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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유감

(<FenestaCheLucive/불꺼진창>,VincenzoBellini(1801-35)곡)

색색으로나란히,혹은꽃닢처럼겹겹이,상자속에정갈히깔렸었던떡들이

제사상에오를송편보다먼저,우리맛을즐기게한다…

‘평소홀로지내시는어머니의명절은조금더북적스러워야…’며,추석을앞서찾은친정은아직은한적하다.

역시정갈히꽂혀진어머니의책장을엿보다,나란히나열된’책제목’들중,한책에눈이멈추었다.

-<시간이멈춘자리에서>.

시집?

곧이어질추석분주를생각하면,이작은틈의소요를위해서는시집이적격이리.

어느곳을펼쳐도,한페이지량으로’정제된시어들’이자리한책.-그래,오늘밤은시인들의’섬광(閃光)’과만나자…

   *

그럴양으로,책장에손을뻗어두손위에펼쳤다가작은낙담…

시집이아니었다.46세의젊은나이에곤혹스런병을진단받은한독일사회학자가쓴<‘파킨슨병’과의투병기>…?!

아니,보다더적확히적으면,

<‘조직사회구조’의전문분석가>인사회학자의시선으로좇은<한파킨슨환자의,사회와권위에의’저항기록’>…

"….자기들조종지식으로이세계를가장내밀한곳’에서떠받치고있는전문가층의지배욕을구현한건물이었다.

세계화된지식/기술사회의주요특징은,조종지식이민족을초월한엘리트들에게새롭게집중된다는것이다.

현대커뮤니케이션기술,대중커뮤니케이션기술,운송기술이발전하고세계화된결과,정보면에서무지막지한

실성장이이루어졌다.아직은잠재적으로조망할수있는이런복잡성에의거할때,현대인간의삶은단순하기만

하던태곳적삶과다르지않다.잠재적으로알수있는정보의폭발적인증가에비해,직접경험할수있고생산적

으로지배할수있는인간환경은극적으로좁아지고있는것이다..."

위와같이,독일의사회학협회회장까지지내는한석학이

질병과는물론,<전문가(의사,심리학자등등)의권위사회>와도싸우며적은,그야말로예리한사회분석서.

기대했던’시인의섬광’대신에,

뇌속에서분비되는도파민의결핍으로뇌기능장애를겪으며,불편한언어활동,보행등실생활의불편을넘어

괴물프랑켄슈타인이되어<권위사회에의격렬한이성의분노>를적은’사회학도의길고긴논리’를읽어야했다.

-다시많은것을배우게해준책.

(이책의세부에관해서는,이후다시공간이허락되기를…)

다만,이런내용의책제목이,어째서<시간이멈춘자리에서>??

(왼쪽부터,원서인독일책<TiefimHirn(2006)>,영어판<DeepInTheBrain>,한국어판<시간이멈춘자리에서>)

‘서정적이고아름다운’우리말<시간이멈춘자리에서>는,원어로는어떻게적히었을까?

-여전히시적표현에미련을버리지못하고…,

저자’헬무트두비엘지음’이라고적힌독일이름을좇아,

amazon.co.de(인터넷서점,아마존의독일싸이트)에들어가본다.

HelmutDubiel.

아,여기…,그런데,원제목은<TiefimHirn(뇌속의심연)>??그리고,책표지도…전혀다르다…?

서둘러,amazon.com(미국),amazon.co.uk(영국)…등,몇개국의아마존싸이트에들어가번역본을찾는다.

영어가세계언어가되어있는현사회에서,미국,영국은물론,프랑스,일본에서도영어판을구입하도록되어있었다.

영어번역판의제목은,역시원서그대로의동명<DeepInTheBrain>.또,표지도원서와그리다르지않다.

다만,부제로<LivingwithParkinson’sDisease(파킨슨병에걸려산다는것)>이더해진만큼,뇌의그림이약간작다…

-그런데,우리말의번역서는왜??…

*

번역은,역자에의해’작가/저자의표현을최대한으로정확히옮기는일’을의미한다.

책은,글쓴이에의해창조되는그의세계이어서,적히는내용은글쓴이의’고유세계의진실’이라할수있다.

-사회학적,혹은자연과학적지식이부족했던’감상적인’번역가가선택한’애매모호’?

-혹은,한국출판사의의도??

아직,나자신스스로독일어의원서를읽지않아,

이저자의세계가어느정도왜곡되었는지구체적으로분별할수는없으나…,

한국어판의<제목>만으로도,왠지이책이<한국독자들이읽고싶어하는표현>으로’짙은화장을한’것으로여겨져

우리말로옮겨진책에’큰신뢰를주지못하게됨’은안타까운일이다.

유감스러우나,한국의서점에서서책을펼치면,자주이런책들과만나게된다.

원서에적힌’진실’을전하고자하기보다는,<‘한국독자들의선호도’에의해내용이굴절되는책들>…

-<‘독자의인기’를얻기위해>적혀지는지나치게’자극적,혹은감상적’인표현으로치장한글들…

*

한저자의삶을180도로변화시킨<일본은없다>라는책도다른한예.

그는1991년부터93년까지,KBS의기자로일본에서특파원으로일하며’경험한일본’을적었었다.

저자가살았던일본의1991년,1993년은,

국제연합(UNDevelopmentProgramme)발표의’인간개발지수(人間開發指數,HumanDevelopmentIndex)’에서

공교롭게도일본이’세계1위의국민’으로선정되었던해이기도하다.

2011(2011)–Norway

2010(2010)–Norway

2009(2007)–Norway

2008(2006)–Iceland

2007(2005)–Iceland

2006(2004)–Norway

2005(2003)–Norway

2004(2002)–Norway

2003(2001)–Norway

2002(2000)–Norway

2001(1999)–Norway

2000(1998)–Canada

1999(1997)–Canada

1998(1995)–Canada

1997(1994)–Canada

1996(1993)–Canada

1995(1992)–Canada

1994(????)–Canada

1993(????)–Japan

1992(1990)–Canada

1991(1990)–Japan

1990(????)–Japan(Wikipedia,’HumanDevelopmentIndex’에서)

-우리들에게는,제입술을절로깨물고싶어질정도로,유감의한숨을삼켜야하는정보이나…,그시대의’사실’.

그럼에도,<‘언론기자’의예리한시선이냉정히전체를두루지켜보며,공정하게적혔어야>했을그책에는,

-외려,당시의그런세계의평가와는달리,그때의’일본이얼마나살만한곳이못되는지’라며,

‘<한국독자들이’일본’이라는이름에서읽고자하는것들>이무엇인지를잘채취한’저자의편협된글들만적히며…,

한국사회에서는대<베스트셀러>가되고,그후그녀자신은국회의원으로도약한다.-수치스러움.

다른논픽션작가의글을부정하게복사한것이라는’법적처벌의범위’는각설하고도,

‘책속에적힌일본사람들이그녀를대하는모습’을보면,<그때그곳이국에서>의그녀의생활도읽을수도있다.

일본사람들은,그저’사람이좋기만하지는’않는다.

앞서일본의’사시미법칙적사고방식‘에서도적었지만,그들은’타인과주고받는행동의냉정한기준’을가지고있다…

마침그때는나도일본에서의생활을시작한즈음이어서,

친정어머니조차도그런’몹쓸나라’에서고생이심하지않느냐며,그책을읽고배워일본사람들을더잘알라고

일부러우편으로보내주셨을정도였었다…

-적어도,당시에는’세계제1위로뽑힌국민들’의나라는,같은시기한국사람들에게는’최하의나라’로인식되어…

벌써옛이야기.

다만최근,강산도두번변하는시간이흘러,50대의그녀의두눈이앙칼지게치켜올라간차가운얼굴을보며

역시,<‘세상살기’를잘하지못하는사람>이라는,그책을읽었을때받았던인상이확신으로굳혀졌다…유감.

…’세계의평가’와너무나차이가있는

‘한국인의시선’은어디에서비롯된것일까?…

*

<사실을사실대로..>’,평면적부분으로그치지는것이아니라,<입체적굴곡의전체상>을안다는것…

-이렇게<‘진실’을바로직시할용기>는,곧

<언제라도실수혹은잘못을저지를수있는인간>이기에,꼭필요한것이아닐까…

명확히<‘반성할것’과’주장할것’에분별>을갖으려는노력에서내딛는분발.

-서로의’지혜’는감탄하며배우고,

-서로의’야만’은부끄러워하며버리는….

어렸을때부터동화책이나이야기책을거치며’책을통해적지않은세상을만나고배울수있었던’나로서는

출판에관계하는분들의공에,먼저는,감사를전하지않을수없다…

그들의일은<귀하고귀한작업>이다.-사람들을’다른세계와만나게도,또지혜롭게도하는일’…

다만,’머리속의관념,세치혀의변설’의형태가아니라,

<인쇄되어>,두루사람들사이에서,혹은시간을넘어읽히게되는’출판물’로세상에드러날때는

<보다더큰’신중함과건실함과정확한진실’>이담겨있기를소망하게된다.

넓고넓은세계.

…그리고좁은한국.이곳에사는’5천만’이보다현명히’세계와소통’하여’보다확실한행복’을취할수있도록,

이나라의출판계가해야할일은너무나많다.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