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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주소는 ‘…free…@….’


제법오래전,여성인아주귀한경험을수가있었다.

<임신사실을안이후있었던일은,그저몸의영양과안정..관리정도였으나,
그간뱃속에서는,–구체적인의도구체적인조력없었음에도–,

태아스스로인간인자신의모습만들고있었다..>


경험은,<인간에대한자연과학적관심‘>갖게했다.

그리고,–지난20여년간두아이의엄마일을하는중에배운것이,

<인간은인간으로이미가지고태어나,"자발적"으로이를성장시키고있다>

사실.(<자기생명조직활동,Selbstorganisationsprozess>라고했다.)

그후,아이들의성장관찰이나그들의주위를둘러보며,

<‘출생후에도,’똑같은작용인간생명에일어나고있음>주목하게되었다.

<인간은,기본적인영양과안정,물리적,정신적사랑의환경"주어지면",

누구도예외없이동물과는다른인간다운삶을살게된다.>

는’인문과학적확신품게해주었다.

그럼에도행여,어떤사람이인간답지못하다면,

그에게는<‘영양과안정이부족하다>,<지난삶의환경이열악했다‘>는의미

현모양처?양처현모?…–>현처양모(賢妻良母)

*

10여년전,많이읽혀졌었던책<누가내치즈를치웠나?(WhoMovedMyCheese?,1998)>.

다만,내게–‘치즈찾는법’보다도–,

그이야기에귀기울였었던’수명의동창들의대화’가더인상에남았던때가있었다.

아직도두아이들이초등학생이었던무렵…,

‘나도아이들이다크면조금은더넓은사회로나가,그리고동창들도만나야지~’…

-모두발랄했었던친구들.

그때의내게는,이책의주인공이–‘허(Haw)’가아니라–,로라며,프랭크,마이클…

그리고이들과같은좋은대화에의’푸근한기대’를품었었던가…

얼마전그중의한친구와만났다.

흔쾌히인터뷰에응해준것을보면,수화기를통해전해듣는내이름이그리낯설지않았었기때문?..

-어쩌면,이미다른친구로부터인터뷰를잘청하는내이야기를들었을지도…

어쨌든,1x층엘리베이터앞에서기다리던그를

나는–짐짓정색을하며–오른쪽한손을내밀어악수를건넸다…비지니스모드.

그리고,전반약30분은그모드의인터뷰를,그후약1시간반은–내숭을풀고–다시인사나누기부터…

새삼자리에서일어나,함께큰웃음으로가벼운포옹…-역시친구는좋다…

(이친구의형이모처의명동지점에서근무해,한때젊었던우리패들은자주명동을찾았었다..)

그러나,친구의얼굴로바꾼후의우리들의대화는

–내가오랜동안고대했었던<누가치즈를..?>에서와같은–그런솔직한것은못되었다.

-50대중반…,

이미’한국사회의기득권에자리하는친구들’과의오랜만의대화는-유감이나–대개원만치않다.

…그네들은한국사회의아저씨가다되어있었고,나는또너무오래동안한국아줌마와동떨어져있어…..?

그러자…허(Haw)는,자기스스로와그간의잘못을인정하고웃을줄알게되었던순간,자신에게변화가

시작되었다는사실을깨달았다.즉<가장빠르게변화하는길은,자기자신의어리석음을비웃는일>이다.

그러면그간일은다떨치고신속히다음걸음으로발을내딛게되는것.

Thenherealizedthathehadstartedtochangeassoonashehadlearnedtolaugh

athimselfandatwhathehadbeendoingwrong.Herealizedthefastestwaytochange

istolaughatyourownfollythenyoucanletgoandquicklymoveon.

-<누가내치즈를치웠나?>중에서,스펜서존슨(SpencerJohnson,1940-)

“…어차피절대선(絶對善)’은없잖아?‘절대악(絶對惡)’도…”

우리사회에대한나의질문에,친구가목소리를낮추며이런말을들려주었을때,

나는탁자위에펼쳐두었던그의명함을다시내려다보았다.오른쪽하단에적힌그의e-mail주소는<….free….@…….>.

입으로는그렇게말해도…그래,자네도진실을잘알고있군….혹은,그저’지식’?

그말…,히틀러도그런사고로부터시작했었지…

-‘그런잘못된신념이어떤재앙을가져왔었는지’,오늘날우리는이미역사를통해잘알고있잖아…

절대선은,‘자발(自發,free)’.자네도ID에적고있듯….

생명은<’인간답게,자기답게살려는자발적의지>를가지고태어나더군…나는아이들에게서지켜보았네.

한강의기적‘이‘라인강의기적‘보다20년뒤늦은이유

그리고,이’자발적인생명활동’을못하도록’부당히누르는것’들,’거짓된정보’의선동들…,곧절대악.

그래서’낙원’은,–모두착한사람만사는,곧갈등이전혀없는그런곳이아니라–

-당연히’서로부딪히게되는’제각기의자유들을’공정히재량할법()이실행’되어

<절대선은그크기만큼복받고,절대악은그만큼의벌을받는다>는신뢰가선곳.

이런곳에서는누구나’인간다운삶’이가능한것을~…

-인간이’이미인간으로태어난’이상,이제할일은’인간환경’에의도전이네.

‘사회속’에도사는우리에게–‘자기환경’뿐만아니라–‘사회환경’에의주목은필연.-‘좋고싫고의문제’가아니잖아..

우리사회도,(서양의몇몇선진국들은조금씩해내어왔거든…난적지않이보았어.우리도할수있는것들…)

이’낙원’에가까이가기위해,‘장년인우리’가해야할일들..자네들이할일은많네…-인생은살아볼만하지~?!

(음악은Y-tube,사진은Google에서

우리말옮김성학)

“아무것도 못하는… ‘거짓말도 못하는’ 나이지만…” 만화 <원 피스>

("…이런나는친구(한패,仲間나까마)가될수없는것일까…?…나도’친구가되고싶어…")

봄,

그햇살의온화함이만물을간질어여기저기서새움이트는흥이세상에넘치는주말이면,

나역시,언제나의일상에서벗어나,사뿐사뿐히발길을옮겨보고싶어진다.

철쭉이며작약이며그수줍은붉음속,

풋풋히새옷을갈아입은나무들의신록속,

하늘과등을맞댄푸른바다위에서노는바람들의눈부신투명속…

-어디를둘러봐도,제각기의여린손을흔드는자연의유혹으로가득한봄날들이지만,

그래도,이런봄의한가로움이가장가고파하는곳은,물론’어머님곁’.

하늘높이날아산을넘고바다를건너야다닿는먼길이라해도,

그곳에는’다녀왔습니다~’하며품길가슴이있음에.

다만,너무잦은어리광은부끄러움인나이이어서,조금절제하고…,

이번봄의주말,

난,그다음으로가장찾고싶은장소인’아이들곁’으로향했다.

전차를두번갈아타고북적대는대도시의남동편으로내려가면,

…역시캠퍼스를서둘러벗어나함께귀가하고자딸이기다리고있어…

(휴대폰으로찍은딸의’반얼굴’만을…-그렇게약속을했었다.)

지난5월초의연휴때보았으니,채한달도지나지않았건만,

그래도새삼스레밖에서보는딸의표정에는,조금’봄의나른함’이,혹은’초췌’?…

-그작은어깨에걸린가방은왜그리무겁게보이는지…,엄마의눈에는.

같이점심식사를하고,

가벼운쇼핑을하고,

그리고저녁장을보고…

그렇게모녀가만나는날은,양손가득히이런저런주머니를많이들고귀가하는것이정례이다.

같은또래친구들과함께보내는젊은이의여느주말과는다를터여서….

…’너무잦지않은방문’-내가마음을기울이는하나이기도하다.

*

아들과딸,

오빠와여동생,

직장인하나와대학생하나,-두젊은이가함께사는거처는,물론,중년부부의지붕밑과많이다르다.

그래서또한,아이들의지붕밑에서맞는시간은,

–아이들이우리들집을찾아와주었을때와는전혀다른–아이들이리드하는화제로번지기마련.

토요일이건만,아들은직장스포츠시합으로집을비우고저녁늦게야귀가했다.이날은배구코트장…

(학창시절때는해보지않았던스포츠이지만,어릴때부터축구나럭비를해온그는근무처의이런저런스포츠클럽활동에자주부름을받아….’상사나선배의연락은피하기어렵다’고아들은엄살을피우지만,–딸의말을빌리면–,그자신도제법흔쾌히이레크레이션시간들을즐기고있는듯.특히배구는내가아주어렸을때했었던운동이어서,어른이된아들이뒤늦게이에관련하여좋은땀을흘리곤한다는소식을처음들었을때는,새삼스러이흐믓해했었다…)

그렇게주말까지도바쁜직장인인아들이려니했건만…,

마침다음날이일요일이어밤늦은시각까지,2인용식탁에’셋’이둘러앉아올,첫수박을먹으며나눈화제중에

그가,’약1년전부터<원피스>라는만화를재미있게읽고있다’는이야기도섞이어…

-"…응?…만화?"

-"엄마,만화라고해도이<원피스>는특별한거야…"

그의설명에의하면,–때때로옆에서딸이동조하며…또,가끔은부연으로오빠를거들었다…–

이<원피스>는지금일본에서가장많이읽혀지고있는만화로,

과거인기였던<드래곤볼>이나<슬램덩크>도(어렸던아들이유치원때,또초등학생때,자주흉내를내었던만화…)

이에는어깨를나란히하지못할정도라고…유별남,출중함…으로해서,

"일본부모가아이들에게권하는만화No.1"라고한다.

(한편,"부모가아이들에게권하고싶지않은만화No.1"은<크레용신짱>이라고.-나도보이지않았었다,역시나….)

-"어째서~?…"묻는엄마.

-"’꿈’이있고…’우정’이있고…’정의’가있고…,어쨌든’감동’이가득해…"

-"그래도어른이만화를본다는것은…"

(결코동의하고싶지않은엄마다…’감동이나꿈,우정,정의…’라면소설책에서도얼마든지읽을수있는것…)

-"적힌’대사’들도대단해…

예를들면,그중에…OO라고하는캐럭터가있는데(읽지않은나는,그이름을들었어도,벌써잊었다…),

"나는,머리도안좋고…,싸움도잘못하고…,OO도못하고…,OO도못하고…,’거짓말’도못하지만…

…이런나는친구(한패,仲間나까마)가될수없는것일까?…‘친구’가되고싶어…."

라는등말이야…-엄마도알겠지요?!…"

아들은역시나를잘이해하고있다.

‘거짓’을싫어하는나를가장잘설득할수있는정확한예를들줄도알아…

*

다음날일요일은,대청소.

하늘도우리세모자녀를응원해주어,더없이화창했던봄날.

전체적으로습기가높은기후의일본에서는,이런날을특별히’센타끄비요리(洗濯日和)’라부르며반긴다.

-‘세탁물을널어말리기에더없이좋은햇살이드는날’이라는의미.

‘쯔유(梅雨)’라불리우는장마철이시작되는6월전까지,봄날은이렇듯은혜롭다.

이불들을베란다밖난간에내다걸고…

옷장과서랍장을정리,청소기를돌리고…

밀린세탁물을세탁기에돌려빨아널고…

식기와행주등을소독물에담그고…-봄의대청소.

그어느쪽도’주부’가아닌두젊은이의거처.

-익숙치못한일들을서로분담,밀며당기며…함께나누어일들을한다고하나,역시서툴러…

20여년베테랑주부의눈에는,이작은거처의’지붕밑일들’이여전히산더미처럼쌓인듯보이지만,

그러나,내집내물건들이아니어서…,

…지나친솔선은접는다…

*

집을떠나아이들이있는토오쿄시내로향하던그전날은,봄의편한니트원피스로그리도가벼웠던나였건만

아이들의거처를뒤로하고집으로되돌아오는길에는,커다란짐이하나늘었다,-딸의여행가방.

아이들의겨울용스웨터등,철이지난자잔한옷들을넣어집으로나르기로…

아이들의좁은거처,…그런데옷이너무많다.다시계절이돌아올때까지우리집에보관이다.

지난가을에왔을때에도,

사과박스만한택배용상자두개에’철지난여름옷,그리고식상했다는옷’들을넣어집으로발송했었다.

그덕에,이번에는트렁크하나정도의짐…

오는6월에딸이집을찾았을때,이트렁크에그여름옷들을넣어들려보내야지.

또다시택배를이용할수도있지만,–역시무절제한쇼핑을멈추게하기위해서는–,직접조금고생도해봐야…

*

이트렁크는또다른역할이하나더기대되었었다…

전날밤,아이들의이야기속에서들은,

–학생때는스포츠며공부며로시간이없어만화를멀리했었던–‘아들이뒤늦게읽기시작하며그멋을알게되었다’는

만화<원피스>를나역시한번펼쳐보기로마음먹고있었던것.

아들을,–물론,딸역시–,

그리고어쩌면,동세대의’일본의청년들’을이해하는좋은공부가될지도.

세계30여개국에서번역되어읽혀지고있다는이만화의’젊은세대들’도…

(무엇보다도,’거짓말을못한다’는그인물과도만나고싶다…-이번에는그이름도잘외워두어야지~.)

이미십여년전,1997년부터발간된이책은,

최근,제66권이출판되었다고…-아아,멀고먼이야기.어느세월에?…-그래도,

-"…제1권부터읽으려면어떻게해야할까?"(아이들의집에는52권부터책장에꽂혀있었다.)

나는,모르는것은늘잘묻는이.

그리고,아이들도나의질문들에익숙하다.답하는것에도…

-"DVD나비디오를빌리는곳에서’만화’도빌릴수있어,엄마."

우리집의가장가까운전차역앞에있는쇼핑센터2층에그런대여점이있다고…

그곳이내게가장편리할것이라는등이것저것자세하고구체적인답까지줄줄안다.

그래서나는,집앞의역에내리면,먼저이가게에들릴참이었다.

한꺼번에몇권인가를빌릴예정.-그렇게많으면,제법무거울만화들도이트렁크에넣을수있을것이어서…

대여점의넓은공간의한면,이일곱단가득히<원피스>66권이전부꽂혀있었다.

각권마다,4~5개씩…

회원가입료,300엔,

’10권,7박8일’대여금,600엔.

*

역앞가까이슈퍼마켓에들어가기전,반려에게전화를한다.-"…픽엎을…"

슈퍼에서저녁장을보면서

제일먼저,’딸기,앵두(일본산’사꾸란보오’와미국산’체리’양쪽다),복숭아’를카아트에넣었다.

틀림없이몸은제법피곤해있어…당기는과일들.

-반려에게도’올첫수박맛’을…1/4로잘려있는수박에도손을뻗쳤다.

*

아들,딸…

이제는제법청년이되어있어,더이상’내손바닥위의손오공’은아니어서…

오히려,그들의지붕밑을찾아서지내는시간에서는,’가장벽이낮은’젊은세대와의교류도느껴…

-적지않은것들을그들에게서배운다.

<원피스>.당일밤,3권까지읽었다.

-1권중에나오는첫이야기.

‘불량배에게이유없는모욕을당해도,태연을가장할수있었던인물(주인공중의하나인듯)’이올리는대사,

"나는,술이나음식물이내머리에부어져도,침이내밷어져도…,태반은웃어넘길수있으나…

….그러나!!

어떤이유가있다하더라도…!!

나는’친구를상처내는녀석들’은용서하지않아!!!!"

흠~…,

여기저기’크고굵은글씨체’로적히는큰소리들,그리고의성어들,그리고잦은유난스런기호들…

결코미남,미인으로그려지지않은등장인물들의모습…

그런요란스러움중에서도,

…발견!-아이들이감동을받는다는것은,필경이런장면일터…

아들이예를들어내게들여준,<그’거짓말도못하는'(-그런’큰힘’을가진)인물의등장>은몇권째에?

-고대된다…큰즐거움.

성장이 곧 행복…

‘GrowingisHappiness.’

WilliamButlerYeats(1865-1939)

‘성장(成長)이곧,행복.’

시인의그어떤고풍의아일랜드시보다

이짧은귀절로해서

나는예이츠를사랑한다.

이미태어났을때부터’절룩발이상류사회’의한정된정서속,

특히나,고향을떠나영국으로생활터전을옮긴화가인아버지,민담을들려주는어머니만의집안교육으로더욱좁은-

‘정제된’세계속에서유년기를보낸윌리암.

…그래서였으리라,

‘불균형한성장기’가기반에자리한’유약성’으로해서,

장노년이된그가자신의성장을지향한곳은,유감스럽게도,극단적앎의세계’심령신비주의’속…

이러한지나친관념적,영적세계에의편중이결코건강한것이아님은

73세,–당시의유럽상류사회에서볼때결코장수라고할수없는–,그의단명에서읽을수있다.

(‘행복’은’건강’을가져다줌에…)

그럼에도…,

그를반면교사로,시인의생애에서교훈을읽으며

나는그의’행복론’을아름답게기억해왔다.

*

-어제는몰랐던것을알게되는오늘

-어제보다조금나은오늘

이사실만으로도

오늘,여기숨쉬고있음은,의미가있고고동치는기쁨이다.

행복은,

–행운이가져다주는것이아니라–,스스로’찾아내어가슴에품는’것.

인간의유한성도감사할일이다.

매일매일행복을취해도,언제나미감을돋구울신비는우주의크기로여전히산재되어있어서…

적어도죽을때까지,’결코결핍을느껴투정하는유치함이없는삶’…에의절대적확신.

어렸던내두아이의어른으로성장하는모습을통해서도

그들이갖는기쁨을읽으며,’성장의행복’을절감할수있었다…

한친구로부터

자신의’세계관이론’에대한피력도살짝엿보았다.

건강한행복을돕는건강한친구들…

(-안타깝게도,시인이몸담았을좁은세계에서는

건강한친구들을얻기어려웠었으리…

실제로,예이츠는’삶’에대단히성실하였고,그래서그가시에적은섬세함과다감은놀라운것이었다.
다만,그를둘러싼환경의’편협성과권태’가그를상처내,천성대로살지못하신듯…)

-‘건전함’,’균형’의중요함을배운다…

*

…’삶의추’가움직이며

행복이조금씩’더깊어가기’…

…lovecomesinattheeye;
That’sallweshallknowfortruth
Beforewegrowoldanddie.

눈에사랑이찾아드네!

이것이,나이들어죽기전에

우리가알아야할진실의전부.

-W.B.Yeats

       (우리말옮김;성학)

(드보르쟠(AntonínLeopoldDvořák,1814-1904),SymphonyNo8,III

카라얀(HerbertvonKarajan,1908-1989)지휘,WienerPhilharmoniker연주.

Y-tube에서)

가을에 맞는 봄

9월에들어선한날,

한국에서친구가찾아주었다.

하네다(羽田)에내리는친구를마중해함께동경을걷고

출장마지막날,나사는곳까지발길을옮겨준

그리고늦은오후,하네다행리무진버스에오르는친구를배웅했다.

창에얼굴을가까이하며손을흔드는친구에게가볍게머리를숙인다

*

마침몇일전,일본중부에언제나보다더깊고날카로운손톱자욱을남긴태풍이지나간이래,

이곳의아침저녁은제법쌀쌀해져있다.

살갗에닿는공기가더이상더위와무관하다.

가을에물들기시작한시공에

인간도같이가을다움이더예의롭지않을까하여,

나도폭있는보랏빛스커트와살짝몸에붙는같은색니트의앙상블로하네다에향했다.

주위의다른유무형의존재들과함께동류가된편안함으로

아주어렸을,친구들과어깨동무를나누던때와같은그런경쾌한흥이솟은주말,

태풍이,그묵은구름을다걷어간탓?!–가을하늘이더욱푸르고높았다.

익숙한나리따(成田)행과는달리,

가끔일본내이동때만찾게되는하네다행경로와공항은그때마다참신하다

특히새로이허브(hub)공항으로주목되면서그변모가더욱눈에뜨인다.

많은사람들로북적대는출발로비와구별되게

친구를맞으러들어선도착로비는참으로한산했다.(나리따에서는상상도할수없는정경이다.)

출구옆에서조금떨어진의자에앉아있어도

입국검사를마치고출구로나오는사람들이일괄되었다

친구의비행기가예정시간보다10분이르게활주로에내렸다는

도착안내방송이들려왔다.

어려서부터키가많이커서언제나목과어깨사이를약간굽혔던그의뒷모습은언제만나도변함없었다.

그래서아직은아무도나오지않는출구였지만그곳에눈을두자,

그날도그런모습으로,성큼성큼걸음을내딛으며출구의통로를벗어나올친구의활보가쉬이눈앞에그려졌다.

내의식이그런연상을떠올리고있던중,

아니나다를까,여전히어깨를조금앞으로구부정히한채,얼굴에큰웃음을지운친구가

먼저나를발견하고내쪽으로다가오고있었다.

그의실상이내연상과자리를바뀌는순간,나도밝게웃음을띠워보였다.

눈앞의덩치큰친구를향해서는물론,

무엇보다도내게너무나익숙한그의옛모습이반가워그천연스러움에의안녕이었다.

돌연한그의출현에범사로돌아와시간을헤아린다.

‘…?안내방송이조금전인듯하건만…,이렇게빨리…?!’-이것역시나리따에서라면있을수없는일.

주로일본국내선의이착륙지로사용되는하네다공항이어서일까,

국제선의흐름이놀라우리만큼빠르다.

어렸을때,내공책을가끔빌려읽던친구였다.

결혼후에도유학생활이길어,이제초등학교에들어가는철부지나이의둘째를둔친구.

그녀석이어른이될때는난벌써환갑이…’

언제나능청을떨며뒤늦게얻은아이의이야기를들추지만정말로귀여운듯.-그넉살이친구의행복을드러낸다.

힐긋보이는흰머리도보기좋다.-좋은어른이되어있다

‘축하!’

교통기관중가장사고율이낮은비행기이지만,

두다리를지면에두지못하고하늘을둥둥떠날라오는탓일까,마중나온사이에여분의긴장을갖게한다.

한편,그뒤에’무사를확인하면기쁨도그만큼큰것’이어서

쳌인시간보다이르게호텔에들어서서먼저프론트에짐만맡기고,

토오쿄의아스팔트거리로나섰다.

깔끔하게정리된거리,잦은신호등과횡단보도,가끔옛동네의뒷거리정취,그리고보호된자연

서울의중심에일터를가진그에게는

–평일보다적은수라하더라도–,주말의거리를걷는일본사람들의모습이한가하게보이는듯

나역시일상의거리중에서도,언제나친구들과함께걷기위해내가즐겨찾는토오쿄는

가이드북에는오르지않을작은샛길을찾아걷는다.

사람사는곳,어디나같은내음이어서…-하물며서울과토오쿄.

출장일은친구의재량에맡기고,

나는오손도손조용한이야기도나눌수있는도오쿄의풍경속으로친구를안내한다

*

일본음식이라는것이간소하고양이적어,한국의남자어른들에게는한이차지않는것.

식사를시작하기전에,내종지속의요리들을나누어친구에게덜어주겠다고젓가락을들자,

개이치않고선듯잘받는다.

내숭떨지않는모습이역시또정겹다.

입추가지나,벌써5시가넘으면바깥은조금씩어둠으로기울어진다.

한국과같은시계를사용하고있어도,

해가뜨는시각해가지는시각은유별히이른일본이다.

귀가를재촉해야하는시각도

*

출장일은잘되었는지

일본을떠나는날,다시만난그의손에트렁크가하나더늘어있었다.

책과는떨어질수없는친구라,새트렁크속은틀림없이대부분은서적류일터

동경만의연안을따라달리는전차에몸을실어

그날은우리집근처까지와시간을보냈다.

3월의지진으로이곳저곳보수를한흔적이남아있는거리를밟아보기도하고

‘…고맙네~.먼길을돌아찾아주어서.’

나를보러왔다면,무엇보다도이곳도함께보아주기를

사시사철없이,내가매일올려다보고내려다보는정경.

내뜻과소망이

여전히적히고담기는이하늘과바다를

*

계절은가을.

그래서영글어지는여물음속에촉촉히젖는그세계속에도있고싶건만,

오랜만에찾아준어릴적친구는,

나를언제까지나’봄’에머무르게한다.

-모든것이풋풋했던시간에

-무엇이든늘시작일수있었던시간에

정겨워유쾌한옛친구들은

언제나따뜻한봄같다.

멀어져가는친구의커다란뒷등에

이가을,그가가져다준상춘(常春)이싱그러워

나는가볍게목례를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