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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쥬얼(casual)’이 ‘격식(formality)’과 만나는 때

4월에서5로건너는봄날의온화함속에서1주일이상이어지는일본의연휴.

이를누구보다도기쁘게맞이하는사람들중에사회초년생들이있다.

중학교1학년들’이,외려’초등학교6학년들’보다더어려보이기도하는것처럼,

불과한달전에입사식을마친이들은,–그번듯한양복,양장차림에도불구하고

이전대학생때의캐쥬얼한블루진의모습보다더어숙,어려보이는것’은어쩔수없는일인지도모르겠다…

삶이란,‘ahabit-forming’,<하루하루를축적하여’자기삶의공간’을조금씩넓히며’익숙해져’나아가는것>임에.

이미대학을졸업,나이로는벌써20대의중반에로치닷고있는이들이지만,새로운사회공간의’초년생들’은

이봄,여기저기에가득한,–‘새싹과같은,’신록과같은–,그런<풋풋한수줍음>마저도읽게한다

그리고,오랜만의연휴라하여,올봄은자기발로친정집을찾아온딸도그중의하나.

그녀역시새로운환경에들어가있어,불과4,50일전,대학졸업식때보았던그녀보다외려더어린모습으로

내게접근한다.더자주팔짱을걸어오기도…,또더많이재잘거리기도하며

-"엄마,’학생’과’사회인’의차이는어디에있는지알아?…"

무슨대단한질문이라도하는것처럼,톤높은소리로물어왔다.

나도,등을조금뒤로젖치며

마치눈앞의딸의모습에서반드시답을찾아내보겠다는듯,눈을가늘게떠보여주면서도,

"그래~,뭔데…?"명답은그녀에게맡긴다.

-"^^…’립스틱의색깔이야~!…"

*

이미친정보다먼저몇그룹의’사회초년생들이된친구들과의모임’을마치고온딸의이야기에의하면,

친구들중에는적지않은손님들을대하는직종에나아가기도해서

그런사회초년생,특히여사원들에게는,회사가준비하는<화장법강좌>라는시간이있다고한다.

그리고,그곳에서직장선배’이자’인스트럭터’가자신만만한목소리로,

"학생과사회인의차이는~~..’립스틱의색깔이지요!"

라고했다는’그말’을,–마치흉내라도내는듯–,딸은,전해받은대로옮겨준다.

-"으음~…,사회인의입술’은더욱붉구나~!^^"

머리를끄덕여보이는’한세대위’의여자,나…

*

–스포츠선수로도활발했던아들옆에있어서더욱–,더’조곤조곤하고얌전하게’느껴졌었는지도모르나,

그렇던딸이머리를밝은갈색’으로염색해친정집을찾아왔었던4년전,대학교1학년생이던그녀의6월이떠올랐다.

(-그래..,아들도’그즈음’에머리를물들였었다…,그러니까,그보다3,4년전에…)

같은지붕밑에서’부모와함께살던고등학교까지는못했던일’들을,

대학입학과함께따로살게되던대학1년때부터,하나씩둘씩해보는두아이들의모습을보아왔지만,

–예상대로–‘한때뿐’으로,–학년이올라가면서그머리색들은조금씩짙어가–,지금은물론,둘다’천연색’이다.

2년전의크리스마스즈음,나의한친구가보내온카드에는

역시한밝은머리빛의따님’도함께한친구의가족사진이담겨있었는데,

그사진을함께들여다보던딸이,돌연,손가락질하며,

"이아이,올해대학에들어갔나보지?…"

라고물어왔었던가~!…

딸은,분명<‘그나이때’의자기>를기억해냈을터.

**

젊은이들은–자신들의’싱그러운힘’을잘알기라도하는듯–,그래서,대부분의표현이’캐쥬얼(casual)’로가볍다.

그천연덕스러움으로,–때때로,어른들의상을찌프리게하곤하지만–,그것은<그나이의’특권’>이기도하겠다.

특히,일본의경우,토오쿄의하라쥭끄(原宿)나시부야(渋谷)라불리우는다운타운에서는

말고삐가풀린듯한,–가끔은’너무일찍(?)’,그끈이끊겨진’아이들’도포함해서–<젊은이들의행렬>이대단하다.

-그들의’싸구려외출복,난잡한장식들’역시,어른들의눈에는어설프기짝이없다….

그러나,그토록많은천연덕스럽던일본젊음이들도,

<‘직장’이라는’직,일’을갖게되면>,

–갑작스레,마치’언제자신들에게그런천연덕스럽던시간이있었더냐…?’는듯–

이른바<리꾸르우또스으츠(リクルートスーツ,recruitsuits)>에자신들을감싸변신하며

<‘회사’,’상사’,’점포’라는이름속>에들어간다.

이런그<‘일률성(一律性)’,자기변신의’케지메(けじめ,변혁의’결정)’의뚜렷함>은

역시,외국에서온’아웃싸이더’인내눈에는경이이기도했었다…

-…직장선배들의,<더붉어져야할입술-그’격식,포말(formality)’>에의권유가큰계기…?!

일본말의<‘배운다(마나부,学ぶ)’라는말은,

본디,’흉내낸다(마네루,真似る)’라는말에서유래했다>고한다.

일본인들은,무엇인가를’배우기위해’서,

<우선은’자신(自己)’를누르며,‘스승(師)’을’무조건흉내내는일’>을서슴치않았던듯하다.

그렇게,먼저<‘경험’을,’완숙’을쌓은이>의’태(態)’를모방하는중에,

그’경로(經路)의좋은점,나쁜점’을배운후

–‘취할것’은취하고,’버릴것’은버리면서–,<자기류(流)>를다듬어가는것.

-일본인그네들의<배움,마나비(学び)>에담긴의미이다.

***

세상을살아가는데'<격식,포말(formality)>이갖는이점(利点)’은,물론많다.

-그래서,오랜시간,그리고수많은세대를거쳐계속되며,<‘전통’이라든가’정통’으로불리우기도하는것>들…

-또,이리보아도저리보아도,풍요로운<다면성(多面性)의미(美)>를가져,보다많은사람들로부터’긍정되는것’들…

반면,

‘평상,캐쥬얼(casualism)’이란,편리하고친숙하기쉬우나,수명이짧다.

<그때,그장소,그상황>이갖게하는그’우연성’,또,그얄팍한’일면성’은

마치현란한’불꽃’과같은것으로,불붙기쉽고또꺼지기쉽다.

그러나,<언제가는’기화(氣化)’될이’독특한가벼움’에현혹됨>은,

‘연륜이얕은’젊은이에게는어쩌면너무나당연한것이기도해서

젊은그들의‘캐쥬얼’만은그리흉스럽지않을수있다.

-또한,그런’가벼움”자체가매력으로,그들이가볍게접근하게하는지도….

이런<‘경솔함에만취해본경험’이있는젊은이>는,더욱태연히

–진부한’격식’에도–,한번쯤은귀를솔깃해주는’유연성’을보이기도한다.

그리고,<그들특유의반항과냉소를동반하던중>에…,그러나,결국은<‘스스로’가치발견>,

-그들도깨닫게된다.-"이격식,제법쓸만한데~…!"

이런,<‘스스로의판단’이이끄는,작고큰’변신/이있는’자신삶’의연속위>에

‘청소년’이,’청년’이되고,’중년’이되어가는<인간의길>이있는듯하다.

그래서,이런'<정통적(orthodox)길>을착실히밟아걸으며장년’이되면,

–물론,어른눈에는,’그한때의그들이경거망동’이안스럽기는하나–,

<젊은이들의’캐주얼’도결코쉬이질타하지않는’포용력’을가진어른>이된다.

-그들도<반드시’인간의길’을걸을것>이어서…빠르든,뒤늦든…

<‘진정한보수’가,’진정한진보’로드러나는>연유이다!…

장년이되어도,젊은이들이갖는’그<‘변혁의힘’에대한신뢰>를줄수있는어른들’은,

젊은이들의그힘이늘흐믓하다…

****

한편,

오랜만에찾은’어머니가살고계신나라’에도,역시봄은가득하다…

다만,<격식,포말(formality)>의’이점’만을,그’단맛’만을,

–마치<그때,그장소,그상황>에맞추는’캐쥬얼’로취하듯–

이리저리약삭빠르게추종하며<너무일찌기치매노인이되버린’한인물’이

–역시,한국사회의유행어가된듯한–‘부정한갑(甲)’의전형을드러낸추태로주목되고있었다.

<‘남자가여자를–혹은여자가남자를–사랑하여이를구하는것>은

모든예술이,그많은예술도구를동원해,찬가를높이는’생명의가장아름다운활동’중에하나임에,

그래서,때로는’나이’마저도문제가되지않을때조차도있건만,

대통령의외유에동반된외국에서보인’그’의경솔하고누추한추태는,

한마디로,–<casualsex(‘한번보고다시는안볼사람’에의충동)>로–

그나이의연륜이<‘현안(賢眼)’으로심화시켜무게를더한’격식있는사랑’>이아니었음에,

‘인간의존엄’도,’한국인의자긍’도,손상시키고부끄럽게하고있다……

-절대로흉내내어배울것이못되는추함.-인면수심….’인간말태’…

*****

"그래서~…,너도입술을붉게해보겠다고?…."

–<격식,포말(formality)>의포화(飽和)’직전에서,<탐욕을단호히등질만큼강해질청장년>이되어주기를빌며–,

딸이,–자신만만히선배의흉내를내며,앞으로내딛고자하는그녀의발길을

나는,언제나처럼,응원하고싶다.

-"그래~,한번…해봐~….."

다음번친정을찾아올’딸이모습’이큰즐거움이다…

…봄이봄다워서참으로좋은오월.

(Mozart-ViolinSonataNo.26inBb,K.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