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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물생심(見物生心)의 교훈과 ‘자본주의 만능사회’

10살때의일이었다.

일요일.

가끔윗형제들이아침일찍도서관을찾을때면,어렸던나도그길을따라가고싶어했다.

도서관에자리를잡는그들과는

조금떨어진책상위에귀찮은존재로불리우기싫어서—

나역시그들의흉내를내며책을펼치곤했으나,

지금도잊혀지지않은그일이일어났던것으로보아

그나이때의나는,조용히앉아서공부하던형제들과는달리,

내자리를자주뜨며

이곳저곳다른열람실들을기웃거렸음에틀림없다

빈번한도서관탐험도중에잠시내자리에돌아왔을때

책상위에놓아둔내필통이없어진것을알게된것은,그런날들중의한오후였다.

지금은아주흔한구식형이되었겠지만,

당시,자석이붙어있던…,

거기다가꽃에둘러쌓인예쁜소녀의인쇄물이장식된필통을가지고있는아이는그리많지않았다

그필통이없어진것.

*

한나절을주위의책상위를넘보며찾아다니다지친나는,

남의필통을훔치는행위는어렷한도둑질이라며,누군지알지도못하는상대를원망하고있었다.

그런내가,형제들의위로를받으며집에돌아왔을때,

어머니가들려주신말씀이"견물생심(見物生心)".

물론,어머니는

금방이라도터질것같은눈물을삼키며식식거리는내모습을보며다른많은위로의말씀도주셨었으리라만,

그래도,지금까지도선명히기억나는귀절은결론으로맺은그녀의가장마지막말씀만이다..

"…다른이들도탐할수있는물건을제대로간수하지못하고제멋대로굴리는것도큰잘못….

누구도도서관에물건을훔치러오는사람은없을터이건만…

견물생심’이라고,<너의경솔함이,다른사람을도둑이되게해버렸네..>"

그때,아직어렸던나는,

결국은모든잘못은전부내게있다어머니의결론이그저야속하기만했었다.

다만,대부분의경우상냥한어머니가그런엄함을보일

그래도그녀앞에서크게울음보를터뜨리지않을수있었던것은,

어머니에대한신뢰때문이었으리라.

어머니가그렇게타이르시는데에는

무슨다른깊은뜻이있음’이분명하다…고,어린마음에도헤아리며

우선은그저입을다물수밖에

*

언제나외국출장의일이있을때면,

고추잠자리가행선지를옮기듯,일만처리하고곧돌아오곤했었다.

이미아이들이고등학생이다되어있어도

집을중심으로한정된반경안에서의일로자신을절제해왔었다.

그러나이제는,

그아이들이둘다어른이되어각기자신들의생활망을엮어가고있어,

캐나다밴쿠버에서개최될예정인올회의의

상세한일정을연락받은지난수개월전부터,

나는,–같은태평양해안에위치한다는이유만으로

오랜동안마음에꼽아두었던그랜드캐년에의방문일정도함께세우고있었다.

그리고,나선발길에,

1970년대인간삶의격식에반기를들며행랑하던히피들에게,

미국전지역이입거를거부하거나주거를제한하던중에도

유일하게이들을받아들이는넓은도량을보였던자유의도시-‘샌프란시스코‘…

의공기도들이마시고오고픈호기까지발했다.

아이들이다크면,

이렇게’할수있는일’들이많다

다만,

지금껏방문해온미국의도시들이우연히도미국의중동부지역에집중되어있었다는점,

그리고개최지의초대를받고있어서호스트측의여러가지준비와배려를얻었던점등으로

나는제법한정된공간의미국만을경험하고안주해왔었던듯.

그래서,올해의회의를마친후

여분으로부풀린내개인여행계획은

스스로인터넷웹사이트에들어가

북미의국내선의비행기의티켓과날짜별로호텔등을예약하고

현지여행사들의단기투어프로그램에신청하는일에서부터시작,

-‘보다넓은,보다일반적인미국을경험해보고자했다.

그리고12일간의미국서해안두도시의방문속에서,

나는새삼스레,

그옛날멋적었던내기억속에서어머니가들려준견물생심의말씀을몇번이고떠올리게되는경험을하게되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사람은물건을보면욕심이생긴다.’

특히,다른이에게이런마음을유발시키는것또한큰잘못!…"

*

경제는자본주의이지만

힘있는자들의사회적책임이크게강조되며정치는사회주의의성격을갖는유럽지역에서의생활이긴내눈에는,

아메리컨드림이라는말에서연상되듯

미국이라는자본주의만능사회의시스템속에서,

-‘성공한자성공하지못한자가너무나명확히구별되는격차사회,

-‘서비스가세상에만연하여인간과인간을연결하는그사회속에서

주위의사람들과더불어사는것을일찌기포기하고

삶의매체가되어있는을기준으로

자기의시간을사용하는사람들이

아주많이보였다.

보디가아더를겸해서이번여행을권하여동행하게된일본인친구의말을빌리면,

"오히려이러한미국적사고방식과태도에적응하지못하고낯설어하는그녀와나는

-‘에일리언(alien),외계인‘?!…"

*

내속에뿌리박혀있는가족적인간유대감에대한지나친기대의탓일까

만을매체로생활이펼쳐지는미국적자본주의사회상낯설기만했다.

남의입장에서생각하고

남과더불어살며힘을더하려는의지가없이

물위에뜬기름처럼,

한공간에같이있어도

각기유리되어제각기의껍질속에안주하여문을닫고있으면서

돈버는일에만잠시얼굴을내미는듯한사람들.

더불어살며나누는즐거움이나기쁨은

자신들의극히한정된사람들과나누고있는탓일까?

아니면,아예,맛을모르고있는(noidea)일까?

외계인들인우리들과는

‘Tips’로만마음을허락하며연결되고자하는이곳사람들의모습이너무각박해보였다.

‘Tips금액만이나를지키게하는유일한방패이었다.

이렇게사람과사람사이에인간의소통이없어서,

이사회에는더욱더많은갈등문제일상적으로일어나나보다

(내가이열에서있을때는이보다3,4배의긴행열이있었다.아주이른오전부터

내일을처리하고창구를벗어나면서,이행열을기억하고싶어서급히찍은사진.

등을보이는검은제복의사람이이긴행렬을유도하는직원이었는데,

내가서있는사이에3사람이나교대되었다.시간도길게걸리는행렬.

이렇게부당히내시간을낭비하게하고도그들의태도는너무나건조했다.)

북아메리카대륙안에서의이동을위해사용한한미국항공회사의민원창구는

긴행렬이이어지고있었다.

비행기의첵크인을하려고했을,

내가행하지도않은비행기티켓의예약변경이있었다갑작스런통지를받고,

이긴행열속에안내되어서게되었던.

그러나내바로뒤의,뉴욕에서온아버지와10학년이라는딸의경우는,

한편,자신들이’연락을넣은예약변경이이루어지지않아서

그열속에서있었다.

?

처음에나는,

안내인의짧은설명과달리,’티켓구입행렬’에서게된것은아닐까하고초조해할정도였다.

이렇게많은사람들이모두"항공사와문제를가지고있는사람들"이라는발상을할수가없었기때문.

그러나실제로,정말모두이런저런내용의수속문제를안고이열에서있다는사실을알게되었을때는,

이사회에이렇게많은사무처리의미스,문제들일어나고있는것에저윽이놀랬다.

*

호텔에연박을하게되었을때도,

프론데스크의담당이바뀔때마다우리들의숙박내용등등에관한질문을받아야했고,

나는또이에일일이똑같은대답을되풀이해전해야했다.

도통,호텔안직원들사이의사무인계전혀이루어지고있지않는듯.

컴퓨터의화면에남기어졌을첵크정도의정보들을읽어내지못하는탓일까,

호텔에들어갈때와나올때마다(‘첵크첵크아웃용어그대로…)

테이프레코더처럼똑같은대화를나누게되는호텔직원과손님….

무엇보다도낯설고아연했던것은,

이런무책임한일의처리임에도,미안하다(sorry)’라는말은절대로입에올리지않으면서

그저턱만위아래로흔들어납득했음을,순간,입을살짝옆으로늘리며짧은미소만으로보이는

미국인직원들의태도였다.

*

이런미국에서의경험들이연발하는사이에,다시새삼스레떠오른

내어린기억과어머니의견물생심의교훈.

가진자들의오만과방종한생활이화려의극치를이루어,

일상속에서이런사람들을가까이하며부러움과질시에시달린탓이려니

가지지못한자들의의식적으로과장된,

자신들이’외부로부터받아온태도’를그대로배워

허식이섞인오만과방종으로다른사람들을대하는미국사람들을볼때마다,

이현장의직원들을탓하고싶은마음은잠시뿐,

그보다

이들의마음과정신을이렇게까지굴절되게만든

힘있는자,’가진자들에대한경멸이깊어졌다.

-유럽사회와미국사회의차이일것이다.

그런데도오늘날,사회의겉좋은개살구만바라다보는여유밖에갖지않은후진국들은

쉽게미국사회를모델로하여발전을꾀하는경향이짙으니

지구위의사람들이

점점이런굴절된심성의찌들어진‘Americanization,미국인되고있는것이안타깝다.

앞에드러난번드러지게드러난뒤에감추어진것들은?

우리들이잊고있는것들은?

*

이웃들이맑은향기를잃는것은,

그이웃들에게악을유혹,도발시키고있는사람들이있어서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