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수

제법오랜동안‘넷’이서맞이해왔던연말이었습니다.

대개는,제가윗아이의손을,

밑의아이는반려의몫…

오빠는,동생앞에서만은제법의젓해져,

그간은제것이었던,아빠의가슴팍과등,어깨,두팔이여동생에게여념없는것을그냥바라다보아주었습니다.

그런아이의손을,대신엄마가…

반려의일로해서제법외출이많았던우리가족은

이렇게어른둘이어린아이를하나씩맡고있어,

부부가함께하는자리에서는,헤아릴필요도없이,그곳에언제나’넷’이있었습니다.

친척이모인자리에서도,이웃과함께하는파티에서도,

부모인둘이서책임을지고품는수는언제나또다른둘.-그래서,넷이었습니다.

"…하나더있었더라면?…"

두아이의뒤를따라다니며숨이찰때면부부는가끔이런말을나누곤했습니다.

(물론,그러면그런대로,다섯손가락을펼쳤다가하나씩접으며가족수는잘헤아렸을터입니다.제가셋째였거든요.)

*

아이들이,대학진학과함께,하나씩집을나섰어도,

또그후,이전에는전업주부로작은볼렌티어일에만발을옮기던제가,제일을가지고집을비우는시간이늘었어도,

큰일이있을때면언제나모인가족은’넷’이었습니다…

그러던것이,올해는다섯…아니여섯.…아니역시다섯…,으음..역시여섯…

지금은,아직도익숙하지않아,

얼른두손을폈다가…,서둘러한손은접기도…,…역시한손이더필요해…다시급히,다른쪽손을마저펼칩니다.

실은,작년크리스마스날의저녁은,위아이가여자친구와함께찾아주었었습니다.

벌써직장을가지고2년차…딸아이를통해서오빠친구의이야기는들어왔었기에,곧’이날’이오리라생각했었지만,

참으로감사한일이었습니다.

다만,아직도3년을더남긴친구공부때문에아직결혼은’먼일’로생각되어서…?(청춘에게대학6년은너무긴듯…)

작년에는,–그녀에게는미안한이야기지만–,가족이늘었다는생각이그리절실하지않았었습니다.

그녀와’얼굴을마주보고앉는것’을너무나당연시했던부모의’방만’인지도모르겠습니다.

혹은,제가아직시어머니가될준비에들어서지못해서…?…

*

그런데,이번연말…,‘딸아이의남자친구’를마주하고앉은자리의이야기는조금달랐습니다.

벌써그와사귄지3년째에들어가는딸아이.(딸의말로는2년1개월째라고합니다…참으로길게도,짧게도느껴져…)

50이넘은여인의뇌리에,첫만남의20대남자가’너무어리게’영상으로찍히는것은어쩔수없는일일까요?

(딸의사진속에서는이미수없이본얼굴이나…)

그역시,올해,직장2년차에들은청년.

딸아이가고른’넥타이핀’을가슴에꽂고앉아있었습니다만…

다만,그렇게어려보이는청년앞에서,왜제가슴이그리도크게뛰었던지…?

그렇지않아도평소에눈웃음이적지않은저는,

첫만남의그자리,그청년앞에서,퍼지려는눈과입가의웃음을다독이는일로꽤나애를써야했었습니다…

…나중에,반려와아들은,평소와조금달랐던제모습을놀려댔습니다.

남자들은알터없지요…엄마마음.-저는살짝눈을흘켜주고따라웃었습니다…

이번크리스마스이브의오후,

딸아이는그와함께,6시간이넘도록,’지갑하나’를찾아헤매었다고합니다.반짝이는조명으로가득한거리속을…

딸이첫눈에마음에들었던지갑.다만,그저’색상이…’라는이유만으로,둘은세군데백화점을돌아야했었다고.

딸쪽이먼저힘들어’다음에…’라고마음을접는중에도,’꼭딸이원하는지갑을선물하겠다’는청년의고집에이끌려…

결국은손에넣은’예쁜플래티너백금리본이달린고운핑크색지갑’을

제게보이며,예사롭지않게딸은’행복한고생이야기’를들려줍니다만,

그런딸의어머니귀에는,결코예사롭게들리지않습니다.-이청년,내딸에게,’지갑’을맡기려는참??…

*

아이들이’어떤반려’를데려오든,

함께기쁘게환영하자고,우리부모는이야기를나눈적이있습니다.

세상의사람관계는,유유상종(類類相從).

이렇듯오랜동안함께시간을보내고있는그들은,서로’닮은꼴’일터이어서…

행여,스물이넘은아이들이함께하는친구들이우리마음에들지않는다면,

그것은모두’우리탓’.

-우리가키운아이들이’그런그릇’이라는뜻…

아직은젊은이들의앞날은많이길어,

분명,이런일저런일많은일들이그들앞에일어날것을…,중년의부부는압니다.

하지만,사랑은<‘쉼터’가아니라,사람을더욱’성실하게하는힘’>.깊이감춘힘도드러나게할터..

진정사랑하는두사람이라면,잘해나갈것으로믿게됩니다.

금속원소중가장무거운’플래티너(Platina)’로묶인커다란’리본’처럼,

딸과그청년은예쁘고탄탄한매듭으로붙어있는듯합니다.

곧결혼식도멀지않을듯한강한느낌으로…,작년의연말과많이다릅니다.

*

28일,아들도,딸의친구도,직장의연말일을마쳤습니다.

그리고아이들도다시집에모였습니다만,오늘도,

아침일찌기부터세면소를부산스럽게하던아들도딸도,친구들을만나다며집을나서서…

다시덩그러니조용해진집안에서,

반려와함께,또다시두손을펴가며,’미래가족수’를헤아렸습니다.

"주학이의결혼은필경…-그들이아이들을데리고오는것은x년후일터이니까…그때는…

그리고,x정이도서둘러결혼할터…그래도아직,2년이남았네……."

우리의결론은이렇습니다.

‘펼친두손의모든손가락이다접히며가족수가10명이넘는해는,어쩌면그리멀지않을것’이라고…

다만,반려의’예측년도’보다,

제가내미는숫자는’조금뒤’…입니다.

***

올한해찾아주셨던분들께,깊은마음으로연말인사를드립니다…-"새해복많이받으시고,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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