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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계절을 맞을 준비

그녀의올여름도이렇게곧막을내리려는듯…

역의개찰구를지나,

다시한번살짝얼굴을돌려손을흔들어보이고는,딸이발걸음을앞으로서둘렀다.

‘그래도…원…’

 홀연,그녀의표를받아주는역원(驛員)도없이,원텃치만으로너무나쉽게통과하게되는개찰구가

 괜시리야속스럽다…

*

어젯밤가족이함께본

BSTV에방영되었던옛일본영화<뽓뽀야(ぽっぽや,鐵道員)>.

<철도원>이라고한자어로적힌영화의타이틀을

매년큰눈으로파묻히는겨울이긴홐카이도사람들이친밀을드러내부르던’고유일본어’로읽는다…-뽓뽀야.

‘뽓뽀-‘,기차의기적소리가일본인들에게는이렇게들리는듯.

이제는보다편리한다른교통편으로,또폐광으로,손님을잃은기차의한허름한종착역.

기관차운전사를거쳐17년전이역의1인역원,1인역장으로부임된이래,오랜동안성실히제일을지켜온한역원,

그리고그겨울이풀리면정년을맞아퇴직을하게되는그나이든역원의이야기가

새삼떠올랐다.

(작가,아사다지로오(浅田次郎,1951-)씨가1997년에발표,저명한문학상(直木賞)받은단편소설을영화화(1999)

 템포늦은영화의화면을좇으며,소복한일본인들의생활을고즈넉이엿보고있던중에,

돌연,이목석같은역원에게일어나는한’기적(奇跡)’의사연이읽히게되는순간부터…

…내눈이조금씩젖어들기시작해…

-아~,분명’하늘이그런그에게준포상’.그기적이란것…

흐흠~,문학의진정한호사!

바뀐세상…,그래도딸이그런따뜻하고성실한역원과눈인사를나누지못하고

여름햇살밑에살폿이모습을감춘이역사의개찰구를벗어나는모습이아쉬워…

*

딸의대학생활중에마지막으로맞은여름은제법분주했다.

연이은학기말시험들을마치고야방학을맞은그녀는집에들려몇날을쉬고는,

곧,쓰고있는논문의마무리를위해독일로향했었다.

그리고돌아와서잠시오본을가족과함께보내고는,

또곧,대학교의봉사활동으로,지난해지진으로커다란피해를본미야기(宮城県)의한마을로…

-그젊은발길은이더위속에서도잘도달려다녔다.

운좋게도이봄,졸업후일하게될회사의내정을받고있는그녀는

그후,교수와졸업한선배들이리드하는한NPO활동을돕고있기도하다.

이런저런활동들은,

인터넷메일로전송되는그녀로부터의많은사진들을통해읽고있다.

그중의한장.-많은사람들속의그녀,사진과함께길지않은글이붙어있었다:

"(전략)이런과혹한체험을하셨건만,

이런쓰라린경험은우리들만으로충분.”이험한곳에찾아와주어서감사다‘…저희들에게친절합니다.

이곳마을사람들의이런꿋꿋한모습에,오히려저희들이큰힘을얻습니다…"

일이익숙하지않은젊은청년들의봉사활동…

현지에서그곳에서의삶에노련한어른들에게는결코큰힘이되지못하리라.

다만,그곳의어른들이정말로필요로하는것은,’노동력’보다도’인정과교류’일터…-‘이웃사랑’과만나는시공간.

-딸은…한발먼저다양한’실사회’의면모를경험하고있는중.

*

이렇게받아쥐게되는사진들은대부분,나를경유하여,서울의할머니에게도전송된다.

다만,이봉사활동의사진3장은,

지난주말,조금긴거리의운전으로집을나서기앞서의아침,서둘러컴퓨터의전원을넣어전송했었었다.

차를운전중에즐곧,

‘아…주학이가어디에있는지이번에는적어드렸어야했었는데…’라는뒤늦은반성을했다.

-이미여든을바라보시는어머님.

더더구나이번봉사활동은,남학생17명,여학생9명이참가,전부단체로찍은사진들이어서…

그러나,곧어머니로부터도착되어있던답신은,

"아무리보아도우리아이얼굴밖에안보이네.

둥글고모나지않는여유있는모습이제일예쁘다.

젊음이가장아름다움()이니,영원히그모습그대로만있으면좋겠구나…(후략)"

이렇게시작되어있었다.

음~,그많은작은얼굴들중에서도손녀를쉽게찾으셨나보다.역시…

-내걱정은그저헛사려에지나지않았었다.

아이들이어렸을때친정을찾으면,

세살터울의언니와육아에관한이야기를제법나누곤했었다.

내아들보다세살,그리고두살위인귀여운조카들…

-"어떤어른이되었으면좋겠니?"이렇게화제를낸것은언니쪽.

그때나의대답은,

"작은것에서도큰행복을찾아내는사람이좋겠어…"

그것은,어렸던아이들과함께하는시간중에서

늘내가가지고있었던’아이들에대한가장큰소망’이었어서…

최근딸에게서보내오는사진들을바라볼때마다,

정말로옛날의내모습과너무많이닮은것에흠짓한다.나이가들면서조금씩더분명히드러나는딸의표정이다.

여전히건강한시력으로손녀딸을바로찾아내어주신고마운어머니에게나는또다시답장을적었다.

"…저도엄마만큼,제법딸을건사해왔나봅니다.

역시,지난삶’은작은성공!"…

….어머니만큼만할수있었다면…

*

신학기를맞기전,집에와내곁에서잠시한숨을돌린딸은

다시시작되는학교생활을위해학교근처의집으로돌아간다.

벌써직장인이된아들은,불과1주일의여름휴가를지냈을뿐.

이아름다운여름에’한달반’의방학을갖는이런사치도딸에게는마지막일지도..-‘수고했네."

그런딸을배웅하고집으로발을돌린다.

곧9월,가을을맞을준비를해야…

중년의나도,딸못지않게,제법분주히여름을보내었지만,

마음은,’가는여름’을제대로돌보지못한채…,여름에미안스러움까지….

그래도,어느덧성큼히찾아오는’새로운가을’을맞이해야…-시간의흐름은참으로빠르다.

(사진은Google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