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3학년이었던아들이
그의’수학담당이자,방과후참가했었던축구부의부감독(副監督)이신K선생님’의돌연스런수술소식에
입원중이던병원을찾아병문안을하고는집에돌아오자마자’제게들려주었던말’을,지금도선명히기억합니다.
"선생님…,문제집을펼치고계셨어~!"
그의성급하고’들뜬목소리’속에,
병실을열자눈에들어온광경이15살소년에게준‘감동’과,K선생님에대한’존경’이듬뿍담겨있었기에
제게는더욱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병원에누워보내는권태로운시간을
수학문제를풀면서잊는데~!…아~,….흐음~,…그~…,음~….,……."
정황설명의멧시지는이미다전했을터이건만,
여전히,불명확한’탄성어’를연발하며,말을맺지못하던아들이었습니다.
이미제키를훨씬넘어,덩치는벌써어른같아도,
때로는이렇게자기감정을감추지못하고’정말알기쉬운모습을드러내는천연스러움’도남기고있어…
*
되돌아보면,
<반드시’답이있는’>학교수학문제를푸는것은재미있는일이기도했습니다.
이리저리살펴방정식을적어내려가다,막히기도하고헛걸음질하기도합니다만,
답에다다랐을때의기쁨은역시큰것이지요…
행여,그렇게헤매다두손을들었다한들,답안을들추면,또반드시’아하~…’하고머리를끄떡이게하는문제들…
하물며,보다더큰’수학의재미,멋’을잘알고계셨을K선생님께서
병실에서의단조로움,무료를혹은잡념을달래기위해수학문제집을펼친정경도크게납득되었었습니다.
-필경,문외한이펼치는문제집과는조금다른것이었을터…
학교에서,산수,수학을배우는공간은,
–결코,진급,입학시험을위해서가아니라–
<인간’사고의논리적전개’를키우는>좋은수련장이라하겠습니다.
더욱이나,어릴적부터,
–명답이아니더라도,아니외려어리석어서몇번이고지우개를사용하게된다할지라도–,
‘제힘으로’풀어가며답을얻어그문제의구조를알아가는재미는,
어른이되어,일상에서조차드러나며불가해(不可解)하게전개되는많은어려움,혹은돌연스런시련들에대해,
<‘왜,그리고어떻게’전전긍긍해야할지…>를,
또,그런수고의시간뒤에는<반드시뒤따를작은성취들을확신하며노력하는힘>을,갖게하지요.
병상에계시면서도,찾아온어린제자들에게’큰가르침’을주시는K선생님의이야기를들었을때,
어째서아들과친구들이그선생님의병문안을그토록가고자했었는지…,
사제가나누고있는세계의’서로끄는힘,그인력(引力)의원심’을엿볼수있었습니다.
*
다만,’주입식,암기식’수학공부만해왔던탓일까…
-문제를푸는즐거움과기대에<등을돌리며,주저앉는사람들>이적지않다는사실에저윽이놀랍니다.
문제가어려우면어려울수록,
문제가담는의미가깊으면깊을수록,
-‘이용되는방정식도다양하고또답에이르는경로도비례하여더욱길어짐’은당연한것을….
더더구나,더이상<어린아이가아닌’어른이기에’맞게되는난제들>…
이에,답이빨리얻어지지않는다며너무조급해하거나,쉬이실망,결국은<질퍽한문제속에빠져헤어나지못하거나>,
열과같은화를내며<‘문제에등을돌리면서’눈감고아웅하는허세>를드러내기도합니다….
전자의모습은,마치삼척동자와같은’유치함’이고,
후자는,–우리의아픈역사속에서유감스럽게도읽혀지는–,옛시대노인장들의’옹졸함’의재연입니다.
또,때때로,아이는물론아니며,또,아직나이도그리많지않건만,
–중장년의성숙을보이지않고–,어린아이와노인장만을반복하는듯한삶의모습을대하게될때,
<스스로’보다복잡한미궁’을만들어,그속에갇히는모순>에,눈이휘둥그레집니다.
-생명이있건만,’살고자하는것인지,소모되고자하는것인지’…?
-행여,’세상의난제에등지며뒤로선모습으로,세상속에살고있다’고고집하고싶은것인지…?
라는아쉬움…
*
힘든일을<‘문제’라고직시하는순간>,
그해결의실마리가보이게됩니다.그리고,더나아갈수있는것.(자궁을가졌기에‘히스테리’?)
‘삶의문제들’은언제나,<우리들에게’풀어보라고’앞에있는것>입니다.
풀다가풀다가안되면…,때가모자르면…,후세에건네야지요.
-‘청출어람(靑出於藍)’,
바톤을이어,반드시풀어해결해줄후세들이성장하고있음에.
우리(藍)보다조금은더’나은’후세들(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