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머리는어깨선밑약20cm에이른다.
어른이된후벌써오랜동안,크게변할것도없이계속된나의스타일이다.
지금은상상도할수없는일이지만,
이전,내가다니던여중,여고에서는,머리스타일은‘귀밑x센티,직선의단발머리‘라고하는교칙이있어,
한달에한두번,담임선생님이자를손에들고검사를했었다.
(정확한수치는잘기억나지않으나,1-2cm정도였지않았을까싶다.)
당시내가이교칙에크게저항을느꼈었다는기억은없으나,
아마,내심,이짧은단발머리에저윽이식상하고있었는지도모르겠다…
대학교에들어가헤어스타일에아무런제재를받지않게되자,
나는마음껏머리를길러늘어뜨이고다녔었다.
이후,곧,머리를길게늘어뜨리는것에도큰의미를갖지않게되었지만,
그렇다고머리카락을짜를이유도특별히발견할수없었기때문에,
나의머리는제법오랜동안어깨밑에서나부껴왔다.
단,서구에서생활을할때는,그네들이가지고있지않는evony색의나의긴생머리는
동양여인의이미지를강조하는데적지않이힘이되었던가?!…
중년이된지금도,
나이보다조금은더젊어보이게하는듯,친구들이나이웃의발림말도…
-…여전히나는긴머리이다.
*
이런머리는,대부분의경우–특히나집에서,
하나로묶여있거나,둘둘말아올려져머리위에얹혀진다.
그날의기분에따라서,
묶이거나말리어머리위에고정되는위치가조금씩다를뿐이다.
발랄하고맑은기분을갖는정도에정비례해그위치는조금씩높아져
ponytail이되거나,상투머리처럼머릿꼭대기에둘둘말려올려진다.
가끔은한쪽귀위로치우치게묶거나말기도한다.
조금은어른다운분위기를드러내고싶을때는,
머리핀을사용해머리뒤로볼륨을만들기도하고…
*
긴머리간수하기힘들지않느냐고종종질문을받기도하지만,
이런자유자재가나나름대로터득되어있어
오히려이런저런재미를즐기고있다는것이솔직한심정이다.
특히나,긴급히긴머리를둘둘말아머리위에얹어야할때는,
세면실에서는,치솔이거나아이펜슬,
책상앞에서는,연필이나펜한자루등,
손을뻗쳐닿는그어떤막대기형하나면무엇으로도가능하니,
이렇듯간수하기편한머리스타일도없지않을까,하고내심고소하는때도…
*
그러던것이,최근에불현듯,
나는우리나라여성들이오랜동안지켜온‘쪽머리‘스타일에눈이떴다.
욕조에들어가앉아맞은편벽거울에비치는제모습을보며,
감은후의젖은머리를둘둘말아이리저리올려얹어보다가,
한국인의동그라한내얼굴이,가장길어보이도록눈의착각을유발시키는머리형이,
놀랍게도,소위‘쪽머리형태‘라는결론을내리게되었다.
역시,오랜세월에걸쳐한국여성들이지켜온이머리스타일이,
실은그네들이,보다아름다워지고자,이런저런시행착오를하던중에정착시킨것이아니었을까,하는수렴마저…
(한편,이조후기까지머리숱이많아보이도록덧들이던가체의사용으로해서피폐가커서,
영조가이를금하면서모든여성의머리모양을쪽을지우도록명령하였다고하는데…
이‘쪽머리‘는,당시서민여인들이머리를곱게감아올렸던머리형에유래한다고하겠다.)
(가체를쓴머리.
…마리앙뜨와네트시대,프랑스에서의’허영’이연상된다.)
특히나,가운데가름마를타고있는내가둘둘말은머릿뭉치를목선가까이까지내려놓자,
천상,그옛날우리어머니들의모습그대로였다…
*
다만…,
단하나,이쪽머리에찌르기위해,
옛전통에따라,소위‘비녀‘라고불리우는머리장신구를사용하는것에는,나에게는주저함이있다.
일본에서의생활이시작되면서,일본말중에서많은한자를읽게된나는,
자연히,’한자어‘에대한관심도제법커졌다.
그러던중,
이전아무런의식없이사용했었던우리말중에,상당한부분이‘한자어‘에유래한말이라는사실도재인식.
…그중의하나가,’비녀‘이다.
*
치마저고리의가슴에늘어뜨리는은장도와함께,
비녀는,그옛날속박속의여성들에게허락되었던’많지않았던장신구이자노리개’의하나…라고
단순히생각하고있었다.
더구나,’옥비녀‘,’은비녀‘의예처럼,
입에올리면‘구슬이구르는듯한‘울림을느끼는사람은나뿐만이아니지않을까…
그런데,조용히좀더깊이이장신구의어원을생각하면,
여자가시집을가면반드시쪽을지고그머리에꽂아야했던이장신구의이름은,
"비녀(非女)"-즉,"이제부터더이상‘여자가아니다‘"
라는뜻을담은한자어에서비롯된것은아닌지?
혹은,그삶이서글픈‘悲女‘?
혹은,굴욕스럽게도,’卑女‘-천한여자?
혹은,신비로움을갖춘‘秘女‘?…
사전속을찾아보아도,특별히,’비녀‘라는단어의한자표기는나와있지않다.
*
본래,한쪽끝이굵으며몸체가가늘고긴이도구는,
남자들이머리에쓴관이떨어지지않도록꽂았던것이라고한다.
그러던것이,
당시언문밖에알지못하던여자들이머리에꽂아
‘남편있는여자‘라는상징으로사용되면서,
한자를이해하고구사하였던조선의남정네양반들이
이에곧,’非女,悲女,卑女,秘女…’라는한자어의이름을붙인것일까?
쇼윈도우속에놓인Mannequin과같은무표정,무언이어도,
머리뒤에비녀를꽂고
-‘나는여자가아니요,나는슬프고천하오,나는비밀을간직하고있소‘라고
시위하는듯한옛여인들을바라다보며,
남정네양반들은어떤생각을했었을까?
양반집의옛규수들중에는창호지너머한문을익힌여인들도많았건만,
이한자어의이름을어째서거부하지않았을까?
나는,속좁게도,
그러면‘부인있는남자‘임을드러내야했던장식은?
어째서‘비남‘이라는이름의물건은존재하지않을까?…
라는식으로,불필요한시비마저도부끄러이머리에떠올린다…
(낙천적이해로,작은소망을…-…행여,’비녀,飛女’?
하늘을나는’천사’와같은,에밀레종에그려진’보살’과같은…여성에의찬사?,-흠~…)
*
난지금,
풀어내렸던머리를말아올려
옆에놓았던펜을들어머리카락속에꽂아넣으면서,
내머리에꽂혀진펜을적어도‘비녀‘로부르고싶지않다고저항한다.그렇다면?
옛우리여인네들이그토록소중히간직하고풋풋이장식했을머리장신구에적절한우리말은?
‘거부‘에는‘대안‘도함께하여야할것이건만,
묘안이쉽게떠오르지않는다.
본디,잠(簪)이라고도불리어,용잠,모란잠,매죽잠이라고도불리었다고는하나…
나는하염없이…모색중.
*
…좋은이름,떠오르시나요?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