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무관하게,다만
그때는’고행하는’사람의모습으로보이며그아픔을차마직시하지못하고얼굴을돌려붉혔던눈시울이었지만,
적어도이제는더이상그렇게바라보지않을수있게되어…
-단순했던’어린생각’을떨칠수있음은평안이다.
모든지구상생명체의’36억년간의진화’위에서’고등포유동물로서인간’의특성을전하는<유전정보>와
출생후의환경속에서이를’발현(發顯)’시키며생명활동을전개시키는<뇌>의활동.
–이렇게’인간삶의물리적정체’를밝히는20세기과학의검증과인식,21세기에도계속되는관찰과연구….
그리고,인류만이소유한언어로적혀’수천년이래대대로이어지는생활의경험들’을조금씩엿보며,
(또,그에비하면너무나미진한내삶의조각조각들을통해서도…)
이제는위의사진에서외려,’해탈하는이-부처’의‘큰기쁨’을읽게된다.
*
2006년에출판된<맑고아름답게>라는책속에서법정은
그가한산승으로부터받은,–책명그대로–,한’맑고아름다운편지’를소개하고있다.
긴글이지만,현세의누구도진정한소망으로가질수있는기쁨의절정이기에옮겨본다.
(전략)
며칠전,올여름안거를산중의선원에서보내고있는한스님한테서편지가왔다.다래헌시절,갓고등학교를졸업한그가나를찾아와입산출가의뜻을말했을때,송광사의한노스님을찾아가가르침을받으라고소개해주었었다.그는우리불일암이개원하던날사미계를받고중이되었다.그러니불일암과함께그의수도연륜이쌓인셈이다.
그의편지는다음과같이서술된다.
큰스님의제자가되었으면서도공부에대한감도잡지못하고15년세월을보냈왔습니다.
준비되지않은사람에게는부처님이곁에계실지라도어떻게할수없다는생각을요즘합니다.
처음맞이한여름안거.축복속에두달하고도사흘이지났습니다.
저에게있어서는이제까지모든삶의과정들이금년여름안거를위해준비되어왔다는생각을하게합니다.
요가난다의말에따르면,구도자에게첫번째축복은허리를통해서온다고했는데,그처지를요즘느끼고있습니다.
좌선중척추에흐르는미묘한기운을느끼면서부터기쁨과기운이솟아납니다.
기쁨과기운이넘쳐나니음식에대한욕구가사라지고,음식에대한욕구에서벗어나니,
온갖물질세계와세속적인갈망이녹아버리는것을느낍니다.
반결제(90일안거의절반되는때)부터일종식(하루한끼만먹음.입중식에서온말)을해오다가
열흘전부터단식을시작했는데3일만에숙변이빠지면서몸과마음의기운이하나로통하고,
몸이무게를전혀느끼지못할정도입니다.
흰죽만하루반그릇정도4일간보식하고요즘다시일종식으로살아갑니다.
찬도김,버섯,찌개,고추등은몸이받아들이지않고밥한공기정도와나물몇가지,국물조금이면
하루야식으로넉넉합니다.
기쁨과광명의세계를설핏들여다보고나니인간의양식은빛과기쁨임을알겠습니다.
고요와기쁨과광명이함께하니피곤함과졸음과배고픔이사라집니다.
이것이‘선열위식(禪悅爲食)’인가싶으니눈물이한번씩솟기도합니다.
그는올여름안거도안귀한체험을하고있다.진실하게정진하는수행자들이거치는원초적인체험이다.먹는일에동물적인관심을기울이고있는사람에게는선열위식,즉‘선정의기쁨으로음식을삼는다’는말이이해되지않을것이다.그러나사람이살과뼈로육체만이아니라영혼의부분도있다는사실을상기할때인간의양식은빛과기쁨임을알게될것이다.사람이가장순수하고맑아질때자신도모르게눈물이솟는것은사랑과감사의넘침이다.현대인에게눈물이사라지고있음은이맑고순수함이사라져간다는뜻이고,사랑과감사함이고갈되어있다는소식이기도하다.그의편지는계속된다.
좌선을위한좌선,’오로지좌선에만전념함(只管打坐)’,’몸과마음이함께자유로워짐(心身脫落)’,
큰안락의법문등의이치를하루하루체득해가는기쁨이있습니다.
공부하는사람은계율을깨뜨리는일이참으로어렵다는법문에크게공감합니다.
충만감과자비심으로는계율을파할수가없지요.
그래서수도생활이기쁨의길,축복의길이라고부르는가봅니다.
우리수좌들(선원에서정진하는선승들)의현상을보면
깨달음과건성에대한갈망이도리어
‘본래부터열려있고지금넘쳐나는‘엄연한원래의모습에눈멀게하는것같읍니다.
마치잠들려고애쓰면애쓸수록잠을이룰수없듯이
부처를구하고신을찾는일이갈망과욕구의응어리가되어벽을만듭니다.
구도자를인도에서는‘산야신sanyasin’이라고하는데,그뜻은‘포기한자‘라고합니다.
몸과마음과호흡이가장조화롭고자연스러워인위적인요소가개입되지않을때몸과마음이사라짐을보았습니다.
한번찾아뵙고싶지만해제때까지잘지내겠습니다.
제게있어서는도원선사의가르침이가장확연하게다가옴을느낍니다.
이제부터저는수도(서울)생활을청산하고새로운수도생활을시작하려고합니다.
이제출가하고,이제사불법을만난느낌입니다.당분간이곳에머물면서‘선정과자비’를키워가겠습니다.
해제일에찾아뵙겠습니다.법체청안하심을빕니다.
ㅇㅇㅇ삼배
(전술의책,<산승의편지>중에서)
구도하는일반산승의기쁨이이러할진정…,
부처께서뼈를드러내는단식을통해얻은’해탈의기쁨’이랴…
*
또다른놀라운’인간력’의서술은,
미국의외과의사인누우란드(Dr.SherwinNuland,1930-)씨가쓴
<‘죽음’의모습(HowWeDie:ReflectionsonLife’sFinalChapter,1994)>이라는책속.
그는,미국북동부의커네티컷트(Connecticut)주,한마을에서
정신착란자의처참한칼질에의해생명을잃는한9살소녀의주검을다음과같이적고있다.
(전략)죽은소녀의얼굴에남은표정은,’무슨일이벌어지고있지?’라며의아해하는기색이었다.
곤혹과혼란,그리고놀램이섞인표정으로,결코공포는읽을수없었다.
….불의로정신이상자의공격을받은아이가,명확히자신을죽이고자휘둘러지는칼부림앞에서,
어떻게얼굴에,공포의표정을짓기는커녕,그토록천진한경악만을담을수있단말인가?
….1970년대이후,엔돌핀(EndogeneousMorphine,인체에서분비되는아편성신경전달물질)이
대출혈이나패혈증등의충격이원인으로분비됨이밝혀졌다.
….위험한상황에서엔돌핀이증가하는것은,포유동물이나그보다더하등동물에이르기까지갖추고있는
생리적메카니즘으로,그것은’공포와고통이라는정신적,육체적위험’속에서자신을지키고자하는
본능적인방책으로생각된다.곧,생명체의구명장치인셈이다.
이는진화적인측면에서그의미를읽게되는데,즉,생명을위협하는갑작스런일들이빈번하게일어났었던
미개의선사시대때도필경보였던생리현상이었으리라.그래서,그때도이미’돌연의위험’에처하게되더라도
‘극단의공황-패닠’에빠지지않을수있게도와,많은생명들을구했었음이분명하다…
(우리말옮김,성학)
…죽음이라는’절망의절정’속에서인체가분비하는’엔돌핀’…
<생명체의힘>,
좁게는’인간력’의심층은,진정얼마나깊어…?!
‘본디의모습,인간본연’을드러내준생명모습.
-2500년전의싯달타가득한기쁨,’해탈’
-그리고,평범한사람마저도’진지한노력’을통해얻을수있는기쁨,’선열’…
–참혹하고처절한시공간에서생명을잃는9살소녀의공포없는표정,그아픔의절정에서의’의외’...는,
출생의경이와함께이미’제생명속에구축된인간본디의힘’에다닿는것,곧,그’원초적본연’을경험하는것…?!
아직배움이적어
‘삶의전모’를엿보기에는극히부족함에도,
Whatistrueofreadingabilitycaninmanywaysbeappliedtolearningability.
(‘읽어내는힘’의참의미는,여러형태로’배우는힘’으로이어지는것.)
현명한인류의’글’을읽고,’소리’를읽고,’정신’을읽고,’마음’을읽고…
그리고,’사회’를읽고,’세계’를읽는시간은
배움이더해지는
큰즐거움이다.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