을때했었던운동이어서,어른이된아들이뒤늦게이에관련하여좋은땀을흘리곤한다는소식을처음들었을때는,새삼스러이흐믓해했었다…)

그렇게주말까지도바쁜직장인인아들이려니했건만…,

마침다음날이일요일이어밤늦은시각까지,2인용식탁에’셋’이둘러앉아올,첫수박을먹으며나눈화제중에

그가,’약1년전부터<원피스>라는만화를재미있게읽고있다’는이야기도섞이어…

-"…응?…만화?"

-"엄마,만화라고해도이<원피스>는특별한거야…"

그의설명에의하면,–때때로옆에서딸이동조하며…또,가끔은부연으로오빠를거들었다…–

이<원피스>는지금일본에서가장많이읽혀지고있는만화로,

과거인기였던<드래곤볼>이나<슬램덩크>도(어렸던아들이유치원때,또초등학생때,자주흉내를내었던만화…)

이에는어깨를나란히하지못할정도라고…유별남,출중함…으로해서,

"일본부모가아이들에게권하는만화No.1"라고한다.

(한편,"부모가아이들에게권하고싶지않은만화No.1"은<크레용신짱>이라고.-나도보이지않았었다,역시나….)

-"어째서~?…"묻는엄마.

-"’꿈’이있고…’우정’이있고…’정의’가있고…,어쨌든’감동’이가득해…"

-"그래도어른이만화를본다는것은…"

(결코동의하고싶지않은엄마다…’감동이나꿈,우정,정의…’라면소설책에서도얼마든지읽을수있는것…)

-"적힌’대사’들도대단해…

예를들면,그중에…OO라고하는캐럭터가있는데(읽지않은나는,그이름을들었어도,벌써잊었다…),

"나는,머리도안좋고…,싸움도잘못하고…,OO도못하고…,OO도못하고…,’거짓말’도못하지만…

…이런나는친구(한패,仲間나까마)가될수없는것일까?…‘친구’가되고싶어…."

라는등말이야…-엄마도알겠지요?!…"

아들은역시나를잘이해하고있다.

‘거짓’을싫어하는나를가장잘설득할수있는정확한예를들줄도알아…

*

다음날일요일은,대청소.

하늘도우리세모자녀를응원해주어,더없이화창했던봄날.

전체적으로습기가높은기후의일본에서는,이런날을특별히’센타끄비요리(洗濯日和)’라부르며반긴다.

-‘세탁물을널어말리기에더없이좋은햇살이드는날’이라는의미.

‘쯔유(梅雨)’라불리우는장마철이시작되는6월전까지,봄날은이렇듯은혜롭다.

이불들을베란다밖난간에내다걸고…

옷장과서랍장을정리,청소기를돌리고…

밀린세탁물을세탁기에돌려빨아널고…

식기와행주등을소독물에담그고…-봄의대청소.

그어느쪽도’주부’가아닌두젊은이의거처.

-익숙치못한일들을서로분담,밀며당기며…함께나누어일들을한다고하나,역시서툴러…

20여년베테랑주부의눈에는,이작은거처의’지붕밑일들’이여전히산더미처럼쌓인듯보이지만,

그러나,내집내물건들이아니어서…,

…지나친솔선은접는다…

*

집을떠나아이들이있는토오쿄시내로향하던그전날은,봄의편한니트원피스로그리도가벼웠던나였건만

아이들의거처를뒤로하고집으로되돌아오는길에는,커다란짐이하나늘었다,-딸의여행가방.

아이들의겨울용스웨터등,철이지난자잔한옷들을넣어집으로나르기로…

아이들의좁은거처,…그런데옷이너무많다.다시계절이돌아올때까지우리집에보관이다.

지난가을에왔을때에도,

사과박스만한택배용상자두개에’철지난여름옷,그리고식상했다는옷’들을넣어집으로발송했었다.

그덕에,이번에는트렁크하나정도의짐…

오는6월에딸이집을찾았을때,이트렁크에그여름옷들을넣어들려보내야지.

또다시택배를이용할수도있지만,–역시무절제한쇼핑을멈추게하기위해서는–,직접조금고생도해봐야…

*

이트렁크는또다른역할이하나더기대되었었다…

전날밤,아이들의이야기속에서들은,

–학생때는스포츠며공부며로시간이없어만화를멀리했었던–‘아들이뒤늦게읽기시작하며그멋을알게되었다’는

만화<원피스>를나역시한번펼쳐보기로마음먹고있었던것.

아들을,–물론,딸역시–,

그리고어쩌면,동세대의’일본의청년들’을이해하는좋은공부가될지도.

세계30여개국에서번역되어읽혀지고있다는이만화의’젊은세대들’도…

(무엇보다도,’거짓말을못한다’는그인물과도만나고싶다…-이번에는그이름도잘외워두어야지~.)

이미십여년전,1997년부터발간된이책은,

최근,제66권이출판되었다고…-아아,멀고먼이야기.어느세월에?…-그래도,

-"…제1권부터읽으려면어떻게해야할까?"(아이들의집에는52권부터책장에꽂혀있었다.)

나는,모르는것은늘잘묻는이.

그리고,아이들도나의질문들에익숙하다.답하는것에도…

-"DVD나비디오를빌리는곳에서’만화’도빌릴수있어,엄마."

우리집의가장가까운전차역앞에있는쇼핑센터2층에그런대여점이있다고…

그곳이내게가장편리할것이라는등이것저것자세하고구체적인답까지줄줄안다.

그래서나는,집앞의역에내리면,먼저이가게에들릴참이었다.

한꺼번에몇권인가를빌릴예정.-그렇게많으면,제법무거울만화들도이트렁크에넣을수있을것이어서…

대여점의넓은공간의한면,이일곱단가득히<원피스>66권이전부꽂혀있었다.

각권마다,4~5개씩…

회원가입료,300엔,

’10권,7박8일’대여금,600엔.

*

역앞가까이슈퍼마켓에들어가기전,반려에게전화를한다.-"…픽엎을…"

슈퍼에서저녁장을보면서

제일먼저,’딸기,앵두(일본산’사꾸란보오’와미국산’체리’양쪽다),복숭아’를카아트에넣었다.

틀림없이몸은제법피곤해있어…당기는과일들.

-반려에게도’올첫수박맛’을…1/4로잘려있는수박에도손을뻗쳤다.

*

아들,딸…

이제는제법청년이되어있어,더이상’내손바닥위의손오공’은아니어서…

오히려,그들의지붕밑을찾아서지내는시간에서는,’가장벽이낮은’젊은세대와의교류도느껴…

-적지않은것들을그들에게서배운다.

<원피스>.당일밤,3권까지읽었다.

-1권중에나오는첫이야기.

‘불량배에게이유없는모욕을당해도,태연을가장할수있었던인물(주인공중의하나인듯)’이올리는대사,

"나는,술이나음식물이내머리에부어져도,침이내밷어져도…,태반은웃어넘길수있으나…

….그러나!!

어떤이유가있다하더라도…!!

나는’친구를상처내는녀석들’은용서하지않아!!!!"

흠~…,

여기저기’크고굵은글씨체’로적히는큰소리들,그리고의성어들,그리고잦은유난스런기호들…

결코미남,미인으로그려지지않은등장인물들의모습…

그런요란스러움중에서도,

…발견!-아이들이감동을받는다는것은,필경이런장면일터…

아들이예를들어내게들여준,<그’거짓말도못하는'(-그런’큰힘’을가진)인물의등장>은몇권째에?

-고대된다…큰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