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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이런 사람이… – 독일 ‘훅거家(Fugger)’의 야코프(Jakob)

매일밤,’런던올림픽장’에서희소식이쌓일때마다,아침식탁에자리하시는78세어머니의목소리가밝고높다.이제는가슴이조여서<생중계방송>은보지못하신다며,정말로관심있는스포츠의경연중에는일부러다른채널로돌려수없이반복된이전메달획득녹화방영을지켜보시다가,경기종료시간이넘어서야채널을바로잡아결과를지켜보시고는하는어머니이시다.수영,양궁,유도등등…개인종목의세세한룰까지다이해하고계신듯…자주못뵈는새.

그래도,어제의노르웨이대여자핸드볼시합결과만은,결국당신스스로확인하시기가떨리셨는지,내방문을살짝열고는인터넷에결과가나왔는지를물어오셨다.일을잠시멈추고,컴퓨터의화면이켜지는것을기다리면서,홀연,이런어머니의열열한모습이사랑스럽게느껴지며내입가의웃음이멈추어지지않았다.-전형적인’애국할머님’,그힘으로젊게사시나보다…

-좁은세계면어때…,연로하신당신의큰기쁨이그곳에있으시다면.

오래오래사시기를!

*

한편,그런런던에서부터의소식들이딸쪽에주는자극은조금다른것.

-옛날,신학을공부하러왔었던M이영국출신이었어…

그녀가떠오를때면,또반드시따라기억되는벨지움여학생A도.작곡전공.

학생기숙사의8층,같은’복도’와같은’부엌’을사용했던

그러나독일에서가까운두나라에서온그녀들은,기숙사에의체류도그리길지않았었다.

전공도다른데다가,더더구나,당시우리들은,이미더이상어린나이들도아니어서제각기의일에바빠,

일주일에한두번,복도를스쳐지나가며짧은인사를나눌정도…

하물며,복도의서쪽끝한모퉁이에마련된부엌에서함께서는일도거의없었던사이.

그럼에도,인연은그런드문만남속,전광석화같은순간에서도맺어지는법.

그저’낯설지않을정도’의세여학생이,좁은부엌의커다란식탁위에우연히제각기의빵을펼치고아침을먹으면서

예의상의대화,’여름방학의계획은?..’하는인삿말을나눌참이었는데…

-의외로말이맞음에같이놀라면서,각자서로의’남부독일여행’의파트너가될것에의기상합.

M은아쉽게도뮌헨까지만을전제로,우리셋은,’같은날,같은기차’를타고대학을,여름여행을,출발하게되었었다.

나의독일대학에서의첫여름은,이렇게운좋게시작.

솔직히는,내계획에그녀들각각의아이디어를접목,수정,편승하는작은용기였었다는것이보다더정확한고백…

아시아의새침쟁이가,자신의상상밖을훨씬뛰어넘는활기로떠들어대고길을재촉하는순덕한서양여학생들덕분에

좋은젊은추억들을갖게된것은–지금되돌아보아도–유쾌한일이었다.

*

우리들의행로는,남부독일의유명대학도시를순례하는것으로

각’목적지’에서관해서는모두들어느정도공통지식을공유하고있었지만,

유독나만이모르고있었던것들중의하나가,아욱스부르크(Augsburg)시의<훅게라이,Fuggerei>.

-응?그게뭐야?…

하지만,일찌기16세기,유럽의산업혁명이아직채발동도걸리지않았던그시기,

벌써’존재했었다’는그주택단지자체가내게는커다란충격이었다.-으~ㅁ?

-이미20여년전의일이어서지금의한국에는널리알려진곳일지도모르나,새삼스런옛기억을더듬어본다.

(독일,남부바이에른주,’아욱스부르크(Augsburg)’시중심부에자리한

세계최초의<사회복지주택단지,’훅게라이(Fuggerei)’>의외관.

(왼쪽부터)1516-23년에’52동의건물’이완성,

이후교회등기반시설이증축되며5개의’문’을갖는벽으로둘러싸인단지를성립.(지금도밤10시에는문들이닫힘)

(오른쪽끝)가로등이발달하지못한당시의어두운밤거리에서도자신의집을분별할수있도록

각동의각’집’마다특징있는’도어벨(doorbell)’이고안되어붙어있다.)

-아욱스부르크시에2년이상거주한

-절실한천주교신자로

-‘부지런하나가난한’가족에게

현관거실,부엌,2개의대소침실등이갖추어진’약60평방미터’의거주공간이주어져

그집세는<1년에,1라인굴든(=약0.88유로=약1,200원)>과창건자를위한<신에의기도>가전부.

(각층에1세대씩입주하는2층짜리주택1동이,5-6동연이어이어져거리를갖추고,

그중한곳이교회.분수대가놓인광장,학교,병원등이하나씩증축되는’훅게라이주택단지'(위)와

‘각세대’의거주내부(아래두단,’부엌’과’침실’의360도파노라마사진)

약500년가까이,–우리글’한글’의역사만큼긴–

그간의침략과전쟁의피해를입어가면서도,

늘’사람들이거주할수있는공간’으로정성스레관리되어온이주택단지에는,

지금도,아욱스부르크시민,’147세대(67동)’가살고있다.

-집세는,창건당시1516년이래결코올려지는일없이,지금도’1년0.88유로(한화,약1,200원)’인채로…

(유명한작곡가모짜르트의증조할아버지가족도1681-94에

살고있었다는기념판넬이그집밖,대문옆벽에붙어있다.)

*

본디,기원전의로마제국의군인들이거둔했던유서깊은곳으로

그래서도시명도그로마지도자의이름을딴’아욱스부르크’는,

일찌기’자유무역시’로서범세계전역으로부터의왕성한교역이거행된장소로,상업과산업이발달하였었다.

그곳의상인들중에서도,특히,

섬유산업과채광산업으로부를축적한’훅가(Fugger)家’의

장남야코프(JakobFugger,1459-1525)는,탁월한기업가로은행업도시작,

교황청과유럽의약1만개의길드(guild,상공업자조합)를고객으로맞이하는대성공을거둔다.

-그가곧,이’세계최초의사회복지주택단지,훅게라이’를지은사람.

(‘훅게라이’가건설중이던1519년경의야코프훅거씨)

지금현재는아욱스부르크’시문화재단’에의해관리되는관광지로도유명한이곳은,

’67동중한곳’을개방하여1년중방문객들을맞이하고있다.

이단지를찾는사람은,–이곳에거주하는주민의개인생활에조심스런주의를기울이면서–

‘그들4세대분’의1년치집세를

입장료로지불한다…(자세한방문요령은여기에…)

아욱스부르크역에내려,

–당시의내게는너무나쇼킹했던–‘No-bra에짧은티셔츠차림’으로당당히거리를활보하는M의손에

이끌려찾게된이곳은또다른신선한충격이었다.

그때는입장료가’몇마르크’였었는지기억이흐릿하나,

‘학생’에게는당연히주어졌었던’디스카운트분’이부끄러울정도로…

*

이미대학을졸업하고간독일이었으나,처음수개월,그이국에서느꼈던가장큰어려움은,

<‘나이에도불구하고,내자신의사고나행동이대단히좁고어리다’는사실을수긍하지않으면안되는일>이었다.

언어의불편함은시간이지나면서곧해결되는일이었다.

하지만,일상속에서눈을뜨면,저절로내눈의망막에들어와자리잡아버리는

<‘유럽’이라는선진세계의,내게는너무나’낯선’각양각색의,만물상>은

밀물처럼닥쳐와서는거세게나를휘잡고흔들어대는듯했다.-빨리’어른’이되라고,…어서’나이값’하라고….

M은지금어떤’여성’이되어있을까?

우리는그후,당연히서로의주소를교환하였었지만,

그녀가영국으로귀국한후얼마간몇통의엽서를주고받았을뿐.

적어도내쪽은,

그때유럽에서배웠던<내몫의’어른일’>–자기삶,자기가낳은생명들의삶에책임을지는’나이값’–에여념이없는

긴시간으로해서,좋은친구를돌보지못했었다…

이제다시M을만나면,그때보다는조금다른모습으로’여유로운웃음’을지어줄수있을듯하다.

(오늘날영국사회상을’통계수치’로주목하면,대단히어수선하다…

60-80년대의젊은이들–그중하나가M?–삶의선택이낳은결과로…)

*

배움에는,

‘이전익혔던것’을더욱더향상시키기위한바램으로쌓아가는것이있는가하면,

‘전혀생소한것’이어서순백의종이위에’첫메모’를적어가는노력부터시작해야하는그런것들도있다.

M과A와함께했던그여름은,

내게그간안주해있던’학교사회’라는정제된공간의‘바깥’에서

처음으로‘고삐풀린…’의식을가지고’전혀다른세계’를배워야했던’첫걸음’과같은것이었다.

‘그이후,그세계에서,새로이배운것들’중에

내게’참으로크고유익한힘’이되어준것이많았던것에새삼감사이다.

-그중의하나,

<세상은,살펴보면볼수록,’깊고좋은사람’들이’더많이’보인다>는것.

Everythinghasbeauty,butnoteveryoneseesit.

(모든것은’아름다움’을품고있다.다만,누구나가이를볼수있는것은아니다.)

용기있는자만이…

(사진은Googl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