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맞은나라들이걸어온내리막길(DerUntergangdesAbendlandes)>
이라는제목으로적힌책이있었다.
‘…?’
-‘나라(land)‘라는단어만없다면,
‘저녁노을에젖어걷는산책길‘이라도연상시키게하는,시적이고아름다운책제목!
독일어로적힌이책은,
그래서,같은언어를사용했던작가토마스만(ThomasMann)에의해
‘철학자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글을읽고있는듯했다.’고소개되고
역시같은독일인인경제학자웨버(MaxWeber)에의해서도,
‘지적인문학,예술의애호가(dilettante)가쓴독창적이고정교한글‘이라고평가받았었던글.
이책은,출판되자마자,당시의독일어권의지식인들사이에커다란논점이되었고,
그들에게이미친밀했던고대그리이스로마사는물론,중국,이집트,이슬람문화등에이르기까지
세계각지에서발흥한문화사를총괄하여정리한이책은,
그다음해,유럽내의많은언어로번역되면서,곧,’전유럽지식층의총아’가된다.
*
‘저녁을맞는곳=서녘=서양(西洋)’
‘내리막길=하향길=쇠퇴(衰退)’
당시,영국의번역자는이러한추급적이해를한것일터…
이책이영국에서영문으로번역되어출판될때에는,
본디원서의서정적인책이름은,<서양의쇠퇴(TheDeclineoftheWest)>라고옮겨졌다.
–일면,단정하고정연한표제...
그러나,본래저자가드러내고자했던대상,’세계를바라다보던시적인아름다움’은잃게되었다.
이번역본에는,
저자가,‘theWest서양세계‘에해당하는독일어‘derWesten’을피해,
일부러‘dasAbendland(theevening-country)’를선택한깊은뜻에의
사려가부족하다…
글을쓰는이들이
자신들의관념을보다더정확히드러내기위해
얼마나신중히단어를고르고있는지를염두에둘때,
특히나,책의‘제목‘이라고하면
이를통해‘저자가독자와만나는첫대면‘임에,더욱조심했었을터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