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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어머니’와 ‘A씨’

결혼전출판사에서근무했었다는A씨의어머니에게있어,’글을쓴다’는것은대단히중요한의미였던모양이다…

어렸을때부터A씨는,어머니의독려로

잠자리에들기전에는’일기’를,그리고책을읽은후에는’감상문’을,반드시적어야했었다고한다.

–물론,어린아들의성장을돌보고자하는’강한모성’에서비롯된것이리라만서도–,

다만,이를헤아리기에는너무어렸던A씨에게는,늘옆에자리해자상히공책까지펼쳐주던어머니가외려두렵기까지..

아직40%도완성되지않은뇌(腦)로는‘한줄의문장을맺는것’조차도너무나벅차고힘들어암울히맞았었다는밤들..,

또,그엉성한뇌가연결한’성급한신경세포넷트웤’의유감스런결과,-즐겁지않던’책읽기’…

그리고,초등학교입학시험준비이래,역시어머니의독려를받으며줄곧방과후의학원에도다녔었던A씨가

집의부엌칼을빼내어와’그어머니’에게들이대며허공에휘둘렀던것은,중학교2학년여름방학중의한날밤.

놀랍게도A씨는지금도그시간들을선명히기억하고있단다.

-제입에서돌출한괴성들…가족,특히어머니의경악과부르짖음,그리고흐느낌…,그험악.

*

일단한번속내를드러낸소년A씨는그후로는어머니에게’가정내폭력’으로때때로반항을계속하기도…

다만,학교와학원은,A씨에게는–배움의공간이라기보다는–,그저<‘집밖’에서시간을보낼수있었던곳>으로

사립초등,중,고등학교는무사히졸업하나,그후그가진학할수있었던곳은한’전문학교’.

한편,그럼에도,

부인B씨가A씨를처음만나게된것은그녀가다니던C대학교강의실이었다고한다.

당시에는,뚱뚱한몸집에말수가극히적었던A씨의존재를B씨는거의주목하지않았었지만…

5년이지난어느날,B씨가근무하던회사로일부러A씨가찾아와…

세련된양복이잘어울릴정도로외모가바뀐A씨는모신문기자의명함을주며옛기억을되살려주었고,

또,그녀역시,이돌연한방문을계기로,그의사랑을확인,감동…,

그리고얼마후,일견,유복한집안의장남으로안정된직장을가진A씨로부터의청혼을받아들여…

지금은,초등학교6학년과유치원생의두딸을가진’부부’가되어있다.

*

이런이야기를들려준B씨는

역시한남자의가슴에5년이나자리하며두근거리게함직한,여전히앳띤얼굴의매력있는여인이었다.

다만,그렇게돌연히시작된결혼생활은,유감스럽게도,그후그다지순탄하지않아,

40대에들어도직장생활이힘들다고부인에게호소하며서적으로굴절된성격과행동을보이는A씨로해서

부인B씨는큰불안을감추지못하고있었다.

물론,위에적은,A씨를만나기전까지의모든사실들은,그녀가결혼후에야알게된내용으로

‘어린시절받았던집요한교육,전문대학에서C대학교로의편입,또,신문기사의취직’에이르기까지모두,

경제적인부를가졌던집안,그리고’A씨의어머니의힘’으로이루어졌음을

미주알고주알다캐내기에는,취직후5년이지나결혼적령기의여렸던B씨에게는무리한일이었음은분명하겠다.

어느정도’사회의평판이나대세’도알게된나이때,

전문대학생으로일반대학교에다니는동년배들에게,괜한자존심,굴절된’상대적빈곤감’을경험했던당사자A씨는,

대학,직장등에의’어머니의이끔(lead)’에더이상반항하지않았고,

외려,어머니의무슨말에도’추종하는’남자로변신해있었다고한다.

놀라운것은,직업이신문기자임에도,

‘글쓰는일’에대해서는여전히무겁고암울한기억을가슴에품은채늘’자신감이없는’A씨는

직장에서의그일을힘들어하며즐기지못함은물론이거니와,

배당몫의기사를어렵게적은후에는지금도반드시시어머니의평을듣는다고…

자신이결혼한남자는,

<‘자기’라는실체를갖지않은듯…하다>는것이부인B씨의의견이었다.-또하나의시어머니의분신?

*

그렇게느끼는것은,

무엇보다도B씨를가장고민하게하는A씨의모습이<두딸에게보이는아버지로서의집요한요구>라는점이었다.

A씨는<아무런재주가없는자신>이,그나마그정도의직장을갖게된것은모두’어머니의덕분’이라며,

그어머니가A씨에게행했었던교육-‘일기/독후감쓰기’,’사립학교진학준비의조기교육’등…을그대로

딸들에게요구,과제로주고있다는것.

다만,A씨는일로하여집에서지내는시간이많지않은만큼,

부인B씨에게,자기를대신해–마치’그어머니’가그랬던것처럼–딸들을뒷바라지해줄것을지시,

이의실행정도를알고자부인B씨의행동을첵크하기까지…

한편,B씨는,

자기딸들의’따분해하고투정하는모습’이가엾고안스러워,–시어머니와달리–,엄한독려를하지못하겠다고…

또,<딸들이’남편과같은어른’이되기를원치않는다>고…

그런남편A씨와갈등을갖으며,

결혼13년차의부부는깊은골로나뉘어있었다.

*

어릴적트라우마를가지게한’글쓰는일’이라도,직업이되어서,

가정을이루게도,또그가정의물질적인지주(支柱)가되기도한다는점에서는,행(幸)…?

-다만,그유익무익정도의평가는물론A씨’당사자의몫’이다….

적어도,–전해들은말대로–,이직업의선택은’A씨어머니의존의,그의향’임은의심할바없다고하겠다.

그리고,그어머니는,당신의아들이애초’당신의기대대로사는효자’라고생각할지도…?!

다만,부인B씨의이야기로는,

번드러진그의사회에서의겉모습과는달리,A씨는집지붕밑에서는많은강박관념을드러내며

습관처럼’자기는스트레스로오래살지못할것’이라고칭얼대기도병치레를하기도한다고….-분명히,불행.

그럼에도,A씨의결론은,

–그렇게자신은빨리죽을것이기에(?)더욱–,자신이오래돌보지못할자식들은

–그의어머니가했었던것처럼–,<엄한교육을통해실력을갖게해야한다는것>이라니…

진정,그논리적모순에,경악한다…

어렸을때’잘못끼워진첫단추’는,성인이되어도건전한분별력을갖지못하게하는것?

*

앳띤얼굴의여인,B씨가깊은수심을담아,때때로겸연을감추지못하며,들려주는이야기를옆귀로,

나는홀연’A씨와비슷한어른들’,수명의얼굴들을떠올렸다…

-‘부모자녀’의유사한삶의<불행한반복>은?…

A씨당신이그토록선명히기억하는’청소년기의반항,폭력’들이

그나이가되는딸들에의해’다시그를향해되풀이될지도모른다’는전제는안중에도없는것일까?

행여,그런일이있다하더라도,또,실제로그경과위에다른그어떤일이일어난다할지라도,

결국에는,A씨당신처럼,’부모에게감사를하게될것’이라는<체념과은근한기대>…?

-‘불행의사슬을끊으려는’노력을이행하기에는,

너무나’유약한뇌’가형성된사람들…?

나는

적지않은질문을갖는다…

*

본디,A씨는당신이스스로말하듯,처음부터<아무런재주가없는인간>이었을까?

애당초,’A씨자신의의지’와는무관하게,어머니에의해주어진요구,과제는

어쩌면,<‘Twobodieswithonesoul.(몸은둘이어도마음은하나)Aristotle(BC384-322)적사랑>의산물.

-‘어머니의정신(soul)’에갖히어,삶과의식자체가축소된다른한쪽,A씨의존재가아닐까종속(屬)하는사랑관계.

옛고전적사랑의정의는,주종(主從)을엄연히전제하며,종(從)의희생이묵시되는사랑으로,

일반적으로는,어머니의’희생’쪽이손꼽아지지만,‘A씨의어머니’와’A씨’의경우에서는,외려’자식쪽’의희생…

한편,여기서다시떠올리게되는한현명한어머니의사랑은,

<‘Loversseetheworldfromthepointofviewoftworatherthanone.’(사랑하는사람들은,’혼자가아닌둘의시선으로세상을바라다보게된다.)-AlainBadiou,(1937-)적사랑>.

근300년전에사셨음에도선구적사랑을행하신현명한카타리나(CatharinaElisabethGoethe)

그유명한독일의문호이자법학자,철학자괴테(1749-1832)의어머니의모습에서읽게된다.

-늦은밤,잠자리에이끌려침대에누은어린괴테앞에서,<이야기의반>만읽어들려주는어머니.

그리고그나머지이야기의반은,어린괴테에게하룻밤내내유여(遺與)된아들의몫…

어린아들’괴테의의식’을존중할줄아는큰포용력의사랑…그녀에게는’두개의시선’이담겼었다.

이렇게깊은어머니의사랑을받고성장한괴테는,아름다운독일어를수없이적어남기며,

이미200년전,83세까지장수한다.

‘A씨의어머니’와’괴테의어머니’는분명,<아들을사랑했음>은똑같았으나,

그<사랑의전달법>이달랐다.

그방법의차이로해서,<한쪽의아들은’자신을잃었고’,다른한쪽의아들은’자신을키웠음’>은자명하다.

*

Isloveanart?Thenitrequiresknowledgeandeffort.

(사랑은기술(技術)인가?그렇다면,’지식’과노력’이필요하다.)

젊었을때읽었던책,<사랑하는기술(TheArtofLoving,한국에서는<사랑의기술>이라는책명)>의한귀절.

그때는잘이해하지못했었지만,그실천에있어’부모의사랑’이중요하게꼽혀서술되었던것으로기억된다..

…충분히사랑받은이들은

<그어떤공간에서도,분별을가지고건강히행동한다>고이책은적고있다….

(우리말옮김성학)

-에리히프롬(ErichFromm,1900-1980)

자식들에게서 ‘내 모습’을 본 확신이래…

육아에전념하는우리어머니들을일컬어,

소설<Sexandthecity>의발랄한독신여성들은이렇게말한다.

-‘자신의존재증명을아이들에게내맡긴사람들

Theyareusingachildtovalidateherexistence.(bySamantha)’

-‘…종교집단.

똑같은생각을가지고똑같은복장에,

자식이라는똑같은이유로자신을버리고인생을아이들에게봉납한사람들의모임…’

…themembersofasortofCult.

Theyallthinkthesameanddressthesame

andsacrificethemselvesofthesamecasuse:babies.(byMiranda)’

라고

-정말재미있는독설이지만

실은,그당사자인나역시,

이전에는가끔자기자신에게비슷한질문을던지며혼돈할때도있었다.

-첫아이인장남이중학교1학년때,그의모습에서완연한<내자신의옛모습>을발견하기전까지는….

*

그날방과후,집에돌아와서는아무말없이무거운가방을내려놓았던그아이.

학교에서분명무슨일이있었네…’라고느낀나는

묵묵히홍차를끓여내고쿠키를식탁에챙기었다.

아들도,내뜻을알아채…(벌써중학생이되면,반은어른…)

말문을여는데

,

이전과는달리,아주커다란확신을가지고,<그아이속에서내모습을발견!>

-현상/상황을바라다보는시선이나,

-그것들을분석하는시선이나,

-그것들을이해하려는시선이나…!

흔히입에올리는엄마의눈을…아빠의코를…’라든가,어도발가락’닮았다든가,…

하는그런표면적이고상투적인것과는구별되는,별개의<본질적인닮음>

-<생명복제>라는’확신의시간들’의스타트…!

곧,<자식을낳는다는것>은,

지금까지는하나밖에없었던자신이,<‘한사람,..한사람늘어가’는것>의절감,

그래서<자식을키운다(育兒)’는것>은,–결코자신을버리고자식들에게삶을양보하는것이아니라–,

<‘또다른나자신을키우고있는것(育我)>

이라는’확신’이었다…

*

그러면서…,그제껏내가가졌었던질문들

-이들을위해내시간의태반을사용하고있는나자신의삶은,이미<부재(不在)>와동일?

산다는것,그것도,길어야100년도채못되는시간들…,그의미는?…

등등…,

물론나역시,–위의독신여성들과다르지않게–

아이들을돌보다가홀연틈이났을때마다,살쩍’자신에게되물은의문들’에대해,

그날,<아들속에서나’를발견,흔들림없는확신>을직시하게되었던그때..

‘아~,<산다는것은,자기자신몫’만이아니구나>‘라는답을얻게되았다.

-이아이속에<>가있듯,

내속에는<내아버지의몫><내어머니의몫>의생명력이잠재한다는사실!

그리고내아버지의몫속에는또친조부모님…또어머니의몫속에는외조부모님…,또그위의…또…있는것..

*

또,그이전까지나는,

‘음…,참으로너무나많은사람들이,–수억세대(generations)를거듭하면서–,

수십년이라는짧은삶을그저소비‘만하고는,그래,참으로허망하게도죽어갔네…’

라는단순한생각을갖고있었다...

그런데,이이후로,

<그들은,자신들이낳아기른’자식들속에’,자신의생명력을나누어남기고는

안심하며귀천하셨던것>

는사실도깨닫게되었다.

*

옛어른들이,

-가장큰효도는,"임종하는부모곁에있는것"이며,

-가장큰불효는,"부모보다먼저죽는것"

이라고하신그’참뜻’까지도읽게되었던시간…

-<임종하는부모곁에’자식이모습을보인다’는것>은,

그부모에게,

정말은나는죽는것이아니다.여기,내또다른생명이이렇게건장하게있지않은가!’

라는’마지막재확인’을드리는것이어서

그동안’눈앞의자식과함께한지난삶’을진심으로감사하며

그래서안심하시며숨을거둘수있게해드리는것

-한편,<자식이부모보다’먼저죽는일’>이있다면,

그것은,’부모당신의삶한부분의죽음’을직시하게하는것으로

–행여손자손녀를남기지않았다면–,

<그부모까지계속된과거수억代의생명력의맥’이완전히끊기는것>을의미하는것……

*

아들속에서,<나와너무나닮은모습>을보았을때,

내가그때까지가지고있었던,<엄마로서,자식을위해희생하는존재>라는의식은완전히없어지고,

<아이들을키운다>는것은곧,<나자신을키우고있는중>이라는확신을갖게되었다.

-‘育兒育我‘…

그후부터,

<두아이를돌보며그들의성장(-곧,또다른나의성장)을지켜보는것>

마나큰즐거움이고기쁨이었는지!!!

내육신은유한하여,나는반드시죽을것이지만,

‘인류의역사만큼이나긴시간이어져온내생명’은,

그리고,내삶의’수십년의시간이정제하며세련시키는내정신’은,이아이들속에내재하니

나는언제라도편안히죽음을맞이할수있다는"자신감"!

*

….

행여,젊은사람들이,<바로’눈앞의’젊은발랄함>만으로

<영원과같은과거와미래를가늠하고직시할기회를갖지못한다면>,커다란아쉬움이다.

나의두아이,그리고젊은분들에게

이사실을꼭전해드리고싶다….-다만,너무성급해하지말며…,자연스럽게…,현명히…

*

지금,내아이들은

나의둥지를떠나,<자신들의3차원의세계>에서제각기의삶을경영하고있다.

-틀림없이<내가그공간에있었다면>내렸을똑같은혹은그와유사한분별력을가지고….

그들이가끔둥지에돌아와

펼쳐놓는그들의이야기를들을때마다,–그것은어쩌면,정녕은내이야기이었을터이어서

늘내가슴도함께뛴다.

갓대학에들어가아직병아리같은그들에게,각자의삶의’공간’을허락한것도,

그들을,–공시성으로–,많이많이신뢰하기때문

그아이들이

-어떤사려를할지,

-어떤판단을할지,

-그리고어떤행동을할지

나는,–그들이태어났을때부터둥지를떠날때까지제법긴시간,열심히지켜보아왔었기에

가늠도가능해서

*

나자신과는’조금은다른’,

제각기의을가지며나래를펼치고있는아이들.

그러나,그모습은,

<나의‘또다른삶의모습‘>일터이어서….

-아…,<그네들의삶의경영>이…큰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