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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의 신인(新人)

75세.

우리나이로헤아리면’77세’…

2013년2월,일본언론이일제히보도한그네들문학계의한’신인작가의등단’은

일본의적지않은시청자들,독자들의귀를의심케한,

그러나곧,반드시신선한감탄과따뜻한박수를뒤따르게했던내용이었다.

*

20세기초,유럽열강의대열에끼어’제국’이라는이름으로군사력을키우며

국제사회에뿐만아니라자국에서도광란중이던당시의일본사회를향해,’반군(反軍)주장’을접지않은지성인,

그래서지금도’권력에의한독살의혹’이끊이지않는작가,’아쿠타가와류우노쓰케(芥川龍之介,1892-1927)’의죽음후

8년뒤인1935년,그를추모하는문화인들에의해

일본<순수문학>의발전을기리는’신진작가의등용문’으로<아쿠타가와상>은제정되었다.

<아쿠타가와씨와같은’날카롭고깊은지성’을드러내는작가>에의기대를담아

그후매년,상반기와하반기,두차례에걸쳐신인작가를발굴해온이상의,약200여명수상자들중에는,

1994년노벨문학상수상자오오에켄자부로오(大江健三郎,1935-)씨등,현대일본문단의중진들의명명이읽힌다.

그런권위있는문학상의2012년하반기수상자로,이들옆에나란히적히게된이름이쿠로다나쯔꼬(黒田夏子,1937-).

수상식을취재하는기자단의펜과카메라는단상에선’백발의여인’에화제를주목,

그후,기사제목으로적힌<사상최연장인75세의신인작가>는,장수사회의일본에흐믓한미소와격려를전해준것…

(오른편이’순수문학’상의쿠로다씨.

‘대중문학’작가를위한또다른등용문<나오끼상(直木賞)>의두수상자와함께..)

그녀자신의수상인삿글속에도,

"…(자신)외에도적지않이,오랜동안깊이땅에파묻힌채로드러나지않은작품이나재능등이

하나라도,둘이라도발견되는계기가되는것이라면,그역시(자신의)또하나의역할로…

ほかにもなくはない長年うずもれたままになってきた作品才能

  つでもつでもつけれるきっかけになるものなら、それはそれでひとつの役割ではあると…"

라는귀절이정중히적히었다.

*

90세에가까운평균수명으로

100세를넘는장수자들의수가5만명에달하는사회에서,제부터도’25년이상의창작활동’이기대되는작가.

이는,분명

우리한국인에게도‘낭보(朗報)’임이틀림없다.

한국사회제방면에서,쿠로다씨와같은’대기만성’형신인들의등단을고대해본다.

(쿠로다씨와그녀의수상작<ab산호>의소개는다시드리겠습니다.

사진,일본케이자이신문/우리말옮김,성학)

‘이런 고양이’와 하루를…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거실의TV,거리거리,사람사람,모두런던올림픽’의화제로한창인요즈음.

돌연,이미기원전8세기에그리이스에서시작되었다는이제전을보며

–지금으로부터100년도전에–,한독특한의문을가졌었던’한사람’을떠올렸다.

"…옛날그리스사람들은체육을대단히중요시했는지라,온갖경기에큰상을내걸고백방으로장려책을강구했다네.

그런데불가사의하게도학자의지식에대해서만은,아무런상금도주어졌다는기록이없었으므로,오늘까지대단히

궁금해했었지…"

농짓거리를천직으로여기는작자‘,’어물쩍한소리를내뱁으며깜짝사람속이기를유일한재미로삼고있는사람

으로’한마리고양이눈에보였던어느’미학자(美學者)’의궤변을소개드리고자….

친정의책장에는‘없는책빼고는거의다있다’.(,…오랜만에책을펼쳐읽었더니어느새나도,고양이의말투를…)

-<나는고양이로소이다(吾輩である,1905-07)>,나쯔메소오세키(夏目漱石,1867-1916).

이즈음인데…’-책을몇번이고앞뒤로뒤척이다겨우찾아냈다.

"…이모순된현상에대한설명을명기(明記)하여,암흑의심연으로부터오인(吾人)의의혹을오랜세월에걸쳐

구출해준자가누구인줄아는가.학문이시작된이래로가장위대한학자라칭해지는그리스의철인,소요파(消遙派)

원조아리스토텔레스그사람일세.

그의설명에가로되–어이,과자접시땅땅두드리지말고주목,주목!(그의궤변에상대를하지않을참으로과자에

시선을떨군주인공을향해…)–그들그리스사람이경기에서얻는상은,그들이연출하는기예보다더귀중한것

이지.그렇기때문에상여도되며,’장려의도구도된다.

그러나지식에이르면어떤가?가령지식에대한보수로서무엇인가를주려고한다면,지식이상의가치있는것을

주지않으면안될것이다.그러나지식이상의진보(珍寶)가이세상에있을까?’물론있을턱이없다.섣부른것을

주면지식의위엄을손상하게될뿐이다…."

*

원래,’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일반인의덕담마저도

옛날희랍의크리시포스라는<철학자의에피소드>로일소해버리는사람,책의주인공,작가의분신의왈,

“웃는다는것도독이거든.무작정웃으면죽는수가있지.(이옛희랍의철학자는)당나귀가은()주발에다무화과

를담아먹는걸보고어찌나우스운지참지못해무작정웃었대.그런데아무리해도웃음이멋지않아끝내웃다가

죽어버렸다는거야.

너무나어이가없는사회상에‘헛웃음‘을지울수밖에없었던옛철학자의예를들려줄줄아는

소설속에서는중학교영어교사,그러,그의집에붙어사는고양이의눈에는대학자(大學者)’로보이는

주인의글이다.

(‘홧병이라하여한국인만의고유병이라고들말하지만,옛그리스의철학자들도’같은병’으로많이명을잃으셨던듯…)

현실세계에서도,

평생,예민하게깨어있어신경쇠약의삶을보내며,중대학교의영어교사로생활하던나쯔메소오세키가

(‘러일전쟁전후의일본에살며완장을차야했던대학교수의우울

이전일본의1000엔짜리지폐에도올랐었다.)

고양이의입을빌려통쾌하고유우머러스하게인간과사회를풍자한글을적음으로써

일약,–아직오락이다양화되지않은그시대,100년전–‘국민작가라는이름으로부상,

이후2년에걸쳐11편의고양이시리즈의글을발표하며결국은소설가로전향하는계기가된

<나는고양이로소이다>라는소설에적힌귀절귀절들이다…(포우스팅속의파란글씨는그의표현을인용한것입니다.)

(‘무라카미하루키의소설이한국에서이토록인기인것은,번역가유유정씨의덕분!…’이라는생각이들정도로,

유유정씨의우리글로옮긴<상실의시대>,원작인<노르웨이의숲>보다더풋풋하고정겨우며한국적이다…

잠시집밖이라,내책장의<吾輩は猫である>그일본어원문의인용은곁들일수없으나,

유유정님의우리말옮김이어서내것보다는훨씬좋을것은명백,주저함없이그의번역글을인용합니다.)

*

‘500여쪽의종이위에,

소위라는화자,한마리고양이의’신랄한인간과사회비판이적혀있다.

스스로,

"인간의심리만큼이해하기힘든건없다.지금주인의심정은노여워하고있는지,싱숭생숭해하고있는지,

또는’철학자의유서’에한가닥위안을찾고있는지,전혀알수가없다….

고양이같은건거기에비하면단순하기그지없다.-먹고싶으면먹고,자고싶으면자고,화날때면

열중해서화를내고,울땐죽기살기로운다."

,인간은좀체하지못하는

자기자신을아는일에탁월한이고양이는,

"나는고양이일망정에픽테토스를읽다가책상위에내팽개칠정도의학자집에기숙하는고양이인지라,

세상일반의치묘(痴猫),우묘(愚猫)와는유가다르다….이른바정의를위해,인도를위해서라면,

비록개죽음을당하더라도나아가는것의의무를아는남아의본뜻일게다.

고양이로태어난인과로박사준비생미학자주인등여러선생과세치혀끝으로상호간의사상을교환할

기량은없으나,고양이인만큼,잠입하는기술은여러선생보다낫다.타인이못하는일을성취하는것은

그자체만으로도유쾌한노릇이다.못난짓을한기억은없으니까뭐숨거나두려워할필요도없이…"

라는정의파고양이‘로,

서슴없이,그리고호탕하게,입빠른소리를내뱉는다.

그외에도’인간이라는존재‘에,

또–다른옛현자들과는달리–여자‘에관해서도사려깊게주목한고양이의글.(이부분들은후일다시추렴을…)

더운여름날,

‘싱긋-마음으로웃게하는’,한마리’바르고유쾌한고양이’와의재회이다.

*

유우머러스한,그리고통쾌한언변으로인간과사회의실상‘을전하는

이고양이의말을다음과같은항목별로정리해보았다.

1.일본인작가의,일본글로적힌소설이어서,그독자설정은역시일본인.

(그토록반향이커,’일본의걸작’으로이후수많은세계에서읽히리라고는30대의작가는상상할수없었으리라.)

의복이라는허식을지나치게몸에걸치는인간,

특히당시일본사람들의복장이나생활이서양화일변도였던것에대해,

-…못하겠다고?못하는게아니고서양인이하지않으니,자신도안하는게아닐까.

서양인이강하니까무리하든바보스럽든흉내내지않고선못배기는거겠지.

긴놈에게감겨라,강한놈에게꺽여라,무거운놈에게눌려라,그렇게빌빌거리며기기만한다면못난수작일변도가

아닌가?못난수작이라도별수없지않느냐한다면용서할테니,너무일본인을잘났다고여기면안된다.’

일본의인간들은고양이만큼의기개도없는것같아보인다.한심한노릇이다.

며,이렇듯’정면으로’이책을펼쳤을사람들의귀를간지른다.

그럼에도,이고양이를너무나사랑해마지않는일본사람들…

2.당시,–벌써100년전이건만,이미–

세상에장사로,사업으로떼돈을벌어허세를부리는사람들’이많음을보고,

지구가지축(地軸)을회전하는것은무슨작용인지모르지만,이세상을움직이는것은분명히돈이다.

돈의공덕을납득하고,이돈의위력을마음대로발휘하는자는사업가제군을제외하고는달리아무것도없다.

태양이무사히동쪽에서나와서쪽으로지는것’도전적으로’사업가의덕분’이다.

스즈키말인가?그자가온단말인가헤에,그는’이치는모르지만,세속적으로는영리한’사내야.금시계쯤은찰수

있는놈이지.그러나속이깊지못해서침착하지못하니틀렸어.모든행동을원활하게해야한다고입버릇처럼

말하지만,원활의의미도아무것도모른다고.

세상을둘러보면,무능하고재주없는소인(小人)일수록,더럽게나대고설치면서격에도맞지않는관직에오르고

하는법인데,그성질은전적으로이악아(아기)시절부터싹트고있다하겠다.그연유하는바는이같이

깊은것이므로,결코교육이나훈도로써막을수없는것이니,일찌감치체념해버리는게좋겠다.

…나는정중히,유명하신가네다군및천하의세력가들에게충고한다.그대들이타인을다루기를,악아가밥공기와

젓가락을다루는것과똑같이한다면,그대들의입으로날아들어가는밥알은지극히근소할것이다.’필연적인

추세’로날아들어가는것이아니라,’허둥지둥거리다엉겁결’날아들어가기때문이다.’아무쪼록

재고하시기를바란다.산전수전다겪은민완가답지도않은일이다.

3.이렇듯’고양이의주제’에,세상을뒤흔드는세력가들에게조차일침을놓을줄아는성격이어서더욱

그런세상속에사는소위’배운자,학자’들의흐릿한태도를’별수없다’는눈으로속속들이들추어낸다.

알지못하는것에는무시할수없는것이잠복하며,헤아릴수없는곳에는어쩐지숭고한심정이일어나는법이다.

그렇기때문에속인은알지못하는것을아는것처럼떠벌리고,학자는알만한것을알지못하게강의하고해석한다.

대학의강의에서도알지못하게지껄이는사람은평판이좋으며,알아듣게설명하는자는인망(人望)이없는것을

보아도잘알수있다.

-학교에서돌아오면종일서재에틀어박힌채거의나오는때가없다.식구들은그를대단한면학가인줄알고있다.

그자신도면학가인척하고있다.

그런데실제로그는식구들이말하는것처럼근면한사람은아니다.나는가끔씩발소리를죽여가며그의서재를

엿보곤하는데,거의낮잠을자고있는경우가많다.가끔씩은읽다만책위에침을흘리기도한다.

그는위가약하다고하는데그래서인지피부빛이담황색을띠고활발치못한징후를보이고있다.그주제에밥은

무척많이먹는다.그렇게먹고나선다카디아스타제라는소화제를먹는다.그러고나서책을펼친다.2,3페이지

읽으면또졸기시작한다.침을책위에흘린다.이것이그가매일밤되풀이하는일과이다.

주인도책을베개맡에놓지않으면잠들지못하는것이리라.그러고보니,주인에게서적은,읽는물건이아닌

잠을청하는기계다.활판(活版)수면제인셈이다.

나는얌전히세사람의얘기를차례차례들었지만우습지도슬프지도않았다.

인간이란것들은시간을보내기위해굳이입을운동시켜,우습지도않은것을웃기도하고,재미도없는것을

기뻐하기도하는것밖엔별재주가없는것들이라고느꼈다.…요컨대,이주인도,미학자도,박사준비생도,

태평성대를구가하는백성으로,그들은호로박처럼바람에불려도초연한척하지만실은역시세속적이며

욕심도있다.경쟁의관념,이기자이기자하는마음은그들의일상담소중에도언뜻언뜻풍기며,한걸음나아가면

그들이평소에매도해마지않는속골들과한통속의동물이되고마는것은,

고양이의입장에서보아불쌍하기그지없다하겠다.

라고까지하며,머리를설레설레흔든다.

그러면서도,같은편에서서옹호하기도한다.

원래주인은박사든가대학교수라든가하면아주황송해하는사람이지만,묘하게도사업가에대한

존경도는지극히낮다.사업가보단중학교선생편이훌륭하다고믿고있다.설령믿고있지않더라도,

융통성이없어서사업가나재산가의신세를일은절대로없으리라고단정하고있다.그래서아무리상대가

세도가이건재산가이건,’자신이신세를가능성이없다고단념한사람은이해관계에대해선지극히무관심하다’.

그러므로학자사회를제외하고는다른방면의일에는매우어두우며,더구나사업계등에선,어디서누가무엇을

하고있는지,전혀알지못한다.알아도존경하거나두려워하는마음은추호도일지않는것이다.

하나코쪽에서는하늘아래의한구석에이런기인(奇人)들이역시일광(日光)을받으며생활하고있으리라고는

꿈에도모른다.이제까지이세상인간들도퍽많이접해보았지만,’가네다의아내입니다’하고이름을대서,

갑자기대우가달라지지않는경우가없었다.어느모임에나가더라도,어떤지체가높은사람앞에서도,훌륭히

‘가네다부인’으로통해왔었다.항차이따위시들어빠진노서생(老書生)따위는’저의집은저기저골목의모퉁이

저택입니다’하고만말하면,직업같은건묻기도전에놀랄거라고예상했던것이다…

..주인은물론이고,한다하는미학자도이기습에는간담이서늘했던지얼마동안은망연자실,학질떨어진병자처럼

앉아있었는데,경악의테가풀어져차츰본래의제정신으로돌아오자,우습다는느낌이한꺼번에고함치듯밀려온다.

두사람은약속이나한듯이"아하하하하"하고웃어제꼈다.하나코만은좀어이가없어서,이경우에웃는건대단한

실례라고두사람을흘겨본다.

-아까부터(어린세딸의)꼬락서니를목격하고있던주인은,한마디말도않고오로지자신의밥을먹고,자신의국을

마시고,이미한창이쑤시개를사용하고있는중이었다.주인은딸들의교육에관해서절대방임주의를취할작정인

것같다.머지않아셋이여학생이되고,셋이모두약속한것처럼정부(情夫)를만들어서놀아난다해도,주인은역시

자신의밥을먹고,자신의국을마시고,태연히보고만있을것이다.무능한얘기다.

그러나지금세상에서유능하다는사람들을보면,거짓말을해서남을낚는일과,선수를쳐서남의눈깔을빼는일과,

허세부려남을위협하는일과,올가미를쳐서남을빠뜨리는일밖에는아무것도모르는것같다.

중학교소년배따위도본것을그대로흉내내어그렇게안하면세력을얻지못하는줄잘못알고,본래같으면낯을

붉혀야할일을득의양양하게이행하고는,미래의신사인줄여긴다.이것은유능한사람이라고할수없다.

불한당이라고하는것이다.

나는일본의고양이므로다소애국심은있다.이런자칭유능한사람을볼때마다때려주고싶어진다.

이런자가하나라도불어나면,국가는그만큼쇠퇴하게마련이다.이런학생이있는학교는학교의치욕이며,

이런국민이있는국가는국가의치욕이다.치욕임에도불구하고불한당이세상에서빈둥거리고있는것은

납득하기가힘들다.

일본의인간들은고양이만큼의기개도없는것같아보인다.한심한노릇이다.이런불한당에비하면주인같은사람은

훨씬고급한인간이라고해야하겠다.’무기력한데’가고급하단말이다.’무능한데’가고급하단말이다.’잔재주를

부리지않는데’가고급하단말이다.

이런물건어디서사왔는가하면,결코사온기억은없다고한다.그러면누가주더냐고물으니,아무도준사람은

없다고한다.그렇다면훔친것이냐고따져물어보니,어쩐지애매하다.친척영감이죽었을때당분간집을보아

달라는부탁을받던중,제물건처럼쓰고있던것이어서별생각없이,그만갖고나와버렸다는.

어째좀이질이나쁜것같다.생각하면질이나쁜것같지만,이런일은세상에심심찮게있는일이라고생각한다.

은행가는매일같이남의돈을다루고있는중에,남의돈이제돈으로보이게된다고한다.관원(공무원)국민의

심부름꾼이다.용무를처리하기위해,어떤권한을위탁한대리인과같은것이다.런데위임된권력을등에업고

매일사무처리를하고있노라면,이것은자신이소유하고있는권력이며,국민은이에대해아무런참견도할이유가

없는것이라고,차츰착각하게된다.

이런사람이세상에넘쳐나는이상은,이물건사건으로써주인에게도둑놈근성이있다고단정할수는없다.

만약주인에게도둑놈근성이있다고한다면,천하의만인(萬人)에게는모두도둑놈근성이있다고해야할것이다.

라는연유로,

비록무능하나,그래도,이런그의집에살게된것을다행으로제가슴을도닥거릴줄도안다.

-이제더불만을말해선황송한일이다.운사납게다른집고양가되었더라면,큰일이지.

한평생인간들중에<이같은선생님이한분이라도있으리라곤알지도못한채>죽고말았을지도모른다

4.한편,이학자의현세의눈을통해,’미래세계에대한예견’도적는다.

-오늘날세상사람들의’자각심’이라는것은,’자기와타인사이에골이깊은이해관계가있다는것을너무잘알고

있음’을말하는것이다.그리고이자각심이는것은,문명이진보함에따라서향후더욱예민해져가는것으로,끝끝내

일거수일투족도자연스럽게는할수없게끔된다.

영국의시인이자비평가인헨리가스티븐슨을평하여,그는거울이걸려있는방에들어가거울앞을지날때마다

자기그림자를비쳐보지않고선못배길만큼한순간도자기를잊을수없는사람이라고했다는데,이는오늘날의추세

를잘표현한것이라하겠다.

앉으나서나‘나’,자나깨나‘나’,내가어느곳에나따라다니기에,인간의언동이나행위가인공적으로

자질구레해질뿐,저절로옹색해질뿐,세상이괴로워질뿐,흡사맞선을보는젊은남녀의심정으로아침부터밤까지

지내지않으면안된다.

유유(悠悠)라든지종용(從容)이라든지하는글자는획()은있어도의미가없는말이되고만다.

이점에있어서현대인들은탐정적이요,도둑놈심보다.

탐정은남의눈을속이고자기만이로운짓을하려는직업이므로자연히자각심이강해질수밖에없다.

도둑놈도잡히느냐,들키느냐하는걱정이떠나지않으므로자연히자각심이강해질수밖에없다.

현대인들은어떻게하면나자신의이익이될까,손해가될까하고자나깨나생각했으므로자연히탐정이나도둑놈과

마찬가지로’자각심’이강해질수밖에없다.사시사철두리번두리번,살금살금……무덤에들어가기까지잠시도안심할

수없음은현대인들의마음이다.문명의저주다.,시시하기짝이없다.

태어날땐아무도’잘생각해보고태어나는사람은없습니다’만,죽을땐누구나괴로워하는것같네요.

…죽는것이싫기때문에걱정하는것이아니다.’어떻게죽는것이제일좋을지’걱정하는것이다.

다만,대개의인간들은지혜가모자라서자연스럽게포기하고있는동안,세상이괴롭혀서죽여버린다.그러나

만만치않은작자는,세상에서야금야금괴롭혀서죽이려는데에대해만족하지않는다.필시어떻게죽느냐에대해

갖가지로생각한끝에,참신한방법을생각해낼것이틀림없다.그러므로향후세계의추세는자살자가증가하며,

그자살자가모두다독창적인방법으로써이세상을떠나게될것임에틀림없다.

(작가는,고양이의입을빌리는만큼,현명한말을일부러’미련하게’적어

그’역(逆)을읽게하는기법을많이사용하고있다.다만,이<생명의종(終)>에관해서만는

역시과거-약100년전이라도–의다른많은인문학자들처럼,

20세기후반의인간유전자발견이라는과학적진전을접하지못한만큼,

배움과지식,그리고의견이,명백히부족하다...이부분에관해서는보완을필요로한다…)

다만,이미’500장너머의대량의언변’을토한

고양이역시죽음을통해서만’쉴수가있다’.

-주인은조만간위장병으로죽는다.가네다집영감쟁이는욕심때문에’이미죽었다’.

…그리고,11편의이야기의종편,그마지막세줄은,

-나는죽는다.죽어서태평을얻는다.죽지않고선태평을얻을수없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고마운지고,고마운지고.

…역시,일본의고양이이다.

나는,아직죽지않은한국인이어서,

다음글귀를마지막으로인용하며,’오늘을쉬는쪽’을취하련다.

옛날에어느학자가아무개라는고승을찾아뵈었더니,고승은웃통을벗고앉아서항아리를닦고있었겠다.

무엇을만드십니까?’라고물었더니,“,시방거울을만들려고열심히일하고있는중이지.’하고대답했다.

그래서학자는놀라서아무리고승이라지만,항아리를닦아서거울을만들순없겠지요했더니,

고승은껄껄웃으면서,

그런가,그렇다면그만두지.’아무리책을읽어도도()를알지못하는것’도그런것아니겠나?”

하고매도했다고…

더운여름날,

‘이런고양이’를읽는하루는어떨까요?…

*

<후기>

이소설은,작가나쯔메소오세키의

데뷰작이자,최대의걸작으로꼽히며널리읽히는작품이다.

그는,본디

주인은귀를기울여이강의를근청하고있었는데,이에이르러싱긋하고웃었다.

잠깐이‘싱긋’의의미를설명할필요가있겠다.냉소가가이것을읽는다면,이‘싱긋’속에는냉평적(冷評)요소가

섞여있다고여길것이다.그러나주인은결코,그런고약한사내는아니다.

고약할정도로그렇게지혜가발달한사내는아니다.주인은왜웃었는가하면,’정말이지기뻐서웃었던것’이다.

라는서술대로,’순수한인간’이었던듯.

다만,

…이렇게손꼽아세어보니대개가동류인것같다.의외로마음이든든해진다.어쩌면이사회는모두미치광이들이

모여사는곳일지도모른다.미치광이끼리모여서아웅다웅물어뜯고으르렁대고,욕설을퍼붓고빼앗고하면서,

그전체가통틀어서세포처럼무너졌다간다시올라오고올라왔다간다시무너졌다하면서,살아가는것을

사회라고일컫는것이아닐까?

그중에서다소나마이치를알고분별이있는놈은차라리방해가되므로,정신병원이란것을만들어서처넣고못

나오게하는것이나아닐까?그렇다면정신병원에갇혀있는것은보통사람이고,병원밖에서날뛰고있는쪽이

오히려미치광이다.

미치광이도고립되어있는동안에는어디까지나미치광이로치부되고말지만,단체로서세력을가지면

건전한인간이돼버리는지도모른다.큰미치광이가재력이나위혁을남용해많은수의작은미치광이들을부려

난폭한행동을해서,사람들로부터훌륭한사내라는소리를듣는사례는적지않다….

무엇이무엇인지모르게되었다

주인은모처럼이문제를제기하여자신의사고력에호소하면서도,급기야아무런결론에도도달하지못한채

포기하고말았다.…주인은‘무엇이무엇인지모르게되었다’까지생각하고는그다음은쿨쿨잠이들고말았던

것이다.내일이면무엇을어디까지생각했는지도깡그리잊어버리고말것이틀림없다.

후로만약주인이미치광이에대해생각하는일이있다면,다시한번반복해서처음부터생각하지않으면안된다.

수없이이런경로를거치기에,결국은더욱이런식으로‘무엇이무엇인지모르게되는것’은아닌지,단정할수는없다.

다만,몇번고쳐생각하더라도,몇가닥의경로를거쳐서나가더라도,

급기야‘무엇이무엇인지모르게되는것’만은확실하다하겠다.

-괴뇌한작가의모습.

그래서더욱,’육신을잃었으나,영원히살아있는’글쓴이.

(사진은Google에서)

아니나다를까,1997년유유정님에의해번역된그의책‘(문학사상사출판)이꽂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