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치마저고리를 입고 물위를 걷는 것’ – 어느 할머님의 ‘삶’의 정의

‘봄’이어서…

이주말,오랜만에아이들의거처에다녀왔다.

젊은아이들의공간은,언제나그랬듯,정연치않고어수선하지만,

살림이많지않은만큼,함께치우기시작하면,곧,말끔해진다.-‘소꼽장난같은’공간.

젊음은,–중년들의눈에는어설프지만–,’자기네식의정리’대로제법잘늘어놓고있어,

남의손을특별히기대하지않는것은물론,거부하기도한다.

아직연장만지는일을즐기지않는아들을잘알아,반려가베란다위의느슨해진’빨랫대’의나사를돌보는정도…

-우리가젊었을때의’어설픔과집중’을그대로반복하고있는아이들의모습에서,

20년여년후에는,그래도우리들만큼은,아니조금은더나을것이라고…’긍정적’으로기대를건다.

휴식을겸해작은식탁에둘러앉자,

기다리기라도했다는듯홀연,딸아이가책장으로향하더니,얇은책(?)두권을가져와건네준다.

-올학기에참가하게될’사회활동커리큘럼중’의한곳에서받은책들이라고…

놀라웁게도,책표지에,한복저고리를입은여인의모습이…?

이런저런딸아이의이야기를옆귀로,내손이서둘러책장을넘기게되었다.

*

(윗1쪽의네모틀속의글)

다음글은태평양전쟁중이던1943,19살의나이로한국에서일본으로건너와,65세가넘어서야처음글을

배우기시작하신카나모토후꾸꼬(金本福子)씨가,79살때의연세로,<기억이떠오르는대로>,적은작문입니다.

그녀는한국의글자도알지못합니다.한일양국간역사속의암부가심드렁이흐려져불분명해져가고만있는

이즈음,한재일한국인1세가,당신의기억만을좇으시며,이전귀로만배웠던일본어를이제막익히기시작한

히라가나(平仮名)로적어옮기며,노래를부르시듯,동화를들려주시듯,열심히드러내주신체험담은귀중한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그래서야간중학교교사인스즈끼히데꼬씨와,후꾸꼬씨의공부를도와준타몬지배움터의직원이

정리한것입니다.

카나모토씨는,지금도히라가나와한자,그리고산수공부를계속하고있습니다.

그녀의연세는지금80세입니다.(우리나라나이로는,82세.)

-1-

 <소녀시대>

17까지베짜기도익혔습니다.실을뽑는일이있다는것도익혔습니다.바늘질도익혔습니다.

어머니가밭에일하러나가면서,

“집잘봐라”

라고말했습니다.새끼줄로짚신을짰더니어머니가집에돌아오셨습니다.

“너는남자가되면좋았을것을.남자가짜는것이다.너는여자다.후꾸꼬는무슨생각을하고있는거니.이애는걱정거리네.

짚신을매달고도망갔습니다.도망가면서울었습니다.울면서생각해보았습니다.어째서용서를빌지못했는지,자신이이상스러웠다.되돌아가면서혼자서웃었다.

지금생각하면이상한여자였다.

그후시집가는일에대한말들이있었던것같습니다.후꾸꼬는알지못했습니다.

(아직일본어쓰기가익숙하지않은이분은,

일본어의’존대어와겸양어,반말등’의분별이아직분명하지못하다…)

-2-

*

전쟁이다가와아메리카사람이쳐들어오면,여자아이는붙잡아죽여서비행기의기름(연료)로사용한다고말들을해서시집갔습니다.12월에시집을갔습니다.

17에시집갔습니다.126일에시집을갔습니다.그후두주일이지나자남자(마사오씨)는일본,홐가이도에일하러가버렸습니다.

-3-

(네모틀속의글)

카네모토후꾸꼬씨의본명은박복례이였습니다.(지금은일본적).1924(타이소오13)3월에한국전라남도의

시골농가에서태어났습니다.당시한국은일본의식민지가되어있어,조선총독부가지배의손을뻗쳤습니다.

후꾸꼬씨는,봉건적인옛가르침에따라,엄한남녀구별속에서여자의일은무엇이든익히면서성장,부모님의

말씀에따라결혼했습니다.

1910(메이지43)한국합병으로국명을조선으로했다.(***)

1931(쇼오와6)중국동북지구침략(만주사변)

1937(쇼오와12)중국침략(중일전쟁)

1941(쇼오와16)진주만공격(태평양전쟁)

1945(쇼오와20)일본항복

-4-

*

저보다반세기나앞서일본땅을밟은한국분들의고생은

이곳에오기전에도,이미많은이야기를들어왔지만,오늘처럼,<‘당신들스스로의표현을읽는것>은처음.

(내경우의대부분은역사가등제3자의시선을거친것들….)

다만,이제는나의일본에서의생활도제법길어져,

<일본말의어감,숨은뜻‘>등도조금은분별할수있게된지금은

이글을적으신당신<박빙위를걷는듯한위태로운삶,공포,불안…>,

그래서,토오쿄시의스미다구(墨田)’의한절이사회속에서어려움을가진분들을위해준비한<배움터>

환갑이훨씬지어서야찾아가,처음으로인간의글자를배우기시작할수밖에없었던한어르신의심정을,

,그녀를둘러싼일본사회,일본사람들의모습

제법읽을수있는만큼,

<반벙어리같은가슴타는소리,안절부절,두근두근의막막한심장의소리…>마저도생생히들을수있다.

또한,<네모틀속의글>

이곳배움터선생님들이,’박복례씨와그녀의모국이야기를일반일본인들에게알리려는뜻이적혀있으나,

다만,4쪽위의(***)부분에서도읽을수있듯이,역사전문가가아닌그분들은정확하지않은사실도옮긴다

내딸아이에게는,<대한제국>이라고성급히적어정정하며,<조선>과다른,그역사를들려주었다.

-‘대다수의민생이외면된채,참으로부패되고암울했던그옛시대의이야기

그곳에태어난너무나많은수의사람들에게힘든삶을이끌도록했었던그옛사회의이야기등등을.

*

일본사회활동가유아사마코토(,1969-)씨가적은

<반빈곤,’미끄럼사회로부터의탈출(2008)>이라는책에서는

<사람들이가난에빠지게되는이유로,다음‘5가지배제(排除)’들고있다.

1.’교육과정에서의배제

2.’기업복지에서의배제

3.’가족복지에서의배제

4.’공적복지에서의배제

5.’자기자신에게서의배제

즉,-시대와사회의’대혼란’으로해서‘교육의기회’를잃고,

-그후모든세계로부터배제되었었던,

-개인으로서는’손도발도내밀수없는,불가피한’가난이계속되었던

박복례할머니의삶의고난은,

(아니,남편분으로,일본명’마사오’라고불리운할아버지의운명도…,그리고어쩌면,그자손분들도…)

제1권의40여쪽,제2권의26쪽의

–한자리에앉아서다읽어낼수있는–‘길지않은글’을통해서도,분명히읽을수있었다.

*

새봄을맞는아이들에게갔다가

나는,나보다’두세대위의어른’을뵈었다.-뇌리에남아쉬이잠들지못하게하는,’안타까운삶’의이야기…

한편,느끼실수있으신지요?..이할머니의글속에는때때로<불쑥불쑥’불가사의한힘’>이드러난다.

당신께서는,

-고난많으셨음이분명한’삶’을<‘물’의흐름>으로비유하며,

-스스로의모습은<비단한복을입은여인>으로적으셔….

‘필경…….’이라며,내게유추되는그녀의’삶의단편들’이있으나…

다만,나의억측을적는것보다도,

글도아니어서,가끔한편씩옮겨소개해보고자,딸에게서그녀의책들을빌려왔다.

(사진은google에서도

우리말옮김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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