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단어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 가장 슬픈 단어는
"늙으신 어머니" 가 아닐까요?

어머니!
이렇게 불러도 가슴 한켠이 아련하면서 뭉클한 무엇이 있는데
하물며 "늙으신 어머니"라니요?

매주 토요일 오후엔
대구에 사시는 오라버니와 어머니께서 전화 데이트를 하십니다.
매번 30분 이상 길때는 한시간도 넘게 통화하시는데 중요한 이슈는 없습니다.
그래도 오라버닌 전화를 빼 놓지 않고 하시고
토요일 오후가 되면 모친은 전화를 기다립니다.
어느날은 어머니와 오라버니의 통화 내용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배추값이 비싼 것을 걱정하시고.
빈라덴이 잡히지 않는 것을 말씀하시고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하십니다.
매일 농장에 콩이 잘 열리지 않는 것과
병아리가 제법 컷는데 어떻게 처리할까 묻기도 하시구요….
그런 말씀에 대해 오라버닌 신중하고 진심으로 어머니와 함께 걱정하고 대책을 논의 합니다.
가령 어머니께서 배추값이 비싼것을 걱정하시면
오라버닌 강원도에서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친척을 상기 시키며
그댁이 돈을 좀 벌지 않겠느냐고 안심을 시켜드립니다.
빈라덴 말씀을 하시면 미국이란 나라가 힘이 있는 나라니까 빈라덴을 끝까지 추적하여 잡을 꺼라고 하십니다.
김대통령 말씀을 하면 연세가 높으신데 얼마나 힘드시겠냐고 함께 걱정을 합니다.

그렇게 진지한(?) 대화를 하고 나시면
모친은 후련해 하시고 마음이 훨씬 가벼워 지시는것 같습니다.
어머니만 좋아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목회를 하시는 오라버니께서도 모친과의 대화를 진심으로 즐거워 합니다.
천명이 넘는 교인을 섬기는 교회 목사님이 시라
늘 바쁘고 힘이 드실텐데도 토요일 오후
어머니랑 전화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주일날 전할
설교 메세지의 영감을 얻을때가 많다고 합니다.

야박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의 분,초를 쪼개어 가면서 생활하는 오라버니가
배추값 걱정이나 빈라덴이 안잡히는 것을 걱정할 일이 아닌듯 하지만
모자간의 대화는 아주 진지하고 행복한 시간이고
두분 다 유익을 얻습니다.
모친은 마음에 담겨진 의문이나 걱정을 털어버리고
오라버닌 교인들에게 전할 메세지의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 오라버님이지만 대단하긴 합니다.
타고난 성품이 온유하고 착한분이라 부모님께 늘 순종하고,
공부를 잘해서 부모의 기쁨이셨고
모범적인 삶을 실천하는 분입니다.

모친께서 자신은 돌보지 않으시고
자녀들 만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고 사셨기 때문에
조금 아기 같아진 모습에서 어머니께로 향한
자녀들의 정이 더 깊어 지는것 같습니다.
늘 엄격하고 반듯한 모습으로 계시면 어려웠을 여러가지 상황이 해결 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눈물이 날 것 같은 슬픈 단어 입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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