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의한여름,12살이된4명의소년들은
산열매를따러숲에들어갔다가기차에치여죽었으리라는,같은나이의이웃동네소년의시체를찾아길을나선다.
아직,’주검‘이,그리고‘숲속에들어간다‘는것이,어떤것인지모르는나이이기에,천진난만히도큰준비도없이
그저,기찻길을따라가면그숲에다달아,또,숲의어딘가에는그슬픈소년이누워있을것이라고…
-그런막연한기대만으로내딘발걸음은,한나절,하룻밤이넘도록계속되었다.
마침내,우여곡절끝에겨우찾아낸주검은12살의소년들이감당하기어려운,상상을초월한모습으로,
이에황당해하고있던그들앞에,
같은목적으로,두대의차에나누어타고불과수십분만에손쉽게숲속에들어선마을청년불량배들이나타난다.
외려,이들살아있는자들의위협이,죽은소년의참혹한표정보다도더큰공포를갖게하는것이었으나,
12살의나이로서는놀라울리만큼성숙했던크리스만은
–아버지몰래그의책상에서빼내온피스톨을배낭속에감추고있어–,
‘힘이세고나이가위‘라는이유만으로,자신들의긴고생을간단히빼앗아차지하려는이들의횡포에당당히맞선다.
그런팽팽한긴장중,갑자기어둠의숲에번개가떨어지고…
그렇지않아도계속이어진공포들에질겁,한마디도못하고몸을움추리고있던버언과테디는이때라싶히줄행랑.
홀연덩그러니남겨지게된크리스는,사뭇외곬으로용기를내어버티면서도,당혹한동요속에선다.
그래서,아직은자리를뜨지않고있던소설속의‘나(I)’에게‘옆에남아줄것‘을구하여속삭이게된것.
그때의‘나‘의응답,<난곁에있어>라는말.
이짧은한마디가,마치마법이라도부린듯,동요속의크리스를안심시키며
그를더욱침착히행동하게했다.-"자,이제꺼지지."불량배들에게의이당당한뇌성.
*
이전,<미국의대부분의가정에는,적어도‘두권의책‘은반드시꽂쳐있다>라는말을들었었다.
–하나는,물론성경책.그리고다른하나는,스티븐킹의소설한권.
<GreenMiles>등많은공포소설도쓰는작가로유명해,결코달가이손에들게되지않는스티브킹의소설이지만,
‘그토록읽히는작가‘라는평판에귀를솔깃하며,그의작풍을엿볼참으로펼쳤었던
중편소설<주검(TheBody)>중의한대목이다.
소재가아직여린소년들의이야기이어서일까?…
마치자신의전기소설을적은듯한작가의필체에는,’어렵고굴절된가정환경속’에서성장하는소년들에대한
놀라우리만큼,’정확한관찰‘과‘따뜻한연민‘이적혀있었다.
–제2차세계대전중,오랜동안패색이짙었던유럽의전세를뒤엎는시발점이되는미국의참전지,’노르만디’에서
싸우고귀향,그러나,이로인해건전한정신을잃고분별력을상실한한남자는,
어린아들의양쪽귀를하나씩가스버너에내리눌러녹이는횡포를저지른다.
그럼에도,이런난폭한아버지를언제까지나‘전쟁영웅‘으로기억하고싶어하는소년,테디.
–집밖에서는깡패에속하는난폭한형,그리고소심하면서도교활한동생….그러나이두형제의진면목을모른채,
"아들들이불량배처럼담배를피울리는절대없다"고굳게믿고단언하는무심하고게으른엄마를둔소년,버언.
–술로자신의울적을누르며집에서무위도식하는아버지,그를대신하여공장에일을나가는피곤한엄마,
형무소에갇힌큰형,그리고마을중누구나가잘아는깡패두목인둘째형이자신의가족인소년,크리스.
–결혼후오랜동안자식을낳지못하고고민하던중에겨우얻은큰아들이너무나소중하여,의사의충고와는달리
뒤늦게또태어난아이의존재에는완연한무관심한모습을보이는나이든부부의그둘째아들인소년,고오디,‘나‘.
미국의가장북동부에위치한메인(Maine)주의‘깊은숲‘의무게는,
그곳에서성장하는네소년들의‘어둡고습한삶의환경‘을상징이라도하는냥.
–어두운소년들이보이는‘도리나이치를벗어난망나니짓‘에는‘그럴수밖에없는뒷사정‘이감추어져있다고…
–어릴때상처받은그흉한‘사연‘들로해서,성인이되어서도그들은결코순탄치못한‘결과‘로삶을맺는다는것까지…
작가는’어려운개인들’의’불편한진실’들을정확히관찰,그곳에조명을드리워주목시킨다.
한여름의따가운햇살밑의선로를걸어,’너무나깊어서어둡기만한숲속’에들어가’주검’을찾는모험길은
등장소년들제각기의‘장래‘를암시하게하는태도와행동으로사건들이전개된다.
-"Iknowit,"Chrissaid."Hewon’tlivetobetwicetheageheisnow."
크리스는장담하듯입을열었다."저녀석은결코’지금나이의두배’는살지못할거야…"
이웃으로부터신랄하게경원되는불온한가정환경에짓눌리지않고
‘나‘와함께열심히진급공부를하는성실로,결국은법과대학원생으로발돋음하는크리스는,
이미,불과12살에내딘모험길속에서도가장현명한’시선과분별’을보였다.
결국,그의판단처럼,
-소심하고옹졸하며교활했던버언은,–그의오만한어머니의잘못된신념을실증이라도하듯–,
모험의6년후,즉,18의나이로,밤새흥청되던파티후에일어난화재로내려앉는집속에갇히어죽는다.그의담뱃불..
–아버지의폭력으로짓눌린두귀를가리고자,아직영국의비틀즈가등장하기전인1960년에이미장발을내려뜨린
독특한외양으로,늘정서적인불안을드러내며그어떤일에도격렬하게흥분해하던테디는,
‘전쟁영웅’이라믿고싶었던아버지의뒤를따라군에입대하려하나번번히좌절…
그역시,고등학교를중퇴하고공사장에서번돈으로자신의차를구입한얼마후,
난잡한폭음후에친구들을태우고운전중에나무에추돌,전복하는교통사고로생명을잃는다.동승했던모두도…
*
이소설<주검>에서
작가가무엇보다도크게적는멧시지는,<‘크리스‘라는소년에의이해>이다.
1960년대의당시미국사회의,
동북에치우친메인주의깊은숲에그늘져더욱몽매하고차가었던그지방,그세상으로부터
더없이굴절된편견으로바라다보아지던한소년의‘진실세계’를밝히는모험길이기도했다.
…Chriswasthehardestguyinourgang,buthewasalsotheguywhomadethebestpeace….
크리스는우리망나니패중에서가장강경했지만,동시에,‘화해’로도가장잘이끄는녀석이었다….
크리스는,
그의가족들,즉아버지나형제들이보이는난폭함으로해서,
마을의이웃들이나학교의교사,친구들로부터부당한혐오의시선을받고있던소년이었지만,
반면,크리스에게는그것과는또다른면목도가지고있음을어렴풋이간취하고있던소설속의화자,‘나(I)’는,
소년들에게는너무무거웠던우여곡절을헤쳐나가는이모험길을함께하룻밤,하루낮을걸으며,
결코사람들앞에서그어떤’비굴한굽힘을보이는일없는’이무쇠처럼강경한크리스소년이
실은,<너무나따뜻한마음을갖고깊이가있는인간>임을재확신하게된다.
동시에,이런인물이라하더라도,주위의편견과냉대앞에서사뭇꿋꿋하려고애를쓰고있는동안은
실은<몸을떨며더없이외로와한다>는진실도알게된‘나’는,
이후,한소년이청년으로성장하는그어려운시간들,결코짧지않는그동안을,
크리스의곁을떠나는일없이,그의노력을계속지켜주고돕는다.
소설속에구체적인사건은적히지않으나,
나이든부모의무관심으로,같은집에있어도투영되어존재를인정받지못하던’나’역시
이후,강직한크리스로부터굳건한지탱을얻었음은의심할바없다.
…Wewerehangingontoeachotherindeepwater…
우리는심연의어두운물살속에서(길을잃지않도록)서로를언제까지나붙들고있었다…
*
그런크리스와’나’는–그불쌍한겁쟁이들,버언이나테드와는달리–
대학에진학,자신들의힘을키우는일을게으르지않았고,–주위의예측을뒤엎으며–또무사히졸업.
그러나,대학졸업후결혼하여가정을갖게되는’나’와,
계속하여법률을공부하기위해대학원에남는크리스는자연히서로떨어져생활하게되어…
그리고그2년후,그’누구보다도일들을평화롭게화해시키는힘을가졌었던’크리스는
식사중이던레스토랑에서싸움질이난두남자들을중재하려다,불행히도,칼에찔려죽는다.
이를적은신문기사를통해서야크리스의소식을알게되는’나’는,
허연히집을나서서교외의한적한공원에차를세우고운전석에앉아대성통곡한다.
‘…그사건때,자신이크리스의가까이에있어
그어린시절에그랬었듯이,그에게’짧은한마디’를들려줄수있었다면…,
크리스는조금은더침착히그상황에대처했었을터이건만…,그러면,그는죽지않아도되었을것이건만…’
이라는,통한으로…….
*
‘따뜻하고바른깊은심성’을가진사람들에게는
부당과부정을막기위해해야할일들이너무많은부조리한세상이다…
그럼에도,’굴하지않고바른길을살려고애쓰는진실한사람들’의빛이
결코꺼지는일없이이어지고있음은또한,이런세상의다른한편의’경이’이기도해서…
-이곳은제법’살아볼만한곳’.
"내가곁에있어."
유약한우리임에도,이낮고짧은한마디로’용감한그들’에게답할수있어…
(인용은<주검TheBody>에서.
우리말옮김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