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자리’ – <1984>

그는술잔을들어냄새를맡았다.술을입에대고한모금씩들이킬때마다,기분은조금도나아지는일없이,

외려더참담해졌다.술독에빠져헤어나지못하는이러한정황이줄곧계속되어왔다.이것이그의삶이자

죽음이었고,또회생이기도했다.매일밤그를곯아떨어뜨려혼수속에있게하는것도술이며,또다음날아침,

그를부활시키는것도술이었다.거의매일11시가넘어서야,딱달라붙어버린눈꺼풀과타오르는입속,그리고

부러진듯뻐근한등의아픔을느끼며겨우눈을떠도,밤새침대옆탁자에놓여졌던술병과찻잔이없었다면,

그는결코누인몸을일으켜세우는것조차도못했을터였다.대낮의시간,사찰화면(telescreen)들려오는

소리에귀기울이는중에도,그는벌거진얼굴로술병을끼고앉아있었다…

…Hetookuphisglassandsniffedatit.Thestuffgrewnotlessbutmorehorriblewitheverymouthfulhedrank.

Butithadbecometheelementheswamin.Itwashislife,hisdeath,andhisresurrection.Itwasginthatsank

himintostuporeverynight,andginthatrevivedhimeverymorning.Whenhewoke,seldombeforeeleven

hundred,withgummed-upeyelidsandfierymouthandabackthatseemedtobebroken,itwouldhavebeen

impossibleeventorisefromthehorizontalifithadnotbeenforthebottleandteacupplacedbesidethebed

overnight.Throughthemid-dayhourshesatwithglazedface,thebottlehandy,listeningtothetelescreen…

그저한’볼품없는술주정뱅이’의별볼일없는일상처럼읽힐지모르나,

1947년,영국의작가죠지오웰(GeorgeOrwell,1903-1950)이적은책<1984년>의주인공으로,

작가가,그40년후,곧금방이라도닥칠것이라고우려했던’미래세계’의부조리,그’전체성’속에살면서도

‘인간의이성을견지하기위해부단히노력하는’극소수의지성인들중의한사람이었던‘윈스튼(WinstonSmith)’의모습이다.

한국에독자가많은무라카미하루끼(村上春樹1949-)의2009년도의최신작<1Q84>를바로읽기위해서는,

이죠지오웰의<1984년>은더불어읽어야할’필독서’라하겠다.

남주인공텐고(天吾)에게있어여주인공아오마메(青豆)의존재의미,또그외의등장인물들의특성에대한

묘사가불충분한채,사건만이담담히전개되는무라카미의<1Q84>는

‘오웰의세계에의초대장(招待狀)’.

‘무라카미는일부러,오웰의소설을읽히고자,그런작법을쓰지않았을까…’하고,나는그에게탈모이다…

오웰의<1984>의두남녀주인공’윈스튼과쥴리아(Julia)의슬픔’을이해하지않고는

텐고와아오마메의관계를가늠할수없다.

"끝없이펼쳐있는밤나무밑에서

내가그대를팔고,그대는나를팔았네…"

그의눈에서눈물이하염없이쏫구쳤다.지나가던웨이터가그의술잔이빈것을보고는,새로이술병을가져왔다.

"Underthespreadingchestnuttree

Isoldyouandyousoldme–"

TheTearswelledupinhiseyes.Apassingwaiternoticedthathisglasswasemptyandcamebackwith

theginbottle.

앞서위에인용한절목은,

‘연인을팔아배반한후에야’생명을유지하며정기적으로손에넣게되는술병…,

그러나’무의미하게반복되는’삶,여전히’불안을남긴삶’을살고있는모습을적고있다.

사회가개인의삶을크게지배한다…

…적지않은사람들이한국사회의’술주정,추태’에엄한질책을하나

나는외려이런이들을보면,함께슬퍼진다.-무엇이그들을그토록힘들게하는것일까?…

그’험한술맛’이결코위안이되지않음에도,

어제도,그전날도,그전전날도…틈이나는대로술을들이키는그들도,물론당연히인간.

-어쩌면,윈스튼과같은사연을가슴에품어…?

20세기전반,

힘을더해간’공산주의적전제성’에경각을올리는펜을쉬지않았던작가도그러했었다…

*

아들은유치원때부터,날이밝으면바깥으로뛰어나가축구를했었다.

그가유치원에들어가던해,일본에처음으로’프로축구리그(J-League)’가생겨,유치원생들에게마저도대인기였다.

유치원에가는것도,친구들과어울리는것도,축구를하기위해서인듯이보였던당시였다.

다만,그는또매주한시간씩바이올린을배웠었고,그날은첫무대에오를그가,리허설을위해토오쿄까지가야했다.

소위’스즈끼메쏘드(Suzuki’sMethod)’라하여,악보가아닌숫자로곡을읽고연주하는교습법의발표회…

무대에서는것이어서,늘땀과축구장진흙으로뒤범벅이되어귀가하곤하던개구장이에게나는양복을내주었다.

다음해초등학교입학식때도입을옷이기도했다.빨간보우타이까지했지만,전혀그옷이어울리지않는아들과

이제갓2살남짓의딸을유모차에태우고토오쿄로가는길은결코쉽지않으리라마음을단단히먹고있었다.

그런데,너무나의외로,6살난축구소년아들은

전차속에서줄곧,제자리를뜨는일도없이

그’옷에걸맞는태도’로,등을바로세우고의젓히앉아있었다.-으응?…

‘옷이사람을만든다’라는옛어른의말씀을처음으로강하게실감했던날로

지금도생생히기억할수있는한나절의시간들이다.

그리고더불어떠올렸던어른들의말이,<‘자리’가사람을만든다.>

학교에서’엄마가되는법’을한번도배우지못했던나였지만,

두어린자식들앞에서겨우,’엄마’가되는길에조금씩조심스레발걸음을옮기던때…

**

영국작가’버나드쇼(GeorgeBernardShaw,1856-1950)’는1912년<Pygmalion>을적었다.

그리이스신화속의인물,피그메일리언왕이스스로대리석에조각한여인에게사랑에빠졌던이야기가그바탕.

이후,헐리웃뮤지컬영화<MyFairLady>로도상영되어더욱유명하게되는5막의희곡이다.

영어음성학자인히긴즈(Higgins)박사가곧,피그메일리언왕.

그리고우연히거리에서만나게된엘리자(Eliza)는,공작부인(duchess)과같이

아름다운말씨와태도를갖는숙녀가되기를원해,그가교육하게되는꽃파는소녀.

이엘리자야말로,–나의개구장이아들이,양복을입고바이올린무대에섰던것처럼–,

아름다운옷과노력’으로영국의사교장에당당히서게되고박사의사랑까지얻게되는여인이된다…

***

내게는,19-20세기초반의유럽의사정이

오늘날의’빈부의커다란격차’를초래한대부분의현대국가의모습과많이닮은듯이느껴진다.

다만당시는,오웰이나쇼,히긴스박사처럼,

부와함께,지적고상함을전통으로겸비한사람들이적지않아

‘가난하고어렵던사람들을위해무엇을할수있을까’를모색하고도전했었던반면,(참고:훼이비안협회)

21세기의현대는,

가슴이주판알로메워져,그저돈만계산할줄알아부자가된,

혹은,금전앞이라면그자존심도굴해버리는당당하지못한지식인들이더많아…

옛어른들의말씀이무색해지고있다.

<일과직위,그’자리’에있음에도사람이되지못하는사람들…>

‘자리’가주는힘으로,강자앞에기울고,약자들을외면하는’인면수심’의무분별…

오늘나는,새누리당의한의원이

정홍원총리후보에게"쟝발장은시장이될자격이있느냐"는질문을했었다는기사를읽고,

그의원이마치’죄는있으나그래도총리가될수있다’는응원질의를한듯해,그분별없음이유감으로이글을적는다.

-정홍원씨는,’일을해도빵하나손에넣을수없었던노동자’였어서,그런비리를했어야했었는지?

-‘법관’이라는사회공직의’자리’에도불구하고,그저제주머니속만을불려온사람을‘쟝발장’에견주어도되는것??

이런사람이총리가되어도되는지..??<집에서새는바가지는밖에서도샌다>는옛말씀.

그런유감이,또다시,사회의부조리로참으로큰슬픔을안았었던윈스튼을,

또,추하고무식했던소녀에서아름다운귀부인이되는엘리자를떠올리게했다.

-오늘날이런이들을도울수있는사람들은?

그런데도,이동흡씨,김용준씨,두후보를낙마시킨후이어서’청문회피로’가드러나고있는것인지…,

혹은,박당선인의’협력해달라’는부탁때문인지…,

정홍원씨의청문회는왠지흐지부지하게형식만취하고있는느낌이다…

****

죠지오웰은48살로이른죽음을맞으나,

그의적확한지성의분석으로미래사회를우려한소설<1984년>은

출판되자마자세계의고전으로꼽히며지금도세계중에서읽히고있어,그는여전히’살아있다’.

우리의’오늘의정치에대한관심’은

‘미래의한국의정치,그리고한국미래에서오직(汚職)을줄이는’노력이다.

우리자손들의’미래의길을다듬어주는일’이다.

물론우리는언젠가죽겠지만,

한국에’작은삶의여적’으로그의미를남길수있는길…

(사진은Google에서

우리말옮김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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