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친정에돌아오면,
애지중지반겨주시는가족,친지,벗들과의인사가분주하다.
그러나…젊었을때와달리
이분주함을더이상‘번잡스러운것‘으로여기지않는자신을새삼스레느낀다.
*
예전에는,–제대로삶을알지못한설익음으로해서-–
침식을하게되는친정집지붕밑의가족들과는당연히인사를나눈다하더라도,
일부러찾아주고전화를주고식사를초대해주는친지들에게는
감사하는마음보다도‘번거로움이느는일‘로그리반기지않던내가있었다.
지금돌아보면별것도아닌,당시의‘내자신의예정‘에급급하여,
속절없이무례한거동도참으로많이해왔음을안다.
인간은
상대의어여뿜때문에사랑하는것이아니고,
제각기품고있는사랑의크기로해서사랑을전하는것.
이제는,
내가예뻐서보다도,당신들의한량없는정으로해서베풀어지는‘친지들과의시공간‘에
나도제법섞이어어울릴줄알게되었으며,
또,이정에넘친사람들에게나역시시선도다정스레되돌려드릴줄도알게되었으니,
주름이늘은만큼,내삶도여물어
조금은더공손해진듯하다.
..
*
그래서,이런‘모가난‘자신의옛기억을가진나는,
젊은이들에게제법관대하다.
어른들에게자주
‘요즈음아이들은…’하고비난의대상이되는젊은이들을볼때면,
내심,
‘그래서‘아이‘라불리우는것을!
그나이에‘속늙은이‘가되는것은오히려불쌍…’
이라는생각이들며,
발랄한그들의‘천연덕스러움‘과‘경거망동‘마저도더사랑스러워,
외려,’보다천천히나이를먹어갈것‘을축원하는마음마저도갖게된다.
*
어차피,<–귀국하여친지와인사를나누는분주한의례를먼저마치고나면–,
당연히홀로친정집에서고즈넉이지내게될시간>도갖게되는법‘
이라는‘사필귀정의회귀‘도,수번의귀국경험을통해배워확신한덕분이기도하리라.
쉬이변하는서울을고향으로한사람들이대부분그러하듯,
소리내어‘고향‘이라일컫을곳을갖기힘든나로서는,
친정집을지키시는어머니와,햇볕에누렇게바랜낯익는옛책들이아직도꽂힌책장에서
‘고향‘을느낀다.
소녀적읽었던,그래서내서툰밑줄이남아있는서적들을
수권씩빼내들고는책상에얹어놓고하나씩손에펼칠때마다,낯익은‘고향의맛‘을맛본다…
*
그리고,또감사한것은,
아버지를잃은후이몇년간에눈에띠게연로하신듯한어머니건만,
여전히책장에꽂히는책들을새로이늘리고계신것.
덕분에,그곳에놓인우리글로인쇄된새책들을펼치는기쁨도있어,
‘신선하고상큼한‘고향의맛도더늘어나곁들여진다.
그중의하나가,시인류시화씨가옮긴
<인생수업(엘리자베스퀴블러로스,데이비드케슬러글)>,’죽어가는사람들로부터배운다‘는책.
혼자서친정집과내고향을지키시는‘노년의어머니‘가읽으셨을귀절들을
‘중년의내‘가읽기시작한다.
‘우리가이지상에남아있을시간이많지않다‘고적힌책속의글에
머리를끄덕였을어머니의여윈그뒷등을,
해외에서의분망한생활속에서‘아직도그시간이많이남아있다‘고믿음을굳히고있는딸은
—책장을넘길때마다—머리에그려본다…
*
오랜만의친정길은,
한편분주하고한편그윽하며
‘낯익은젊음‘과‘낯설은노년‘이함께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