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3-04-17

‘자궁’을 가졌기에 ‘히스테리’…? – <제인 에어>

…’기묘한낮은웃음소리,밤늦은시각의비명소리,그리고이어지는방화사건…’등등이마음을무겁게하는중에도,

오만한사람이드러내는괴팍성뒤에감추어진깊은우수(憂愁))와온화한숙고(熟考)’를읽을수있었던제인(Jane)은

그런이와사랑에빠지며,그로부터의결혼제의를기뻐했습니다…

다만,결혼식전날,동물같은모습으로자신의방에들어와웨딩베일을찟는’한여인’의정체를알게되었을때,

제인은단호히그의곁을떠납니다…

-인생의각시기를밟으며성장하는개인을–마치,역사를적는역사가처럼–섬세히적어내려가

<인간의’내재된의식(意識)’을좇는최초의역사가(historian)>라고도비유,평가되는

영국의여류작가샬럿브론테(CharlotteBronte,1816-55)….

그녀의설<제인에어(JaneEyre,1847)>의주요맥락입니다.

*

19세기를대표하는작품으로꼽히는이소설을읽으며,많은비평가,문학자들은,

이때<제인이연인’로체스터(Rochester)씨’를떠나는이유>를

그녀의강한도덕성,즉부인이있는남자의정부(情婦)가되기를거부하는’사회적,윤리적분별’이었다고적고있으나,

같은여자로,글쓴이샬럿을’보다본성적으로’가까이접근하는

저의의견은조금다릅니다…

샬럿은,’개인삶을적는역사가’로불리울만큼,정확히인간을투영할수있는통찰력을가졌었음에

또한,당신이살았던시공간의’인간집단,사회상,그리고그속의제도’등도예리하게직시하고있었습니다.

자기이름이아닌,남자이름’벨(CurrerBell)’을빌려서야만출판이가능했던<제인에어>의에피소드에서도읽을수있듯,19세기중반의유럽사회가’여성들에게쏟았던편견과제약’에도커다란의문을품었던작가였습니다.

불과100여년전의일입니다만,

웃었다울었다,혹은격정과흥분으로날카로운비명을지르다가도,곧아기처럼무기력해져우울에빠지기도하는’

자신의감정을조절하지못하던사람들의병상<히스테리(Histerie)>는,

그증세가특히’여성들에게서많이드러났었다’는이유로하여

남성은가지지않으나’유독여성만이갖는’몸내기관,’자궁(子宮)’에문제가있다고추궁되었습니다.

그래서,그병명은그리이스말로’자궁’을의미하는’히스테리아histeria’에서유래합니다.

-그리고,격정된감정을표출하던여인들은,내과나산과에보내져하부를검진받았다고합니다…

오늘날은,물론여성뿐만아니라남성역시드러내는질환임을,

또,’외부환경,외적자극’이야말로이기폭이격렬한불쾌감과행동을유발시키는’제1차적요인’이라고보면서도

다만,이를통제하는뇌의기능이원만하지않다는이유로‘정신과’에서대응합니다.

그리고,그런편견에젖었던이이름은더이상사용되지않고

‘해리성장해(解離性障害),전환성(轉換性)장애,신체표현장해’라고부릅니다.

*

한편,

여성만이가진자궁의이름으로’히스테리’로불리었을만큼,실제로많은여성들이드러냈었던이병상에대해

샬럿과같은깊은통찰을가진작가는,누구보다도먼저,그실체를,그본질을,파악했을터입니다.

-당시의<여성을둘러싼외부환경이,그외적자극이,너무나험악하다>고…

그래서,그녀는자신의소설속여주인공제인에게,

진상이아닌이여인이결국’로체스터(Rochester)씨’가감금하여숨겨두었던부인이라는사실을알게되는순간,

가장먼저,<외부환경>,즉남편,로체스터씨에의해’상처받은가엾은여성’일지도…

또,–사랑이일시적으로자신을눈멀게했으나–,그의실체는더없이잔혹하고횡포스러울지도…

라며…의심,고뇌하게합니다.

로체스터씨의설명에의하면,

그의부친이궁빈해진재력을메우기위해아들에게강요했던결혼,또,그후,아내의정신질환을알게된것이라고…

그렇다면,이부인의’결혼전’의,혹은’소녀적의’환경이극악…,’정신적,신체적폭력’이가해졌었는지도…

이유가그어디에있든,웨딩베일을찢으며괴물처럼울부짖어자신들의결혼에반항하는한여인의모습을보며

제인은필경,같은여성에게향하는’커다란연민과동정’을느꼈었음이틀림없습니다.

-그래서저는,’제인이로체스터씨의곁을떠난이유’를

사회적도덕감보다도,

외려<‘상처입어약하고불쌍했던같은여성’에대한공감과이해>에있었다고봅니다.

(배경음악은<AllTheThingsWeShared>…)

※추기:오늘,한분이주신’좋은댓글’을읽게되었습니다.

이때의제인에대해조금더부연해보았습니다.

참고해주시기바랍니다.

*

한편,오늘날의의학은,참으로경이스러울정도로발달하며

인간의삶에놀라운영향을주고있습니다만,

이전,정신의미혹인’뇌질환’을,어처구니없이도‘체내기관’의이상으로주목했었던’히스테리’의예를소개드리며,

그정반대의예,-

즉,’신체적인질환’의원인을외려’뇌의부조화’로보고정신과에서치유했었던과거의병상도떠올립니다.

이미기원전의구석기시대때부터그병흔이발견된다는’매독(梅毒)’은

15세기콜롬부스가아메리카대륙를발견할때동행했던사람들이,현지의원주민여성과관계하며감염,

그후,유럽본국에돌아온이래,본격적으로구대륙에서도만연되게됩니다.

피부의손상정도로그잠복기간이3년이상긴만큼,당사자는큰대책없이방치하다가,

최종적으로뇌와척수에서보이는이상으로’정신질환적증세’를드러내며사망하는예로써

높은치사율의매독환자이건만,마침내는’정신과’에수용,감금되었을뿐이었습니다.

오늘날은,그병인이’스피로헤타(spirocheta)’로불리우는세균임이밝혀져

초기에항생제페니실린을투약하면,그리어렵지않게치료됩니다.

그저눈에보이는말기의’현상’으로하여

수많은환자들이’정신과’에보내지는어리석은대처는20세기초까지약500년이상계속되어…,

당시에는,큰고통속에수년안에죽음을맞게하는불치의병으로,누구나가공포에빠졌던병이었습니다.

마치,지금의에이즈(Aids)나암처럼…

다만,몇세대뒤에살고있는우리들은이두개의예를통해,

–늘’제법긴시간’이요구되는일입니다만–,

<인류가가졌었던’문제들은반드시해결을향해진전’하고있음>을알수있습니다.

현란하게다양한양상으로인간의감각을자극하며다가오는많은’현상’들입니다만,

그’표면’만이아닌,<근저,깊은저변에자리한’본질’>을파악하는일이참으로중요함을배우게합니다.

-‘조금더오랜시간,조금이라도더깊이’접근함으로써

<문제가’더이상문제이지않게하는일’들>을인류는오랜동안’수없이’경험해왔습니다…

(하물며,’인문과학의인지와자연과학의기술’의발달로,

인간이’100년’전후의생을맞게된오늘날을사는우리들은큰복을받고있습니다.

-인간삶의진실을캐기위해,또진실대로살기위해,–서둘지않아도–충분한시간을할애할수있게해줍니다…)

*

다시,작가샬럿에게되돌아갑니다.

그토록현숙하여,’인간을,사회를’세밀히통찰할수있었던샬럿이

자신소설속의여주인공,제인에게펼치게한삶의형태는다음과같습니다.

…결국,부인의생명은황폐할대로황폐해있어,거칠은삶의표출로…,성(城)에불을지릅니다.

스스로도그화염에갇히게되어,로체스터씨는부인을구출하기위해그불길속으로뛰어들고…,

그렇게뛰어들어온그의모습을본부인은창밖으로몸을던져생명을버립니다…

뒤늦게다시성을찾은제인을맞이한이는,그때의사고로손과눈에심한화상을입은로체스터씨뿐이었습니다.

다만,그렇게비참하게된상황이야말로,제인에게,비로소다른한불행했던여인에게갖었던연민,죄책감을벗게해,

제인은,장애를갖고있으나용감했던로체스터씨에게자신의사랑을고백하고남편으로맞습니다.

그리고,사랑이가득해행복한생활속의로체스터씨의건강은빠르게회복되며,사랑이새생명을낳을무렵에는,

로체스터씨는장애를이겨아들을볼수있게됩니다….

-<삶의성숙은,진정한용기를갖게하여

되돌아올댓가,보상,보람등과관계없이,그어떤’확연치않은상황’에조차도,시간을,생을몰입하게한다>

저는생각하고있습니다.

또,<–여자든,남자든–이런’당당하고성실한삶’을사는한,

닥쳐오는고난이나불안을,크게투정하거나주저하지않고,’자기생을헤쳐나가며사는’행복을갖게되는것.>

그래서,샬럿이제인을통해드러내준‘진정힘있는여인’의모습,

한여인의’성장소설의결말’이위와같이맺어지는것에

저는크게공감합니다.

*

지금도저는,

그’성에갖혀야했었던그부인’이정말’미친여자’였을까?…하고의구합니다.

어쩌면,그저<너무나큰좌절과분노로해서>자기삶을포기했었기에보였던추함과난폭함이아니었을까..?하고…

샬럿이,

<구시대의여인상>과<도래하는신시대의여인상>을대조시키기위해

그전부인을등장시킨것은아닐까…하는의견도가져봅니다…

분명한것은,<신시대의여인>은

그어떤시대조건,사회조건일지라도,그본질을파악해가며,

서두름없이,시간을주입하는인간삶을살것입니다.-제인처럼.

앞서사신분들의수고와땀으로이룩된한국의경제발전,’부’를자랑하지만,

한편,눈을돌리면,여전히’어려운사람들,아픈사람들이외면되고버려져’‘세계제1의자살국’인나라에서는

이러한여인들이해야할일이제법많습니다…

현명했던샬럿이제시하는’신여성’의모델,제인처럼,

‘험한벽에부딪힌자,힘들고어려운자,아픈자…’에게도더욱가까이서는결단을내리기때문입니다.

(한편,

…’보다큰,보다강한자옆’에자리하려는여인들…?-그허약성을연민.)

***

후기:

실제로,샬럿브론테는,

사회속에서의’불평등’을가장절실히아파했던’최초의여성운동가’로불리우기도합니다.

그래서일까,그녀는자신이쓴이소설<제인에어>를,

역시빼어난’인간과사회의관찰자’로,당시영국상류사회의허영을풍자하는소설을다수적었었던

새커리(W.Thackeray,1811-63)에게헌정하고있습니다.)

(브론테자매,그리고찰스디킨즈와함께,

19세기대표적영국작가로꼽힘에도,왠지한국에서는그지명도가낮은새커리씨입니다만…

-미들네임이"Makepeace"였던사람.)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